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재의 실상을 체험하는 일주일”···수불스님 일대기 <시간이 없다> 쓴 정찬주 작가

임지선 기자
정찬주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시간이 없다> 출판 기자간담회를 열고 책에 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임지선 기자

정찬주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시간이 없다> 출판 기자간담회를 열고 책에 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임지선 기자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일주일 안에 인간 존재의 실상을 체험하게 해주는 간화선 수행법을 꼭 알리고 싶었습니다.”

성철 스님 일대기를 담은 <산은 산 물은 물>, 법정 스님 일대기인 <소설 무소유> 등을 쓴 정찬주 작가(69)가 ‘간화선’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부산 안국선원 이사장 수불 스님의 삶과 수행을 담은 소설 <시간이 없다>를 내놨다. ‘간화선’은 불교의 수행방법 중 하나로 화두를 두고 의심하면서 깨달음에 ‘곧바로’ 도달하는 수행법이다.

그는 20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이 없다> 집필담을 전했다.

<시간이 없다>는 수불 스님의 출가 전 이야기부터 출가 후 의심을 타파하는 과정, 혜민 스님·로버트 버스웰 전 동국대 불교학술원장·차드 멍 탄 구글 엔지니어이자 명상가 등과 만난 이야기를 나눈 일화 등을 담았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줄기는 간화선이 어떤 수행법이며, 왜 이것을 세상에 알려야 하는지에 맞춰져 있다. 책에서 수불 스님은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이런 근원적인 문제에 한번 정직하게 부딪혀야 합니다. 생사 문제를 풀지 못하면 허무한 인생을 면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묻는다.

종교계 인사를 작품화하면서 생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소설은 흔치 않다. 성철 스님, 법정 스님 등 그동안 정 작가가 쓴 인물들도 모두 고인이 된 이후에 집필됐다. 주인공이 된 수불 스님도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정 작가는 “조계종 정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대중들에게 직접 지도할 수 있는 스님이 한국에 몇 분이나 계실까 생각해봤다”면서 “간화선은 저잣거리에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최적화된 수행법이고, 수불 스님의 존재를 세상에 한번 드러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간화선을 대중화, 세계화 시켜야겠다는 개인적 바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 작가는 10여년 전 수불 스님을 처음 만났고, 아내와 자녀가 간화선 수행에 참여하면서 변화를 목격한 이후 간화선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2019년 수불 스님과 함께한 성지순례 길에 집필 뜻을 전하고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간 글을 썼다.

제목 ‘시간이 없다’는 수불 스님이 평소 자주 쓰는 문장이다. 정 작가는 “간화선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이런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시간이 없고, 지도하는 스님 입장에서도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는가’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정 작가는 주로 고승에 관한 소설을 써왔다. 그는 “고승에 관한 소설을 쓸 때 포교 차원에서 쓴 게 아니고 한국인의 특질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한국인으로서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덕목을 고승에게서 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고승으로 소설화한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 그리고 수불 스님을 꼽았다. 정 작가는 “성철 스님에게선 한국인의 끈기, 법정 스님에게서는 자기 질서에 관해 철저한 점을 볼 수 있다면, 수불 스님에게선 사람을 보고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역량과 에너지를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수불 스님의 에너지를 ‘고압 전선에 감전된 느낌’으로 비유했다.

정 작가는 “앞으로 고승 중 한명을 더 쓴다면 조선시대 승려들의 과거시험인 승과를 부활시킨 ‘허응당 보우 스님’을 쓰고 싶다”며 “제 글이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읽혀지고 삶의 가치를 깨우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없다> 표지

<시간이 없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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