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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적 사진, 성찰적 ‘숟가락 설치’로 삶·시대를 응시하다…김영재 작품전

도재기 선임기자

인사1010 갤러리, ‘길 끝에’ 전

흑백·컬러 사진, 숟가락 조형·설치작 40여점 선보여

시우 김영재의 개인전 ‘길 끝에’가 서울 인사1010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김영재의 ‘흑진주 1’(100×133.3㎝), 디지털프리튼, 2023, 왼쪽)과 숟가락 설치작업 ‘의자’. 인사1010갤러리, 도재기 선임기자

시우 김영재의 개인전 ‘길 끝에’가 서울 인사1010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김영재의 ‘흑진주 1’(100×133.3㎝), 디지털프리튼, 2023, 왼쪽)과 숟가락 설치작업 ‘의자’. 인사1010갤러리, 도재기 선임기자

“앞만 보고 달리는 삶, 숨이 가쁠 때마다 사진작업과 숟가락 조형작업은 내 삶의 쉼표이자 리듬이었다. 나를 직시하고 성찰하는 거울이었다.” 김영재 작가(77)는 “결국 이번 작품전은 제 인생과 예술 여정의 자서전”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때 중견기업을 세워 번듯하게 이끌었다. 그러면서 음악가·무용가·작가들을 지원했다. 스스로 단소를 불고 드럼을 치며 음악에, 무용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카메라를 메고 전국의 장터, 7번 국도변, 바다를 셀 수 없이 찾았다. 세계 곳곳도 누볐다. 순수한 삶, 미지의 세계, 궁극의 차원, 조화와 평화 같은 아름다운 세상의 근본을 담아내고자 했다. 스스로의 삶을 대면하는 구도자적인 태도의 사진작업이 30년을 훌쩍 넘었다. 그동안 그의 사진은 재현에서 표현으로 진화했다. 국내외에서 사진전도 20여 차례 열었다. 여전히 사진은 그의 예술세계의 뿌리다.

10년전 쯤 어느 날, 그는 서울 황학동의 중고 주방용품들이 잔뜩 쌓인 시장을 지났다. 한 두번 찾은 시장이 아니건만 버려진듯 널부러져 있는 숟가락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숱한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썼던, 세상살이가 오롯이 녹아든 숟가락이다. 이후 그는 사진작업과 숟가락 조형·설치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낡은 숟가락들이 우리들, 인간군상”으로 여겨져서다.

김 작가의 작품전 ‘길 끝에’가 서울 인사동 인사1010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두 개의 전시실에 흑백·컬러 사진작품, 숟가락 조형·설치 작품 등 40여 점이 선보이고 있다.

제주도 주상절리를 담은 김영재의 사진작품(왼쪽)과 전시장 전경 일부. 인사1010갤러리, 도재기 선임기자

제주도 주상절리를 담은 김영재의 사진작품(왼쪽)과 전시장 전경 일부. 인사1010갤러리, 도재기 선임기자

1층 전시실은 사진 중심이다. 바다를 다룬 흑백사진은 농익은 운필·발묵법을 절제했지만 은연 중 그 내공이 드러나는 수묵화처럼 사유적으로 다가온다. 덜어내고 비우고 내려놓음으로써 오히려 채워지는 역설이 구현됐다. 치열한 생활터전인 바다 위의 목책 어장들, 몰아치는 파도와 물보라 이는 바위도 서정적이다. 장노출이나 콘트라스트의 약화 등을 넘어 자신의 심상, 미적감각을 투영시킨 것이다.

김 작가는 “성난 바다든 평온한 바다든 바다는 마음 마저 내려 놓고 태초 우주의 소리를 듣는 안식처”라고 말한다. 작품 ‘흑진주Ⅰ’은 부드러운 해무나 섬세한 먹의 번짐효과처럼 보이지만 거친 물살과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치열한 몽돌을 촬영했다. 거친 장면이지만 작가는 관조적 태도다. 관람객로 하여금 한발짝 물러서는 삶의 여유를 기대한다.

작가가 근래 자주 찾은 제주 해안의 주상절리 작품도 나왔다. 주상절리는 화산폭발로 용암이 급격히 식으면서 각진 바위 기둥들이 모여 장관을 이루는 독특한 지형이다. 수평의 바다와 수직의 주상절리, 물과 바위를 대비시켰다. 주상절리는 검고 거칠고 물보라는 희고 부드러운 질감의 대조도 돋보인다.

김영재의 숟가락 조형·설치작품의 세부(왼쪽)와 전시 전경. 도재기 선임기자

김영재의 숟가락 조형·설치작품의 세부(왼쪽)와 전시 전경. 도재기 선임기자

지하 전시실은 숟가락 조형·설치작품, 이들을 색다르게 담은 사진작품들로 구성됐다. 한켠 별도 공간에는 설치작 ‘의자’가 있다. 금빛 찬란한 의자를 향해 수많은 숟가락들이 달려든다. 숟가락 일부는 의자 다리까지 기어올랐다. 먼저 올라가려고 밀치고 당기면서 뒤엉킨 형국이다. 숟가락 하나하나 손잡이를 구부리거나 꼬아 역동적이다.

숟가락들은 우리 인간을, 금빛 의자는 권력이나 명예·부, 끝없는 욕심을 상징하는 듯하다. 처절하고 처연한 풍경이다.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과 약육강식,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이 세상의 축소판이다. 내 욕망을 채우고, 더 가지기 위해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짓밟는 삶의 행태를 아프게 돌아보게 한다.

지구를 형상화한 숟가락 조형작품과 찌그러진 음료 캔들로 인간 탐욕에 따른 기후, 환경 위기를 각성시키는 김영재의 설치작 ‘Ours’. 도재기 선임기자

지구를 형상화한 숟가락 조형작품과 찌그러진 음료 캔들로 인간 탐욕에 따른 기후, 환경 위기를 각성시키는 김영재의 설치작 ‘Ours’. 도재기 선임기자

숟가락 조형작업을 사진으로 담아낸 김영재의 ‘블루-그림자 2’(왼쪽)와 전시장 전경 일부. 인사1010갤러리, 도재기 선임기자

숟가락 조형작업을 사진으로 담아낸 김영재의 ‘블루-그림자 2’(왼쪽)와 전시장 전경 일부. 인사1010갤러리, 도재기 선임기자

숟가락들은 작가의 미적감각으로 둥그런 지구로도 형상화됐다. 설치작 ‘Ours’는 숟가락 지구와 버려져 찌그러진 음료 캔들로 이뤄졌다. 갖가지 색의 수백 개 캔이 지구를 향해 거칠게 몰려드는 상황은 인간 탐욕으로 인한 환경 훼손, 아픈 지구를 표현한다.

기후위기 속 지구의 절규로도 읽힌다. 지속가능한 문명과 삶의 방식으로 전환을 되새기게 된다. 미술평론가 김성호는 “흔하고 하찮은 오브제들에 관심을 기울여 ‘익숙한 그것’을 ‘낯선 무엇’으로 전환하는 김영재는 사물을 특별한 존재론적 위상으로 전환하면서도 사물에 내재한 보편적 함의를 동시에 견인한다”고 평했다.

김 작가는 “장터 사진으로 시작해 바다 사진, 숟가락 조형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결국 제 예술의 여정이었다”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한번쯤 자신을 성찰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2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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