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로 여는 책]엉뚱함·호기심으로 가득한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아이들을 위한 세계의 공간>은 “상점 전면은 이를테면 마치 진짜 시간 여행자를 위한 세븐일레븐 편의점처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상점이 완성되고 재미있어지며, 적어도 그 상점이 존재하는 동안은 우리의 삶이 조금이나마 덜 지루해질 것이다”고 말한다. 사진은 샌프란시스코 ‘미션 베이 센터’ 전면. 미메시스 제공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아이들을 위한 세계의 공간

국제 청소년 글쓰기센터 연맹 지음·김마림 옮김 | 미메시스 | 480쪽 | 3만5000원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아이들을 위한 세계의 공간>에는 유쾌한 색깔의 상상력이 슬라임처럼 쭉쭉 묻어날 것만 같은 세계 각국의 공간이 가득하다.

‘826 내셔널’은 대담한 아이디어와 재치 있는 테마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미국의 비영리단체다. 2002년 작은 출판사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교습센터를 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빌린 건물은 소매상업지역에 속했다. 반드시 무언가를 팔아야 했다. 이들은 ‘해적 상점’을 열기로 했다.

내부는 엉뚱하게 꾸몄다. 이상한 안내물에서부터 잠망경, 비밀의 문과 해적선에 꼭 있을 것 같은 보물상자까지. 해적 상점은 이들이 임차료를 내는 데 도움이 됐고, 주변 이웃이나 도시 등과 연결해줬다. 희한한 상점은 가볼 만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매주 수천명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숙제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해적 상점은 이곳에 오는 학업 부진아들의 낙인효과를 지우는 역할도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드는 도서관이나 글쓰기 센터와는 달랐다. 자유롭고 편안했다. 기발한 이 공간에서는 아이들의 창의적인 면을 깨웠다. 그리고 세계 곳곳의 유사한 단체들이 다양한 센터를 열었다. 뉴욕 브루클린 ‘826NYC’, 영국 로더럼 ‘그림 상회’, 호주 파라마타 ‘이야기 공장’, 이탈리아 토리노 ‘스쿠올라 홀덴의 프론테 델 보르고’, 캐나다 토론토 ‘이야기 행성’ 등.

샌프란시스코 ‘미션 베이 센터’는 깊은 숲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느낌이다. 이곳을 만든 이들은 주변에 모두 새로 지은 회색 건물만 있어서 단조로운 도시의 거리 한구석을 신비롭고 깜짝 놀랄 만한 공간으로 변모시켜야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겼다고 한다. 내부 공간에서 책을 읽을 때 책과 함께 아늑하게 몸을 웅크릴 수 있도록 꼬마전구가 달려 있는 동굴을 만들었으며, 이끼와 나무껍질 등으로 벽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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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온타리오 토론토에 있는 ‘이야기 행성’ 내부. “이야기 행성으로 들어가는 독창적인 입구는 다른 세계와 통하는 입구 같다.” 미메시스 제공

열어보고 싶도록 꾸며놓은 내부. 미메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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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파라마타에 위치한 ‘이야기 공장’에서는 어쩌면 연체동물이 되어야 할 것만 같다. 내부는 물 흐르는 듯한 곡선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는 주로 네모난 모양과 직선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며 자랐지만, 이곳에서는 통념을 깨고 모든 공간에 곡선을 반영했다. 곡선으로 된 이 공간을 좋아하는 한 초등학생은 “건물을 껴안을 수 있어서 좋다”며 정말 건물을 껴안았다고 한다.

파는 물건도 심상치 않다. 상점에서 파는 모든 물건에서 ‘재치’는 덤이다. 영국 런던에 있는 ‘이야기 본부’에 가면 ‘애매한 불안함’이라는 라벨이 붙은 캔이 있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 캔에는 사탕이 담겨 있다. 실제 제과회사가 만든 사탕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어린이를 위한 공공의 공간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