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도시에 리듬감 불어넣은 두 남자···듣다 보니 ‘꿀잼’인걸

최민지 기자

대전 2인조 그룹 ‘혹시몰라’

공연 섭외 펑크 대비해 꾸린 팀

2019년 발표한 ‘보문산메아리’

유명 빵집 성심당 대표메뉴 소재

활동 10년차, 거창한 목표 대신

‘편하게’‘꾸준하게’ 음악하고파

2인조 싱어송라이터 그룹  ‘혹시몰라’의 멤버 이강국·전영국(오른쪽)이 지난 16일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의 작업실에서 ‘교만과 참견’을 부르고 있다. 성동훈 기자

2인조 싱어송라이터 그룹 ‘혹시몰라’의 멤버 이강국·전영국(오른쪽)이 지난 16일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의 작업실에서 ‘교만과 참견’을 부르고 있다. 성동훈 기자

[서울 밖 뮤지션들⑤]‘노잼’ 도시에 리듬감 불어넣은 두 남자···듣다 보니 ‘꿀잼’인걸
대전에는 없는 게 많다. 다른 광역시엔 다 있는 특별한 관광지도, 유명한 특산품도 없다. 그래서 짓궂은 별명도 생겼다. ‘노잼 도시’, 즉 재미없는 도시란 뜻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다. 150만명이 사는 곳에 좋은 음악 하나 없을까. ‘혹시몰라’는 이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다.

혹시몰라는 2014년 데뷔한 2인조 싱어송라이터 팀이다. 기타와 보컬을 맡은 이강국(39)과 보컬 전영국(35)이 멤버다. 디지털 싱글 <잇츠 오케이>를 시작으로 2018년 정규 음반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2020년 EP <돌아오는 길은 항상 가는 길보다 길지 않아> 등 총 9장의 앨범을 냈다. 기타와 보컬로 이뤄진 담백한 음악이다.

지난 16일 대전 중구 대흥동의 작업실에서 만난 혹시몰라는 자신들을 “어쿠스틱을 기반으로 한 포크 또는 팝에 해당하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특한 팀명에는 두 사람이 음악을 시작한 사연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강국과 전영국은 2011년 처음 만났다. 이강국은 대학생, 전영국은 문화기획자이던 때였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서로 알게 됐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덕분이었다. “영국이와 저, 그리고 다른 친구까지 셋이 모여 청년 문화콘텐츠 기획사를 창업했어요. 충남대 앞 대학로 활성화 차원에서 음악 페스티벌을 열어보기로 했죠.”(이강국)

2020년 11월 혹시몰라가 대전의 한 독립서점에서 EP앨범 발매공연을 하고 있다. 혹시몰라 제공

2020년 11월 혹시몰라가 대전의 한 독립서점에서 EP앨범 발매공연을 하고 있다. 혹시몰라 제공

한창 거리공연이 활성화된 시기였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궁동 대학로에서 거리공연을 했다. 매번 세 팀의 뮤지션을 무대에 올렸는데, 섭외가 쉽지만은 않았다. 어느 날 공연 홍보 포스터를 만들다 미처 구하지 못한 세 번째 팀 대신 ‘혹시몰라준비한팀’을 적어넣었다. 혹시라도 섭외를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이강국과 전영국이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꾸린 팀이었다. 마침 만들어둔 노래가 여러 곡 있었으니 못할 것도 없다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펑크가 났다.

이강국은 “마지막에 시간 때우려 한 건데, 그날 공연한 팀들 중에서 반응이 제일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쩌면 우리가 무대에 서고 싶어서 섭외를 열심히 안 했는지도 몰라요.”(전영국)

두 사람의 음악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2014년 첫 앨범을 냈다. ‘혹시몰라준비한팀’에서 ‘준비한팀’을 떼어내고 ‘혹시몰라’로 팀명도 바꿨다. 거리에서 시작한 혹시몰라는 점차 다양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대전 시내의 독립서점도 이들에겐 훌륭한 공연장이 됐다. 기획자로 시작한 두 사람이었기에 섭외가 없으면 스스로 무대를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대전에서 결성해 줄곧 대전에서 활동해온 혹시몰라지만, 한창 활발히 활동하던 2010년대 중후반에는 서울에 거의 살다시피 했다. 밤늦게까지 서울에서 작업이나 공연을 하고 대전으로 내려와 잠만 자고 다시 서울로 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이 정도 차비면 서울에 방 하나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대전에 남았다. “이 정도 고생은 할 만하다고 결론내렸어요. 대전이 집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죠.”(이강국)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봐요. 특히 요즘 같은 시대라면요. 하루 안에 왔다갔다 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도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으니까요.”(전영국)

[Official M/V] 혹시몰라(Hoksimolla) - 신탄진(Sintanjin)

대전에 살며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토대로 곡을 쓰다보니 자연스레 대전을 소재로 한 곡도 만들었다. ‘신탄진’(2020)이 대표적이다.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려가/ 내 앞의 유일한 동료는/ 가득 짐을 실은 화물차뿐/(중략)/ 불빛 하나 없는 평야를 가르며/ 어느새 신탄진을 지날 때”

대전 북부 지역인 신탄진은 대전 사람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경부선 기차, 경부고속도로 모두 신탄진을 지나요. 대전 밖으로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신탄진이 보이면 ‘집에 다 왔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죠.”(이강국)

혹시몰라는 2019년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보문산메아리’를 소재로 한 노래를 발표했다. 두 사람은 보문산 메아리를 우유와 함께 먹어야 맛있다고 추천했다. 붕가붕가레코드 유튜브 채널 갈무리

혹시몰라는 2019년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보문산메아리’를 소재로 한 노래를 발표했다. 두 사람은 보문산 메아리를 우유와 함께 먹어야 맛있다고 추천했다. 붕가붕가레코드 유튜브 채널 갈무리

2019년 발표한 ‘보문산 메아리’에는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에 대한 대전인의 자부심과 재치가 담겼다. 성심당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보문산 메아리가 주인공이다. “고소한 맛 끊이지 않게 돌돌 말아/(중략)/ 한 겹 떼어낸 순간 모두 알게 되지/ 멈출 수 없다는 걸/ 사랑은 가끔은 쓰기도 하지만/ 빵은 언제나 달다는 걸”

어느덧 활동 10년차가 된 혹시몰라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편하게’ 그리고 ‘꾸준하게’다. 음악을 오래, 꾸준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편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계속하는 게 중요한데 편하지 않고 재미있지 않으면 못하거든요. 물론 적당한 긴장감은 필요하지만요.”(이강국)

두 사람은 거창한 목표 대신 지금껏 그래 왔듯 자신들의 삶을 노래하겠다고 했다. “우리의 20대(에 대한) 노래가 있었고 30대 노래가 있었듯이 앞으로는 40대 노래가 있겠죠. 그 모든 것들을 잘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전영국)

‘혹시몰라’의 멤버 이강국(보컬 및 기타·오른쪽)과 전영국(보컬)이 16일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의 작업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혹시몰라’의 멤버 이강국(보컬 및 기타·오른쪽)과 전영국(보컬)이 16일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의 작업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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