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작두록’ 전하는 악단광칠 “언젠가 그래미 무대에도 서고 싶어요”

최민지 기자
국악 아티스트인 ‘악단광칠’ 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의 연습실 옥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국악 아티스트인 ‘악단광칠’ 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의 연습실 옥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지난달 19일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유명 음악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Tiny Desk)>에서 낯설고도 친숙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닭이 운다. 닭이 운다. 저 건너 모시당골 닭이 운다. (중략) 얼씨구 좋다. 좋기만 하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방탄소년단(BTS)도 섰던 이 무대에서 한국 전통음악을 선보인 주인공은 악단광칠(ADG7). 2015년 결성 이래 국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온 이 밴드는 지난 석 달간 미국을 비롯한 13개국 24개 도시를 누비고 최근 귀국했다. K팝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가운데 한국의 흥을 전하고 있는 악단광칠을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뭉친 악단광칠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경기민요 대신 황해도 민요를 기반으로 한 음악을 한다. 기타 등 서양 악기를 함께 쓰는 다른 국악밴드와 달리 전통악기를 고집한다. 대금 연주자인 김약대 단장과 노래를 하는 홍옥·명월·유월, 전궁달·선우바라바라바라밤(타악), 원먼동마루(가야금), 이만월(피리·생황), 김최종병기활(아쟁) 등 9명의 멤버로 구성돼 있다. 주로 굿에 쓰이는 음악을 현대적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온 덕분에 팬들에게는 ‘접신록’ ‘작두록’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뾰족한 모양의 모자 등 무대의상은 황해도 지역 무녀의 옷에서 영감을 받았다.

화려한 무대의상 대신 일상복 차림의 멤버들은 ‘작두록’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과 달리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홍옥은 지난 석 달간의 해외 투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장기 투어는 처음이라 3개월 동안 같이 지지고 볶았어요. ‘유랑하는 악단’이라는 콘셉트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정말 실컷 유랑하다 온 기분이에요.”

악단광칠은 지난 6월 미국 시카고를 시작으로 캐나다, 덴마크, 폴란드, 독일, 프랑스, 에스토니아 등을 돌며 관객들을 만났다. 낯선 멜로디와 가사에도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내한한 해외 인기 가수들이 경험한다는 ‘떼창’을 경험하기도 했다.

멤버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에스토니아 빌리안디 포크 페스티벌을 꼽았다. “관객분들이 입고 있던 티셔츠 같은 걸 던져주셨어요. 너무 좋은데 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렇게 반응을 하신 거죠.”(명월)

시카고 한인 관객들과의 만남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황해도 굿 음악을 재해석한) ‘영정거리’를 부를 때 한인분들이 열광적으로 호응을 해주셨어요. 나중에 듣고 보니 그분들이 한인교회에서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종교와 관계없이 순수하게 음악으로 즐겨주셔서 좋았습니다.”(홍옥)

악단광칠이 지난달 19일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음악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Tiny Desk)’에 출연해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악단광칠이 지난달 19일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음악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Tiny Desk)’에 출연해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ADG7: Tiny Desk Concert

이번 해외 투어의 정점은 NPR의 <타이니 데스크> 출연이었다. 2020년 1월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페스트’에서 공연을 하던 악단광칠을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프로듀서인 밥 보일런이 눈여겨본 것이 계기가 됐다. 이 프로그램은 콜드플레이와 스팅 등 스타들이 출연해 최소한의 장비와 악기만으로 높은 수준의 음악을 선보여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악단광칠은 이 무대에서 ‘희희’ ‘왓에버’ ‘영정거리’ 등 세 곡을 선보였다. 유튜브 채널에도 게재된 악단광칠의 공연 실황 영상은 한 달 만에 16만회 이상 조회됐다. “제작진이 저희에 대해 ‘개성이 뚜렷한 좋은 음악을 하고 있다’고 해주셔서 정말 기쁘게 촬영했어요.”(원먼동마루)

최근 수년간 많은 젊은 국악 아티스트들이 K팝 스타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판소리그룹 이날치, 퓨전 국악그룹 잠비나이 등은 활동 범위를 넓혀가며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악단광칠도 마찬가지다. 올해로 활동 8년차인 악단광칠의 목표는 무엇일까. 홍옥은 폴란드 공연에서의 경험을 꺼냈다.

“이번 투어에서는 ‘헤이 헤이 라이즈 업’(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지난 4월 우크라이나를 인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민중가요 ‘오, 초원의 붉은 꽃’을 리메이크해 출시한 싱글)을 저희만의 스타일로 해석해서 불렀어요. 그런데 폴란드에는 전쟁 때문에 고향을 떠나온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많았어요. 기사로만 접했던 전쟁의 아픔을 직접 겪은 분들인 거죠. 이분들이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따라 불러주셨어요. 굿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누군가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이거든요. 이 부분을 잊지 않고 음악을 통해 이어가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악단광칠을 만난 이날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에미상에서 6개 부문을 휩쓴 다음날이었다. K콘텐츠가 받는 관심이 국악으로 쏟아지는 날도 오지 않을까. “저희도 가끔 이야기해요. 그래미 시상식 축하무대에 서거나 빌보드 차트에 들어보고 싶다고요. 열심히 하다보면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원먼동마루)

이에 대한 대답은 홍옥이 내놨다. “굿을 열심히 하면 올지도요!(웃음)”

국악 아티스트 ‘악단광칠’ 멤버들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의 연습실 옥상에서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국악 아티스트 ‘악단광칠’ 멤버들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의 연습실 옥상에서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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