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15년 동안 한땀한땀 제작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제페토는 존경받는 목공입니다. 마을 성당에서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상이 제페토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죠. 그에게는 보물 같은 아들 카를로가 있습니다. 카를로는 아버지를 닮은 성실하고 착한 아이죠.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미사일이 떨어지며 카를로는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하나 뿐인 가족을 잃은 제페토는 슬픔에 잠깁니다. 식사도 거른 채 술만 마시고, 성당 안 예수상은 미완성인 채로 시간이 흐르죠. 나무 요정은 그런 제페토를 딱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제페토가 소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에게 영혼을 불어넣어주고,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네, 맞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나무 소년이요.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피노키오>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명의 동화를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입니다. 멕시코 출신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공동연출하고 제작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것은 베니토 무솔리니 지배 하의 이탈리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며, 파시즘이 판치던 시기죠. 이런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모습의 피노키오는 환영받지 못합니다. ‘모범 이탈리아인’이라 칭송받던 제페토는 ‘불경한 물건’을 만들어 신성을 모독한 사람이라 손가락질 당합니다. 사람들을 향해 “나는 나”라고 외치는 피노키오를 시장은 ‘비정상적인 소년’이라 규정하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불온 분자군요. ‘독립적인 사상’을 가졌달까.”
하지만 피노키오는 곧 많은 이들이 탐내는 존재가 됩니다. 전쟁의 광기 속 피노키오의 ‘불사의 몸’은 승리를 위한 도구로 딱이니까요. 누군가는 피노키오를 무대에 세워 돈을 벌고, “무솔리니 만세!”를 외치게 하죠. 피노키오를 진정으로 아끼는 것은 제페토 뿐이지만, 안타깝게도 제페토 또한 피노키오를 아들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곁을 떠난 피노키오를 찾아 제페토는 자신 만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피노키오> 곳곳에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인장이 찍혀 있습니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와 크리처의 생김새는 말그대로 ‘기예르모 스타일’입니다. 프랑코 독재 정권 하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판의 미로>, 냉전 시대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의 사랑을 그린 <셰이프 오브 워터>처럼 잔혹한 현실을 바탕으로 만든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도 그대로이고요.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도 감독의 전작들과 연결됩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동화로 감독은 사랑, 성장, 파시즘, 전쟁 등 큰 주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작품에 개성을 불어넣는 또다른 요소는 제작에 활용된 스톱 모션 기법입니다. 감독은 15년을 쏟아부어 <피노키오>를 완성했습니다. 애니메이터들의 노고가 컸다고 합니다. 제작 과정을 담은 30분 분량의 영상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손끝으로 빚어낸 시네마>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피노키오>는 여러모로 관객의 귀를 호강시키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훌륭한 음악이 곳곳에 배치돼있습니다. 틸다 스윈튼과 이완 맥그리거, 케이트 블란쳇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로 참여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각 배우들이 어떤 캐릭터를 맡았는지 맞춰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영화는 원작이나 디즈니가 1940년 만든 동명의 작품과는 다른 결론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 또한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니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잘 어울립니다.
가슴찡 지수 ★★★★ 피노키오의 순수함에 가슴이 지릿
내 귀에 캔디 지수 ★★★ 감미로운 음악에 쟁쟁한 배우들의 목소리까지
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 Official Teaser Trailer |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