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박주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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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작가 김금숙

지난 22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마친 김금숙 작가가 동네 책방 ‘국자와 주걱’ 마당에 앉아 웃고 있다. 어린 시절 전남 고흥의 시골마을에서 8남매 중 7번째로 태어나 자연과 함께 자랐다는 그는 “서울과 프랑스를 거쳐 또다시 시골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소박하면서도 유쾌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지난 22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마친 김금숙 작가가 동네 책방 ‘국자와 주걱’ 마당에 앉아 웃고 있다. 어린 시절 전남 고흥의 시골마을에서 8남매 중 7번째로 태어나 자연과 함께 자랐다는 그는 “서울과 프랑스를 거쳐 또다시 시골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소박하면서도 유쾌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역사적인 사건 속 고통받는 위안부나 이산가족 등의 삶 애정 갖고 조명
가부장적 사회에 큰 반감…프랑스서 내 재능만으로 홀로서기 도전

지금 세대 통일에 거의 관심 없고 전쟁도 과거의 일이라 생각
‘기다림’의 전쟁 비극 통해 평화의 메시지 전하고 싶었다

해외 독자들의 많은 사랑 받는 것은 너무 고마운 일
한국선 아직 인지도 낮지만 점차 개선 기대

지난 22일 강화도로 향했다.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작가 김금숙(51)을 만나기 위해서다. 2020년 <풀>로 세계 최고 권위의 만화상 중 하나인 미국 하비상 국제도서 부문을 수상한 그는 올해 <기다림>으로 다시 한 번 하비상 후보에 올랐다. <기다림>은 6·25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된 이들의 사연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그래픽 노블은 일반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며 스토리에 완결성을 가진 출판 만화책을 일컫는다.

그는 그간의 작품에서 역사적 사건에 상처 입고 고통받는 이들이나 소외된 이웃, 여성의 삶과 인권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작가의 관점을 담아 화자(話者)는 늘 여성이다. 쇼트커트에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나타난 김 작가는 말간 웃음을 자주 보였다. 인터뷰는 동네 책방 ‘국자와 주걱’에서 이뤄졌다.

2022년 하비상 국제도서 부문 후보에 오른 <기다림>.

2022년 하비상 국제도서 부문 후보에 오른 <기다림>.

- 2020년 <풀>로 하비상 국제도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기다림>으로 같은 부문 후보에 올랐더군요.

“기대를 전혀 못했던 터라 너무 놀랐어요.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작으로 오른 것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해요.”

- <기다림>은 6·25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된 이들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지요. 이들의 이야기를 작품 소재로 삼은 계기가 있습니까.

“1983년 KBS에서 이산가족 찾기 특별생방송이 방송됐잖아요. 당시 저는 초등학생이었는데,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TV 앞에서 매일 울고 계셨어요. 1997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이후 엄마를 제가 유학 중이던 파리로 초대했는데, 그때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가족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전쟁 중 피란 기차를 못 타 평양에 남은 언니가 있고 그 언니를 꼭 만나고 싶다고요. 저는 그때까지 엄마가 줄곧 전라도에 사신 줄 알았어요. 잊고 지내다 건강이 나빠질수록 간절해지시는 엄마를 보며 작품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나요.

“했지만, 엄마는 아직 상봉 기회를 얻지 못했어요. 지난 추석 때도 대한적십자사가 보낸 문자를 받았는데 ‘노력하고 있으니 건강 잘 챙기시며 기다려달라’는 내용이었어요.”

- <기다림>을 완성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실제 이룬 두 분의 증언을 들었다고요. 어떻게 만났습니까.

“평소 알고 지낸 한국 파견 외국 기자의 도움을 받았어요. 2018년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자들의 명단을 입수할 수 있었어요. 상봉자 여러분께 연락을 했고, 그중 두 분이 저를 만나주셨어요. 북한에 남아 있는 아들과 만난 할머니와 북한의 남동생과 재회한 할아버지예요. 모든 진실을 말씀해주시지는 않았어요. 당신이 행여 말을 잘못하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안 좋은 일을 당할까봐 두려워서예요.”

김 작가는 “<기다림>은 어머니와 이 두 분의 증언에 더해 다른 증언집과 자료의 내용을 참고해 재구성한 픽션”이라고 밝혔다. 논픽션이 아닌 이유에 대해 그는 “마음을 열어 당신들의 삶을 이야기해 주었던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기다림>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까.

“지금 세대는 남북통일에 거의 관심이 없어요. 또 전쟁은 너무 멀고 과거의 일일 뿐이라고 생각하죠. 오늘이 마치 영원한 것처럼 살아가고 있어요. 저는 그렇지 않음을 말하고 싶었어요. 평화의 메세지도 전하고 싶었어요.”

- 2017년 작품인 <풀>은 경기 나눔의집에서 만난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중심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아주 오랫동안 저와 인연이 닿았어요. 자주 관련 이야기를 듣거나 그림을 그리는 상황이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2013년 단편 만화 <비밀>도 펴내게 됐고요. <비밀>은 이용수 할머니가 2007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하신 후 청탁받아 작업했는데, 작가로서 아쉬움이 많았어요. 폭력을 이미지화하는 데 충분한 고민 없이 완성했다는 반성을 했거든요. 일본군 위안부는 한국 여성뿐 아니라 세계 보편적 여성 인권에 관한 문제예요. 제대로 다루고 싶어 <풀>을 펴냈어요.”

- 피해자들이 고통당한 위안소 답사를 위해 2015년 중국 상하이, 지린성의 옌지,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을 방문했다고요.

“상하이 옛 위안소 건물의 비좁고 어두운 긴 복도, 계단을 보며 몸이 부르르 떨렸어요. 피해자들이 당하신 고통이 몸에 와닿는 느낌이었어요. 하얼빈으로 가는 초고속 기차에 탔을 때는 달려도 달려도 끊없이 평지가 이어지는 바깥 풍경을 보며 피해자들이 왜 당시 도망갈 수 없었는지 알 것 같았어요.”

2020년 미국 하비상 국제도서 부문을 수상한 <풀>.

2020년 미국 하비상 국제도서 부문을 수상한 <풀>.

<풀>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영국 일간 ‘가디언’, 프랑스 일간 ‘뤼마니테’에서 ‘최고의 그래픽 노블’로 각각 선정됐다. 크라우제 에세이상, 빅아더북 그래픽 노블 부문상 등 해외 유수의 만화상도 받았다.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 일본어, 중국어, 포르투갈어 등 14개국 언어로 출간돼 20여개국에 수출됐다. <기다림>도 미국 워싱턴포스트 ‘올해의 책’, 포브스 ‘올해의 그래픽 노블’에 선정됐다. 현재 10개국 이상에 수출됐으며, 계속 확장 중이다.

- <풀>과 <기다림>은 한국의 역사적 사건 속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국내보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더욱 반응이 뜨겁군요.

“보편성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에요. 많은 나라가 비슷한 경험이 있으니까요. 가령 스페인도 내전이 있었잖아요. 해외 독자들은 자국의 역사와 비교하면서 제 작품을 보는 거죠.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을 때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어요. ‘내전으로 인한 학살에 대해 과거사는 이제 잊고 앞으로 가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우리와 비슷한 고민들을 저마다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는 거죠.”

- 작품 관련 해외 초청이 많습니까.

“코로나 이전까지는 만화시장 동향도 볼 겸 자주 나갔어요. 최근에는 3년 만에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스위스 4개국을 3개월간 돌았어요. 브뤼셀 국제만화축제 중 한국만화전이 열리는 벨기에 만화센터에서 사인회를 가졌어요. 대다수 독자가 <풀>과 <기다림>을 사서 사인 요청을 하는데, <준이 오빠>를 내민 자폐증 청년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청년의 엄마는 이 책을 그려줘 고맙다는 인사를 제게 여러 번 했어요. 프랑스에서는 <개>, 스페인에서는 <풀>이 최근 출간돼 이와 관련한 TV와 라디오, 신문 인터뷰를 하고 강연과 사인회도 했어요.”

- 오히려 한국에서 작품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 대한 서운함은 없나요.

“서운하기보다는 안타까운 감정이 들어요. 해외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너무 고마운데 정작 한국 독자들이 제 작품을 모르고 읽지 않으면 이 길을 가고자 하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도 힘이 안 될 테니까요. 많이 알려지는 게 그들을 응원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차차 나아지길 기대해요”

김창길 기자

김창길 기자

<풀> <기다림> 외에도 그는 그동안 격랑의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상처 입고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주로 조명해왔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듯한 시선을 담은 작품도 펴냈다. 제주4·3항쟁의 비극을 그린 <지슬>, 박완서 원작을 만화로 재구성한 <나목>, 발달장애 뮤지션 이야기를 담은 <준이 오빠>, 조선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이자 조선 독립을 위해 투쟁한 김알렉산드라의 삶을 그린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인간과 개의 교감과 반려동물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사랑과 책임을 강조한 <개> 등이다. 자전적 만화 <아버지의 노래>와 어린이만화 <꼬깽이>(전 3권)도 출간했다. 그림책으로는 제주 해녀 이야기인 <애기 해녀 옥랑이 미역 따러 독도 가요!>, 원폭 피해자의 삶을 다룬 <할아버지와 보낸 하루> 등이 있다.

격랑의 한국 근대사 속에서 상처 입고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주로 조명해온 김금숙 작가는 “특히 여성의 삶과 여성의 인권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1971년생 여성으로서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고 그에 대한 반감과 문제의식을 크게 느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창길 기자

격랑의 한국 근대사 속에서 상처 입고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주로 조명해온 김금숙 작가는 “특히 여성의 삶과 여성의 인권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1971년생 여성으로서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고 그에 대한 반감과 문제의식을 크게 느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창길 기자

- 한국 근현대사 속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주로 펴내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나고 자라온 환경이 준 영향이 있어요. 돌아가신 제 아버지는 1925년생, 엄마는 1933년생이세요. 제 부모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동세대가 아니었다면, 엄마가 이산가족이 아니었다면, 아버지가 청년시절 징용 가다가 돌아온 일이 없었다면 제 관심이 덜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제 작품 속 인물이 남 같지 않았어요. 저는 밝고 즐거운 이야기보다 슬프고 아픈 사연에 더 끌려요. 인간은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고, 창작은 그 상처를 치유하는 치열한 과정이기도 해요.”

- 대부분 여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것도 김 작가 작품의 특징인 것 같아요.

“저는 여성의 삶과 여성의 인권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1971년생 여성으로서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고 그에 대한 반감과 문제의식을 크게 느껴왔기 때문이에요. 프랑스로 떠나 오랜 세월 돌아오지 않은 이유이기도 해요. 내가 어떤 계급인지를 비롯해 아무도 나를 모르는 땅에서 오로지 내 재능만 갖고 나라는 인간 자체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 김 작가의 작품을 그래픽 노블로 칭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래픽 노블이라는 용어가 생소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자전적 이야기나 사회적 이슈의 서사를 개성 있게 그려낸 출판 만화책을 그래픽 노블로 분류하는 듯해요. 반면 프랑스 만화가들은 그래픽 노블이든 방드 데시네(만화)든 명칭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만화가 제9의 예술로 단단히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그래픽 노블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어요. 자기와 자기 주변을 바라보는 작가의 내면의 목소리를 글과 그림으로 담은 작품이라고요.”

- 작품이 흑과 백으로만 이뤄져 있더군요. 그림 도구는 먹과 붓이라고요.

“동양화 붓을 사용하는데, 주로 굉장히 가는 1호나 3호 붓을 써요.”

- 붓으로 그리면 수정하기도 어렵지 않나요.

“틀려도 괜찮아요. 그림을 그리다 먹이 튀기도 하는데, 저는 그대로 두거나 그것을 이용해 다른 것을 그려요.”

- 컴퓨터 작업이 대세인 시대에 왜 굳이 종이와 먹, 붓 등 손작업을 고집하나요.

“제 성격과 잘 맞아서예요. 우리네 판소리처럼 담백하니까요.”

- 더 많은 독자 확보를 위해 웹툰으로 작품을 발표할 생각은 없습니까.

“웹툰 플랫폼은 컬러풀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데다 매주 작업량이 엄청나요. 제 작품이 클릭수가 많이 나올 작품도 아니기 때문에 플랫폼 쪽에서도 별로 원하지 않는 것 같고요. 제안이 온다면 생각은 해보겠지만, 글쎄요. 웹툰 플랫폼에서 리스크를 감당하려 할까요(웃음).”

김금숙 작가는 “먹고 살 일이 막막했던 파리에서 그림은 그리고 싶은데 작업실은커녕 재료 살 돈도 없었다”며 “조각가의 삶을 포기하고 우울한 마음을 견디려 낙서하듯 붓펜으로 그림일기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절망하던 순간 한국만화 번역 일을 제안받은 게 그래픽 노블 작가로 새출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창길기자

김금숙 작가는 “먹고 살 일이 막막했던 파리에서 그림은 그리고 싶은데 작업실은커녕 재료 살 돈도 없었다”며 “조각가의 삶을 포기하고 우울한 마음을 견디려 낙서하듯 붓펜으로 그림일기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절망하던 순간 한국만화 번역 일을 제안받은 게 그래픽 노블 작가로 새출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창길기자

김 작가는 전남 고흥의 시골마을에서 8남매 중 7번째이자 막내딸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몇날 며칠 돌을 주워서 쌓아 완성한 방 두 칸짜리 돌담집에 살았다. 한방에 8남매와 부모님이 잤고 옆방에는 농사지은 곡식과 마른 야채, 고추 포대가 쟁여 있었다. 나무를 해다 아궁이를 지피는 집이었다. 여섯 살이 되던 해 서울 가면 일도 많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부모님이 넘어가 서울 서초동으로 이사했다.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1년 만에 강서구 공항 근처 셋집으로 밀려났다. 초등학생 때 그림에 재능을 보인 그는 1994년 세종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스트라스부르 미술학교에 다녔다. 한국을 떠난 지 16년 만인 2010년 귀국했다.

-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유학생활은 순조로웠습니까.

“엄마가 대단한 분이세요. ‘딸이어도 공부한다면 끝까지 책임지겠다, 나는 그렇게 못살았으니까’ 하시면서 단식투쟁까지 해 아버지를 설득했어요. 부모님은 공항시장에서 좌판을 깔고 야채를 파시다가 나중에는 산에서 약초를 캐 파셨어요. 그렇게 번 돈이 초기 제 유학비 밑천이 됐어요. 저는 미술학교에서 재능을 인정받았고 유럽의 다른 나라에 전시와 레지던트 초청을 받아 여행했어요. 그러나 졸업 후 현실은 달랐어요. 부푼 꿈을 안고 파리로 이주했지만 당장 먹고살 일이 막막했어요. 아버지가 세상을 뜨신 후 결국 조각가로서 꿈을 포기했어요.”

- 만화는 어떻게 그리게 됐나요.

“그림은 그리고 싶은데 작업실은커녕 재료 살 돈도 없었어요. 우울한 마음을 견디려 낙서하듯 모나미 붓펜으로 그림일기를 썼어요. 만화에 가까웠어요 어느 날 제가 그린 만화를 프랑스 출판사에 보냈는데 ‘네 만화에는 관심 없고, 한국만화 번역을 해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만화를 출간하는 프랑스 모든 출판사와 협업하게 됐죠(웃음). 제가 번역한 한국만화가 100편 이상 될 거예요. 만화의 가능성을 깨달았어요. 연필 하나와 종이만 있으면 되고 무슨 이야기든 가능하고 못 그려도 괜찮으니까요.”

- 출판사에서 정식 출판한 첫 장편이 <아버지의 노래>인가요.

“네. 2012년 프랑스의 유서 깊은 갈리마르 출판사 계열의 만화전문 출판사에서 출간했어요. 2009년 계약 당시 에디터가 보낸 답장을 기억해요. ‘이 책이 대중적이지는 않다. 많이 팔 자신도 없다. 하지만 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잠들기 전에, 그리고 이튿날 아침에 읽었는데 세 번 다 눈물이 나더라.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출간하겠다.’”

- 프랑스 생활을 접고 2010년 한국 삶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1999년 남편과 함께 들어와 우리 가족에게 소개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한국이 너무 좋다며 1년만 살아보고 싶다는 거예요. 그럼 그러자고 한 건데, 제가 나가 사는 동안 성평등 문화를 비롯해 한국이 굉장히 많이 바뀌어 있었어요. 이제는 여기서 저의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적으로 독립돼 있어 자유로웠고요.”

10월 초 출간되는 김금숙 작가의 첫 에세이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10월 초 출간되는 김금숙 작가의 첫 에세이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그의 남편은 프랑스인이다. 프랑스에서는 교수이자 뮤지션이었다. 한국에서는 인디 뮤지션으로 살아간다. 부부는 서울의 오래되고 소박한 동네에서 살다 거주하던 다세대주택이 재개발로 무너지는 상황이 되자 강화도에 새 둥지를 마련했다. 이곳에서 부부는 당근, 감자라는 이름의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산다. 10월 초에는 그의 첫 산문집인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이 출간된다. 그가 그동안 써온 일간신문 칼럼 등을 모은 책이다.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을 묻자, 그는 “한 부부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며 “내년 초 프랑스에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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