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취보다 재미···‘부산의 여유’는 우리의 힘” 떠오르는 밴드 해서웨이

최민지 기자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 해서웨이(왼쪽부터 강키위·이특민·최세요)가 지난 10일 부산 금정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 해서웨이(왼쪽부터 강키위·이특민·최세요)가 지난 10일 부산 금정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국의 록 음악 역사에서 부산은 빈번하게 등장하는 지명이다. 피아, 에브리싱글데이, 레이니썬 등 1990년대 활약한 밴드들의 공통분모도 부산이다. 고향 부산에서 음악을 시작한 이들은 ‘갈매기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했다. 2000년 처음 시작된 부산 국제록페스티벌은 국내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2023년, 부산의 유구한 ‘록 스피릿’을 잇는 밴드가 있다. 청년 세대의 사랑이나 막막함, 불안의 감정을 담은 세련된 사운드로 공감을 얻고 있는 해서웨이(hathaw9y)는 요즘 인디음악계에서 주목받는 뮤지션이다.


③밴드 해서웨이(hathaw9y)

“저희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 해서웨이입니다. 주로 인디 팝 음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지만,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그때그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작업하는 편입니다.”

지난 10일 부산 금정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해서웨이는 자신들의 음악을 이렇게 소개했다. 3인조 밴드 해서웨이는 강키위(기타·보컬), 최세요(드럼), 이특민(보컬·베이스)로 구성돼 있다. 독특한 팀명은 1970년대 미국의 솔 뮤지션 도니 해서웨이에서 따왔다. 재미를 더해보려 알파벳 ‘a’ 대신 9를 넣은 것이 지금의 이름이 됐다(세 멤버는 실명과 나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나이에 따른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몇 해 전 다른 밴드에서 만난 최세요와 강키위가 의기투합해 밴드를 만들고, 이후 이특민을 영입했다. 그 인연이 독특하다. 당시 한 고등학교 밴드부 교사로 일하던 강키위가 베이스를 배우러 온 이특민을 만났다. “(이특민이) 너무 특출난 학생이라 마음에 쏙 들었어요. 베이스가 필요한 시점이 되어 진지하게 같이하자고 이야기했죠. 삼고초려 끝에 함께했습니다.”(강키위)

2020년 1월 결성한 이후 해서웨이는 쉼 없이 달려왔다. 같은 해 11월 EP 앨범 <보이 러브스 해일리>를 시작으로 이듬해 8월 EP 앨범 <우 스크리블링 나이트>, 같은 해 12월 싱글 <항해박명>, 2022년 5월 <스윗 바이올렛 플레임>, 8월 <러브샌드>까지 데뷔 3년 만에 많은 노래를 세상에 내놨다.

세 청년은 주로 사랑을 노래한다. 위기를 맞은 연인의 이야기인 ‘낙서’, 이제 막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마음을 담은 ‘플레임’, 사랑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다룬 ‘러브’도 있다.

해서웨이 결성 직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이제 막 팀을 꾸렸건만 공연, 페스티벌 등 직접 관객을 만날 기회가 사라졌다. 해서웨이는 이 기간을 기회로 삼았다. 부지런히 곡을 쓰고 녹음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음원이 나왔는데 온라인으로 먼저 나온 거라 오히려 빨리 퍼진 것 같아요.”(강키위)

지난해 오프라인 행사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해서웨이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지난해 8월 국내 최대 규모인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그해 5월에는 음원 플랫폼 멜론이 숨겨진 명곡과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프로젝트 ‘트랙제로’에서 해서웨이의 ‘러브’를 선정했다. 홍대 앞 클럽에서 열린 공연은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정작 해서웨이 멤버들은 돌풍의 이유를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며 멋쩍어했다. “알 수가 없는 미지의 영역이에요. 음악에서 이유를 찾는 게 가장 어려워요. 다만 ‘우리가 귀엽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은 합니다(웃음).”

부산은 요즘 떠오르는 로컬 인디 음악의 성지다. 부산 앞바다를 닮은 ‘서프록’으로 해외에서도 극찬받은 11년차 4인조 밴드 세이수미를 비롯해 보수동쿨러, 소음발광, 제이통, 검은잎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등 다양한 개성의 뮤지션들이 부산 로컬 음악계를 구성하고 있다. ‘홍대 못지않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부산음악창작소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은 최소 100개 팀에서 많게는 150여개 팀에 달한다.

해서웨이 제공

해서웨이 제공

밴드 해서웨이가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멜론의 기획 공연 시리즈 ‘트랙제로’ 공연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해서웨이 제공 사진 크게보기

밴드 해서웨이가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멜론의 기획 공연 시리즈 ‘트랙제로’ 공연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해서웨이 제공

해서웨이는 세이수미가 부산 로컬 신의 기둥 같은 존재라고 했다. 강키위는 “세이수미의 존재 자체가 부산 신에 활력이 된다”며 “실제로 도움을 많이 주셔서 모르는 게 있으면 항상 전화부터 한다”고 말했다. 음악과 관련한 조언부터 스튜디오 임차까지 세이수미는 후배들에게 든든한 선배다. “세이수미가 없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요. 지방에서 해도 세이수미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최세요)

부산 로컬 신 내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 해서웨이는 동료 밴드인 보수동쿨러(보수동은 부산 중구의 동네 이름이다)와 협업한 앨범 <러브 샌드>를 지난해 8월 발매했다. 레트로한 분위기의 앨범 재킷은 화제가 됐다. 함께 공연도 열었다. 협업이 늘다보니 해서웨이와 보수동쿨러, 세이수미 세 팀 모두를 좋아하는 팬들도 늘었다. 팬들은 이 세 팀을 묶어 ‘가좍’(가족을 장난스럽게 이르는 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협업이 특별히 부산 로컬 신의 활성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최세요는 “그냥 재밌으니까 한다. 뒷일 생각 안 하고 곡 만들고 녹음하고 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다들 좋아해주셨다”고 했다. “특별한 계산이 들어가지 않고 순전히 친하게 지내다 보니까 죽이 잘 맞고 ‘와 재밌겠다 해보자!’ 하면서 된 거거든요. 그래서 유니크한 것 같기도 하고요.”(강키위)

세 사람은 나고 자란 부산에서 계속 음악 활동을 할 생각이다. 바삐 돌아가는 서울과 멀찍이 떨어져 차분하게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은 해서웨이에겐 큰 자산이다. “지방의 작은 신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무언가를 쟁취해야 한다는 압력에서 자유로워요. 항상 여유를 갖고 음악을 하는데 확실히 작업에 긍정적이에요.”(강키위)

“다른 팀들이 무얼 하는지 의식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재밌는 것, 우리에게 좋은 것을 하자는 마음으로 할 수 있습니다. 부산에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최세요)

해서웨이는 지난 1일로 결성 3주년을 맞았다. 4년차 밴드가 된 지금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정규 앨범이다. 강키위는 “정규라는 타이틀로 볼륨이 큰 작업을 멋지게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성공적으로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올해는 정규 앨범을 만드는 데 시간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디밴드 해서웨이(왼쪽부터 최세요, 이특민, 강키위)가 10일 부산 금정구 모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디밴드 해서웨이(왼쪽부터 최세요, 이특민, 강키위)가 10일 부산 금정구 모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밴드 해서웨이(왼쪽부터 최세요, 이특민, 강키위)가 지난 10일 부산 금정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사진 크게보기

밴드 해서웨이(왼쪽부터 최세요, 이특민, 강키위)가 지난 10일 부산 금정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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