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가유산기본법’ 따른 향후 관련 정책 추진방향 발표
‘국가유산산업 진흥법’ 마련, ‘케이 헤리티지 패스’ 도입, ‘국가유산청’으로 명칭 변경 등
유네스코 “유산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 될 것”
기존 문화재 개념과 분류 체계, 관련 정책방향 등을 재편한 ‘국가유산기본법’이 내년 5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문화재청의 명칭도 ‘국가유산청’으로 바뀐다.
또 국가유산의 신성장 동력화를 위한 ‘국가유산산업 육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가칭) 마련이 추진되고, 국가유산 방문객들이 전국 문화·숙박시설과 식당에서 할인 받을 수있는 ‘케이 헤리티지(K-Heritage) 패스’(가칭)도 도입된다. 국가유산의 새로운 가치·역할 창출에 따른 다양한 활용, 해외 한국 문화유산 환수를 위한 거점 확보와 현지 활용 활성화 정책이 시행되고, ‘국가유산통신사’(가칭) 파견 등 ‘K-국가유산’의 세계화 작업도 추진된다.
문화재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유산 미래비전 선포식’을 8일 서울 강남구 민속극장 풍류에서 개최했다. 지난 5월 제정된 ‘국가유산기본법’의 내년 5월 시행을 앞두고 각게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유산의 새로운 역할과 가치를 제시하고 이에 따른 문화재청의 향후 정책 방향과 과제, 미래 비전과 전략을 소개한 자리다.
‘국가유산기본법’은 1962년 제정돼 지난 60여 년 이어져온 ‘문화재보호법’ 체계를 시대 변화와 상황에 맞게 크게 재편, 재정립했다. 국가유산기본법에서는 기존 재화적, 과거 유물이란 성격이 강했던 ‘문화재’란 명칭을 국제적 기준에 맞춰 과거와 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유산’(遺産·heritage)이란 개념으로 확장했다.
또 유형문화재·무형문화재·민속문화재·기념물 등의 기존 분류체계를 국제 기준과 연계해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 3개 체제로 재편하고, 이들 유산의 통칭으로 ‘국가유산’이란 용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특히 ‘국가유산기본법’은 국가유산의 보호·관리와 더불어 새로운 가치 창출과 활용의 활성화, 국민 참여와 향유 확대, 지역발전, 지속가능성 등의 기본원칙도 규정하고 있다.
이날 ‘국가유산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문화재청의 향후 국가유산 비전과 정책 추진방향을 직접 발표한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국가유산의 미래 비전을 ‘국민과 함께 누리는 미래가치, 국가유산’으로 설정했다”며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사회적 가치를 지키며, 다양성의 가치를 나누는 것’을 전략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 및 지역발전의 신성장 동력, 첨단기술로 새롭게 만나는 디지털 헤리티지, 국민의 삶과 조화로운 보호체계, 위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가치 구축, 모두가 누리는 국가유산 복지, 세계인과 함께 향유하는 K-국가유산 등 6대 추진 전략도 소개했다.
최 청장은 “국가유산 체제 아래 문화재청의 향후 정책 방향은 국가유산이 재화나 사물 등의 관점에서 벗어나 유·무형적 가치를 고려하고, 역사와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미래 가치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다양한 정책을 발굴해 그 미래 가치와 성과를 국민 모두와 함께 누리고 공유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정책 추진과 더불어 문화재청의 명칭도 ‘국가유산청’으로 변경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되는 내년 5월까지는 명칭 변경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내년 하반기에 ‘국가유산산업 육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가칭)을 발의해 관련 산업의 육성·진흥의 법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비롯해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등과 같이 국가유산 산업 진흥을 위한 관련 기구 설립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국 지자체와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유산 방문객들이 전국의 다양한 문화·숙박시설, 음식점 등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케이 헤리티지(K-Heritage) 패스’(가칭)도 도입된다. 또 서울의 고궁을 비롯해 전국 지역의 특색있는 고택, 유적지, 근대건축물 등에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등 국가유산의 공간 활용 다변화, 방치된 고택과 근대건축물의 숙박시설·카페 활용화 등 새로운 역사문화자원의 가치 창출과 지역활성화도 추진한다.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에 따라 ‘K-국가유산’의 세계화를 위한 정책도 시행된다. 해외의 한국 문화유산 환수 확대와 현지 활용도 확산이 동시에 진행된다. 유럽 지역에 환수·활용을 위한 새로운 거점을 확보하고, 해당 국가들과의 역사·문화적 가치 공유작업도 활성화한다. 또 무형유산 이수자 등으로 구성된 ‘국가유산 통신사’(기칭)나 ‘문화유산전문관’의 해외 파견과 활동 지원, 국제개발협력(ODA) 확대도 추진한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국제해석설명센터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확장에 나서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같은 문제에 대해 능동적인 입장을 국제사회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 국가유산 관련 기획 도서의 영문 보급, 한국 유산 명칭의 국제적 사전 등재 등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의 사진과 영상·조사보고서와 같은 원천 자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도록 디지털 플랫폼 구축과 관련 데이터 개방도 확대된다. 또 고령화 사회 속에 전승 단절이 우려되는 무형유산 분야에서는 전승교육사·이수자의 개방형 조사·평가, 수리분야의 ‘차세대 장인스쿨’(가칭) 같은 전문교육기관을 설립 등 제도개선을 통해 지속가능성 확보에 나선다. 형성된 지 50년 이상 된 창극·사물놀이 등 무형유산의 지원을 위한 ‘근현대 무형유산 등록제’ 도입도 추진된다.
문화재청은 국가유산 주변 지역의 관리·정비와 관련해 “개발행위로 인한 국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할 것”이라며 “현 지정유산 중심의 보호체계를 포괄적 보호체계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현재 64% 수준인 기초 지자체 국가유산 전담조직 설치비율도 2040년까지 80%로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의 유형별 관리 체계 강화로 기후변화에 따른 민첩한 대응, 장애인과 노약자·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국가유산 향유의 지원 강화, 학교교육과 사회교육 과정에서 국가유산 교육 확대 등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장은 이날 영상으로 보낸 축사에서 “대한민국은 유네스코의 중요한 파트너”라며 “‘국가유산’으로의 전환은 국가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문화재청은 ‘국가유산기본법’ 제정에 이바지한 공로로 이상헌·배현진 국회의원 등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