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넘어선 새로운 크리스마스 명작 ‘바튼 아카데미’

최민지 기자

1970년 크리스마스 맞은 미국 명문 사립고 배경

역사교사·문제아·아들 잃은 주방장 이야기

‘사이드웨이’ 알렉산더 페인 감독…21일 개봉

<바튼 아카데미>는 1970년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은 미 동부의 명문 사립학교 ‘바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방학을 맞아 모두 떠난 학교에 꼬장꼬장한 역사 교사 ‘폴’과 문제아 ‘털리’가 남아 2주간 함께 시간을 보낸다.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바튼 아카데미>는 1970년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은 미 동부의 명문 사립학교 ‘바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방학을 맞아 모두 떠난 학교에 꼬장꼬장한 역사 교사 ‘폴’과 문제아 ‘털리’가 남아 2주간 함께 시간을 보낸다.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나이브해서 사랑하게 되는 영화가 있다. 주로 크리스마스에 맞춰 나오는 영화들이 그렇다. <바튼 아카데미>는 지난해 말 미국 현지에서 개봉했고, ‘새로운 크리스마스 명작’이라는 평을 얻었다. 이 역시 무딘 게 미덕인 ‘그런 영화’ 중 하나일까. 이런 기대를 품고 극장에 간다면 영화가 지닌 날카로움에 놀랄 수 있다. 물론 기분 좋은 놀람이다.

영화는 1970년 12월, 미국 동부의 기숙학교 바튼 아카데미의 풍경을 비추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방학 당일인 이날 교내에는 설렘이 떠다닌다. 교내 성당에선 방학 예배를 준비하는 성가대 연습이 한창이고, 기숙사는 짐을 싸는 학생들로 떠들썩하다. 마음은 이미 가족이 기다리는 따뜻한 집, 달콤한 휴가를 보낼 카리브해 섬과 버몬트의 스키장에 가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영화의 클리셰가 무엇인가. 낙오다. <바튼 아카데미>에서도 낙오자가 발생한다. 모두가 떠나 텅빈 학교에서 연말을 보내게 된 사람은 총 3명. 꼬장꼬장한 성격 탓에 학생은 물론 동료들도 싫어하는 역사 교사 폴(폴 지아마티), 재혼한 엄마가 신혼여행을 떠나며 남겨진 문제아 털리(도미닉 세사), 베트남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급식소 주방장 메리(더바인 조이 랜돌프)다. 그렇지 않아도 함께 세밑을 보내기에 썩 달갑지 않은 조합인데, 설상가상 남은 식재료는 얼마 없고 난방도 안 된다.

영화는 원치 않았던 이들의 동고동락을 그린다. 살을 맞대고 지내는 2주는 발가벗겨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세 사람은 서로를 오해하고, 뾰족한 말로 할퀴다 그 안의 상처를 본다. 영리한 각본은 이들 마음속 상처를 제대로 헤집는 데 이어 베트남전쟁과 인종차별, 빈부격차 같은 당대의 아픔을 훑는다. 그리고 상실과 생의 허무 같은 깊은 주제로 이야기를 뻗어나가게 한다. 주로 역사 교사이자 독서광인 폴의 입을 빌려서다. 사람으로부터, 역사로부터 인생의 씁쓸함을 깨달아온 폴의 대사는 가슴을 친다. “대부분의 인생은 닭장의 횃대처럼 더럽고 옹색한 거야.”

그래도 크리스마스 영화는 크리스마스 영화다. ‘얼렁뚱땅’ 갈등을 봉합하는 서두름이 없을 뿐 <바튼 아카데미>는 의무와도 같은 따뜻함을 잊지 않고 선사한다. 다만 거기까지 이르는 경로가 조금 다를 뿐이다. 만약 매년 겨울 이 영화를 꺼내보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다름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아 모두가 집으로 떠나고 텅 빈 학교에 남은 세 사람은 함께 2주간 지내며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아 모두가 집으로 떠나고 텅 빈 학교에 남은 세 사람은 함께 2주간 지내며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영화는 다음달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각본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편집상 등 5개 부문에 후보로 오를 만큼 작품성과 연기력을 두루 인정받았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주요 매체가 뽑은 ‘올해의 영화’ 리스트에도 다수 이름을 올렸다.

지아마티는 갑옷을 두른 듯 차가워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폴을 연기했다. 그는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등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털리를 연기한 도미닉 세사와 메리 역의 더바인 조이 랜돌프도 기억에 남을 연기를 한다. 더 체임버스 브러더스의 히트곡 ‘더 타임 해즈 컴 투데이’ 같은 1960년대 음악과 복고적 분위기의 소품과 연출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사이드웨이>(2004), <디센던트>(2012)를 만든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연출했다. 21일 개봉. 러닝타임 133분. 15세 이상 관람가.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아 모두가 집으로 떠나고 텅 빈 학교에 남은 세 사람은 함께 2주간 지내며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아 모두가 집으로 떠나고 텅 빈 학교에 남은 세 사람은 함께 2주간 지내며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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