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경계를 걷는 형사…오구리 슌의 열연 드라마 ‘보더’

허진무 기자
일본 드라마 <보더> 포스터. 왓챠 제공

일본 드라마 <보더> 포스터. 왓챠 제공

[오마주]선악의 경계를 걷는 형사…오구리 슌의 열연 드라마 ‘보더’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이시카와 안고는 일본 경시청 수사1과의 엘리트 형사입니다. 일본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수사1과는 실제 수사력이 출중한 형사만을 발탁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시카와도 정의감 넘치고 살인 사건 수사에만 몰두하는 독종입니다. 이시카와는 은퇴 경찰관 살해 현장에서 숨어있던 범인에게 총을 맞습니다. 총탄이 이시카와의 머릿속에 박힙니다.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그때부터 죽은 사람의 유령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형사가 범인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일본 TV아사히 드라마 <보더>의 주인공 이시카와가 그렇습니다. 사건의 피해자인 유령들이 범인의 정체를 이시카와에게 알려줍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범죄를 증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범인은 너무 사악하고, 사건은 너무 끔찍하고, 피해자는 너무 불쌍합니다. 범인임은 분명하지만 증거가 없어 놓아줘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독자께서 형사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드라마 속에서 이시카와는 선과 악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불의를 행했다면 정의로운 것일까요. 이시카와는 거악(巨惡)을 처단하기 위해 소악(小惡)을 저지릅니다. 처음에는 정보원과 해커에게서 약간의 도움을 받지만 점점 위증과 협박에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1화부터 9화까지 에피소드마다 ‘발현’ ‘구출’ ‘연쇄’ ‘폭파’ ‘추억’ ‘고뇌’ ‘패배’ ‘결단’ ‘월경’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이어지는 두 글자 제목들은 이시카와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시종일관 심각하고 우울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동료 형사 아오키 무네타카와 검시관 히가 미카의 유치한 신경전 등 소소한 코미디 장면이 등장합니다. ‘추억’ 같은 에피소드에선 코미디 끝에 독특한 비감(悲感)이 있습니다. 한 편 한 편이 하나의 작품으로서 빼어난 완성도를 갖췄습니다.

<보더>는 10년 전인 2014년에 방영한 작품입니다. 유명 배우인 오구리 슌이 이시카와를 연기합니다. 지금보다 다소 앳된 얼굴인데 그의 화려한 경력에서도 손꼽을 만큼 놀라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오구리 슌의 표정에 혼란, 분노, 우울이 번지며 암울한 그림자가 생깁니다. 재일교포 출신 최초의 나오키 문학상 수상자인 가네시로 카즈키가 각본을 썼습니다.

<보더>의 결말은 쓴맛이 아주 오래 가는 커피 같습니다. 좀체 가시지 않는 쓴맛이 마음에 든다면 1화부터 한번 더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왓챠와 웨이브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선을 넘는 기분 지수 ★★★★★ 당신이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당신을 들여다본다

오구리 슌 열연 지수 ★★★★ 그의 표정을 보면서 함께 부르르 떨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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