‘대박’난 아트페어··· 장터 잘 세웠지만 미술계에 ‘생존’ 고민 남겼다

도재기 기자

‘프리즈’ ‘키아프’ 아트페어 막 내려

매출액 ‘프리즈’ 6000억원, ‘키아프’ 700억원대 추정

“성과도 있지만 생존위한 국제적 경쟁력 확보는 당면 과제”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프리즈 서울’에는 4일간의 행사 동안 연일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진은 지난 2일 많은 관람객들이 아트페어 행사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선 모습이다.  한수빈 기자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프리즈 서울’에는 4일간의 행사 동안 연일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진은 지난 2일 많은 관람객들이 아트페어 행사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선 모습이다. 한수빈 기자

미술계 안팎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사상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가 막을 내렸다.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가 아시아에서 처음 연 ‘프리즈 서울’은 지난 5일, 한국화랑협회의 제21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는 6일에 미술품 장터를 접었다.

아트페어는 뜨거웠다. 두 아트페어에 7만여명(중복 방문 제외)이 찾았고, 작품 거래액은 프리즈가 6000억원 내외, 키아프가 700억원대로 추산된다. 프리즈는 서울의 첫 무대에서 ‘대박’을 터뜨렸고, 프리즈에 위축될 것으로 우려됐던 키아프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프리즈의 서울 입성을 계기로 수지타산을 따진 세계적 화랑·경매사 등도 한국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프리즈로 한국미술계는 국제적 관심을 끄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국내 화랑 등 미술계는 생존을 위한 과제도 떠안았다. 이제 한국 미술시장이 치열한 무한경쟁의 세계미술시장 체제에 편입된 수준이기 때문이다. 화랑은 물론 작가 등 미술생태계 주체들 모두 국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도떼기시장 방불케 한 아트페어

프리즈와 키아프 행사장은 연일 국내외 미술품 컬렉터와 애호가, 작가와 미술계 관계자 등 입장객들로 꽉 찼다. 초청을 받은 주요 인사(VIP)를 대상으로 한 시간대, 태풍 힌남노가 몰아친 시간대에도 북적였다. 입장객이 워낙 많아 안전을 위해 입장권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지고, 해외 일부 갤러리는 주요 작품에 안전띠 등을 뒤늦게 마련했다. 프리즈와 키아프 주최 측은 각각 “순관람객이 7만명 이상”이라고 공식으로 밝혔다.

프리즈는 첫 시도에 판매성과도 좋았다. 총 작품 거래액을 밝히지 않지만 미술계 안팎에서는 6000억원 내외로 추정한다. 이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키아프(650억원)의 10배에 가깝다. 프리즈에 참여한 벨기에의 자비에르 위프켄스, 유럽의 LGDR, 프랑스의 페로탕, 미국의 블룸앤포 갤러리 등은 개막 첫날에 수억~수십억원대 작품을 완판(솔드아웃)했다. 하우저앤워스, 가고시안, 페이스, 타데우스 로팍 등 대다수 유명 갤러리들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자평한다.

관람객들이 ‘키아프 서울’에 참여한 갤러리들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관람객들이 ‘키아프 서울’에 참여한 갤러리들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프리즈 측과 해외 갤러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뜨거운 반응” “역동적” “엄청난 에너지” 등이란 표현을 쏟아냈다. 프리즈 서울의 디렉터인 패트릭 리는 “뜨거운 반응에 크게 기쁘다”며 “이미 내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비에르 위프켄스 갤러리 창립자인 위프켄스는 “한국의 많은 새 컬렉터들을 만나는 등 저희의 서울 데뷔는 성공적”이라며 “내년에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리즈에 비해 키아프는 작품의 다양성, 작가들의 국제적 지명도 등 여러 측면에서 비교됐다.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역대 최고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매출액을 발표하던 키아프는 올해부터 비공개하기로 했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650억원을 넘어 700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예측한다. 키아프 측은 “국내 주요 갤러리는 물론 탕컨템포러리·서포먼트 갤러리 등 많은 해외 갤러리들도 판매가 뜨거웠다”고 밝혔다.

미술계가 떠안은 과제들

최근 국내 미술시장이 급성장하고 프리즈까지 열리면서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해외 관심은 더 높아졌다. 해외 언론들의 소개도 늘었고, 국제적 컬렉터와 유력 화랑 관계자들도 대거 방한했다. 변방에 다름없는 한국 미술시장이 국제적 관심을 끈 것은 성과다.

이번 인적·물적 교류 등에 따른 향후의 낙수효과가 기대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쇠약해진 홍콩, 떠오르는 싱가포르를 넘어 아시아의 미술 거점을 고대하기도 한다. 국내 화랑들이 국제적 화랑들의 역량을 접하고, 젊은 컬렉터층의 여전한 관심을 확인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한 대형 화랑 대표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국내에서 해외 유력 인사들을 만나 네트워킹도 다지는 등 성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키아프 관계자도 “프리즈와 비교해 보완할 점이 많다”면서도 “키아프가 한국과 세계 시장을 연결하고, 한국 대표의 국제아트페어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는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프리즈 서울’ 행사장에서 유명 작가 조지 콘도의 회화 작품을 보기위해 몰려들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관람객들이 ‘프리즈 서울’ 행사장에서 유명 작가 조지 콘도의 회화 작품을 보기위해 몰려들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하지만 미술계 전문가들은 이번 아트페어를 계기로 얻은 성과보다 어렵고도 많은 과제들을 떠안았다고 평가한다. 미술평론가인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시장 주체들이 우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면서 살아남기 위해 자강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된 것”을 성과로 꼽았다. “국제적 화랑들의 컬렉터와 작가 관리, 자본력과 기획력 등 시장 주도 능력, 규모의 경제 효과 등을 확인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프리즈와 해외 유력 갤러리들은 서울에서 자신들의 장사를 잘한 것”이라며 “이들의 성과를 한국 미술시장의 성과나 한국미술의 세계적 위상 강화 등으로 파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국내 화랑들, 작가들의 국제적 경쟁력 확보 등의 숙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유력 화랑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우려 속에 중소 화랑들은 생존 위기를 느끼고 있다. 한 소형 화랑 대표는 “서울에 있는 외국계 갤러리들의 성장세가 무섭다”며 “국내 화랑들의 양극화 심화 속에 해외 화랑까지 가세하면서 이제는 생존을 걱정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무한경쟁 속에서 미술시장 주체들 저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랑들은 신진작가의 발굴과 해외 진출 지원, 신규 컬렉터 생성과 국내외 컬렉터군 확보, 기획력 향상 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 평론가는 “화랑들 간 합종연횡, 협업 등으로 자본력 등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가들도 팔리는 작품에 매달리는 ‘시장 작가’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역량을 인정받는 ‘뮤지엄 작가’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이번 아트페어를 철저히 분석해 내적 성장과 발전,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게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5일간 열렸던 ‘키아프 서울’의 행사장 입구와 4일간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프리즈 서울’ 행사장의 입구. 경향신문 자료사진

5일간 열렸던 ‘키아프 서울’의 행사장 입구와 4일간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프리즈 서울’ 행사장의 입구.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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