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작 2편, 경쟁부문은 0…한국영화 없는 칸영화제

최민지 기자
<베테랑 2> 스틸컷. CJ ENM 제공

<베테랑 2> 스틸컷. CJ ENM 제공

오는 14일 칸 국제영화제가 77번째 축제의 막을 연다. 세계 3대 영화제 중에서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축제다. 2000년대 이후 매년 한국 문화의 힘을 확인하는 이 무대에서 올해 한국 영화를 위한 자리는 보잘 것 없다. 경쟁부문에 단 한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단지 비경쟁 부문에서만 두 편의 작품이 관객들을 만날 뿐이다.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 영화 최초로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올드보이>(2004·박찬욱), <밀양>(2007·이창동), <박쥐>(2009·감독 박찬욱), <시>(2010·감이창동), <아가씨>(2016·박찬욱), <버닝>(2018·이창동) <헤어질 결심>(2022·박찬욱) 등 19편이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경쟁작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났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2019년은 한국 영화가 맞은 최고의 해였다.

엔데믹 직후인 지난해만 해도 총 7편의 영화가 칸의 땅을 밟았다.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관객의 박수를 받았고,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가 감독 주간 폐막을 장식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선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선을 보였고 신인인 유재선·김창훈 감독의 <잠>과 <화란>이 각각 비평가주간과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관객을 만났다. 경쟁 부문은 아니었지만, 신인 감독 작품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영화 제작이 위축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대로 인력과 자원이 몰렸다. 관객 눈길을 끄는 영화는 줄었고 비평적 완성도에 상업적 재미를 갖춘 영화는 보기 드물어졌다. 1년 전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7편이 세계 무대에 설 당시, 뒤에서는 이미 “내년에는 칸에 올 만한 영화가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미 예견된 일인 셈이다. 최근 정부의 영화제·독립영화 지원 축소 및 삭감은 앞으로를 밝게 전망하기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번에 비경쟁부문에 오른 한국 작품은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와 <영화청년, 동호>다. 열혈 형사들의 활약상을 그린 <베테랑 2>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심야 시간에 장르 영화를 선보이는 섹션으로 비경쟁 부문이다. 칸 클래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청년, 동호>는한국 영화의 산증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하지만 칸 영화제 초청작이 없다는 사실 만으로 한국 영화의 위기를 진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영화계 관계자 A씨는 “칸 영화제는 개별 작품의 퀄리티 말고도 영화의 성격이나 영화제 제출용 편집본의 완성 시기 등 여러 요소가 동시에 맞아 떨어져야만 갈 수 있다”며 “칸의 인정 여부로 산업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이 칸에 초청받지 못했다고 나쁜 영화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실제 경쟁 부문 진출이 유력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은 개봉 시기 문제로 올해 칸의 레드카펫을 밟지 못했다.

영화제 초청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내수 시장에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씨는 “관객의 콘텐츠 소비 패턴 변화에 제때 발맞추지 못하며 발생하는 상황에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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