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 돌아오면 늘 부채 의식…김오랑 소령 용기 잊지 않겠습니다”

최민지 기자

오픈콘서트 ‘기억록’

김오랑 소령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콘서트 ‘기억록’이 열렸다. 배우 이기영의 사회로 진행된 이 무대에 예비역 중장인 전 수도방위사령관 김도균, 가수 김장훈(왼쪽 사진부터) 등이 함께했다. 사람 많은 세상 제공

김오랑 소령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콘서트 ‘기억록’이 열렸다. 배우 이기영의 사회로 진행된 이 무대에 예비역 중장인 전 수도방위사령관 김도균, 가수 김장훈(왼쪽 사진부터) 등이 함께했다. 사람 많은 세상 제공

배우 이기영 아이디어로 성사
가수 박학기·손병휘·김장훈 등
취지 공감 문화예술인 마음 모아

김도균 예비역 중장 추모 편지도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삶을 만들고 현재의 삶은 미래로 향한 길이 되어줍니다. 오늘 함께한 모두의 기억록이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길이 되기 바랍니다.”(배우 이기영)

지난 16일 저녁 서울 마포구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오픈 콘서트-기억록’이 열렸다. 올해로 44주년을 맞은 5·18민주화운동과 함께 12·12 군사반란 당시 신군부에 맞서다 목숨을 잃은 김오랑 소령을 기리는 자리였다. 김오랑 소령은 군사반란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불법체포하려는 반란군과 총격전을 벌이다 전사했다.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다.

고 김오랑 소령(왼쪽 사진)과 ‘오픈 콘서트-기억록’포스터.

고 김오랑 소령(왼쪽 사진)과 ‘오픈 콘서트-기억록’포스터.

‘기억록’은 배우와 가수, 역사가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데 모인 콘서트로, 공연과 강연이 합쳐진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배우 이기영의 사회로 문을 연 콘서트는 가수 박학기의 히트곡 ‘향기로운 추억’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뮤지컬 배우 이정열, 포크 가수 손병휘가 ‘쿠바를 떠나네’ ‘이 산하에’로 5·18민주화운동과 김오랑 소령을 기렸다. 가수 이정석, 여행스케치, 김장훈도 무대에 올라 ‘기억’을 테마로 한 노래를 선보였다. 배우 이원종은 5·18을 다룬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2장 ‘검은 숨’의 대목을 낭독하며 묵직한 감동을 전했다.

역사가 황현필은 두 차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10·26 사건부터 12·12 군사반란, 이듬해 5·18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영화 <서울의 봄>의 배경이 된 여러 역사적 사건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김오랑 소령이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가족이 겪은 비극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공연 말미에는 제35대 수도방위사령관을 지낸 김도균 예비역 중장이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다. 정복을 입고 관객 앞에 선 그는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김오랑 소령을 추모하며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선배님의 용기있고 의연한 마지막 모습은 우리 군 후배들에게 대한민국의 정의를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보여주는 신념의 판단 기준이 됐다”며 “선배님의 희생은 12·12 군사반란의 잘못된 역사가 다시는 이 땅에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역사의 또 다른 증거가 됐다”고 존경을 표했다.

무료로 진행된 이날 콘서트에는 20~30대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참석해 160개 좌석을 가득 채웠다. 허영,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을 비롯해 대중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자리를 빛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축하의 편지를 보내왔다.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공연은 배우 이기영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돌아오는 5월이면 부채 의식을 느꼈다는 그에게 영화 <서울의 봄>의 흥행은 큰 자극이 됐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서울의 봄>은 20~30대 청년 관객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천만 영화’ 대열에 올랐다.

“젊은 친구들이 <서울의 봄>을 보고 그 시대 역사를 알고 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우리 방식대로 풀 수 있겠다. 나도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3월 초부터 가까운 동료 문화예술인들을 모았다. 30년 넘는 인연을 맺어온 동료들은 행사 취지에 동의하며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무료 공연인 만큼 부족한 예산과 일손은 직접 발로 뛰어 해결했다. 이기영은 기획과 섭외부터 공연 포스터를 맡기고 찾는 자잘한 일까지 직접 했다.

이들은 이번 첫 공연을 시작으로 해마다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그는 “올해는 ‘우리가 이런 것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며 “행사의 형식이나 규모에 대해 의견을 받고 논의를 거친 뒤 매년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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