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도 안돼 돌아온 ‘베토벤’…뮤지컬 재공연 빨라지는 이유읽음

허진무 기자

‘베토벤’ 3월26일 폐막·4월14일 ‘시즌2’ 시작

‘식스 더 뮤지컬’ 오리지널 5일 뒤 한국 라이선스

장기공연으로 수익·뮤지컬 호황 분석

뮤지컬 <베토벤>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베토벤>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데스노트>의 한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데스노트>의 한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여러 대작 뮤지컬들이 언제 관객과 작별했냐는 듯 줄줄이 돌아왔다. 과거 뮤지컬은 초연한 뒤 1~3년이 지나야 재공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몇 개월 만에 다시 막을 올리는 작품이 늘었다. 엔데믹 분위기에 접어들자 그동안 극장을 못 갔던 관객들의 ‘보상 소비’가 폭발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1월12일~3월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베토벤>은 폐막 한 달이 되지 않은 4월14일~5월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즌2’라는 제목으로 막을 올렸다. 클래식 음악의 악성(樂聖) 베토벤의 사후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가 발견된 사건을 토대로 창작한 뮤지컬이다. ‘시즌2’에선 베토벤 역의 솔로 넘버 ‘절벽의 끝’과 안토니 역의 솔로 넘버 ‘절망만이 나의’를 추가했고 일부 캐릭터와 줄거리를 수정했다. ‘시즌1’은 관객의 호평과 혹평이 극명하게 갈려 공연 예매 인터넷 사이트 인터파크 평점이 10점 만점에 7점대까지 떨어졌지만 ‘시즌2’는 9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박효신, 박은태, 카이, 옥주현 등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데스노트>는 ‘앙코르 공연’이라는 제목으로 3월28일~6월18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이름을 적은 대상이 사망하는 ‘데스노트’를 가진 천재 대학생 ‘야가미 라이토’와 그를 추적하는 천재 탐정 ‘엘’이 대결하는 이야기로 일본 인기 만화가 원작이다. 2015년 초연, 2017년 재연, 2022년 삼연했다. 2022년 삼연이 역대 최단기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자 6주간 연장 공연한 뒤 약 8개월 만에 ‘앙코르’로 돌아왔다. 홍광호, 김준수, 고은성, 김성철 등 주연 배우들이 그대로 다시 출연했다.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 장면. 아이엠컬처 제공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 장면. 아이엠컬처 제공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오리지널 투어팀 공연 장면. 아이엠컬처 제공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오리지널 투어팀 공연 장면. 아이엠컬처 제공

<식스 더 뮤지컬>은 3주간의 오리지널 투어팀 내한 공연이 끝난 지 5일 만에 곧바로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을 시작했다. 서울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3월10~26일 투어팀이 공연했고, 같은 극장에서 3월31일~6월25일 한국 배우들이 초연을 올렸다. 등장인물 6명뿐 아니라 라이브 밴드 4명까지 모두 여성이다. 영국 왕 헨리 8세의 여섯 부인들 삶을 재구성한 주체적 여성 서사로 뮤지컬 관객의 절대다수인 20·30대 여성의 호응이 높다.

<영웅>은 LG아트센터서울에서 지난해 12월21일~올해 2월28일 공연을 마치고, 한 달도 안 돼 블루스퀘어로 옮겨 3월17일~5월21일 공연을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2009년 초연한 이래 올해까지 재공연 횟수가 9연에 달하는 스테디셀러이다. 지난 3월28일에는 누적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규모 창작 뮤지컬은 초연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재공연을 거쳐야 수익을 얻지만 객석을 채울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이에 초연에서 관객 반응을 체크해 부족한 점을 보완한 뒤 적어도 1년이 지나서야 다시 무대에 올려왔다.

‘뮤지컬 대국’인 미국이나 영국에선 대작을 올릴 1000석 이상 대극장이 많아 통상 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관객이 없을 때까지 공연을 이어가는 ‘오픈런 공연’을 한다. 대극장이 적은 한국은 장기 대관하지 못해 통상 공연 기간이 2~3개월이다. 극장을 옮겨 공연하면 무대 세트를 재설치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최근 재공연이 빨라진 현상은 대극장을 옮겨가며 공연해도 손해를 보지 않을 만큼 관객이 지갑을 열 것이란 기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대극장을 장기간 대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뮤지컬 제작 단계부터 극장을 옮겨 공연하는 계획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며 “기본적으론 시장이 커지고 작품의 질도 좋아져 객석을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역대 최대 호황기를 맞았지만 호황이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을 분석한 결과 뮤지컬의 지난해 티켓 판매액은 4253억원으로 전년(2343억원)보다 81% 늘었다. 공연 건수는 2778건으로 전년보다 80%, 티켓 판매 수도 약 738만건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보고서에 “지금과 같은 급격한 시장 성장은 코로나19에 따른 보상 소비 심리 영향으로 장기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며 “올해 경제 전망도 밝지 않아 호황을 장기 지속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뮤지컬 <영웅>의 한 장면. 에이콤 제공

뮤지컬 <영웅>의 한 장면. 에이콤 제공

뮤지컬 <영웅>의 한 장면. 에이콤 제공

뮤지컬 <영웅>의 한 장면. 에이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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