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새삼 발견한 시인 “시골집 마당이 조용하게 느껴진 건 속임수였어”

백승찬 선임기자
[책과 삶] 자연을 새삼 발견한 시인 “시골집 마당이 조용하게 느껴진 건 속임수였어”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니나 버튼 지음 | 김희정 옮김
열린책들 | 360쪽 | 1만8000원

스웨덴의 시인 니나 버튼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동생과 함께 어머니의 아파트를 팔고 시골집을 한 채 사들였다. 동생에게는 자녀, 손주들과 여름 휴가를 보낼 별장 용도였고, 버튼에게는 원고 작성을 위한 은신처 용도였다. 큰 마당이 있었으며, 부엌과 목욕탕이 증축된 상태였다. 헛간과 오두막도 있었다. 남쪽에는 이끼가 덮인 작은 언덕, 서쪽에는 블루베리 덤불이 있었다. 오래 방치돼 있었기에 곳곳을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도시에서 자랐어도 자연을 모르는 아이는 아니었다”고 말하는 버튼이지만, 시골집을 수리하며 또 오래 머물며 겪은 자연은 완전히 달랐다. 모기, 개미, 다람쥐, 여우, 오소리는 오두막 안팎에서 나름의 삶을 살고 있었다. 도시에 익숙했던 시인은 오두막을 중심으로 이 생명체들을 때로 보듬고 때로 밀어낸다.

운치를 느끼며 마당에서 식사하기 위해 생선 그라탕을 두고 맥주를 가져오려고 30초간 자리를 비웠다. 생선을 노리는 갈매기에겐 충분한 시간이었다. “빼앗긴 내 저녁 식사가 하늘로 솟구치는 두 날개 사이에서 소화되는 동안, 나는 내가 매 호흡마다 들이쉬는 공기가 수천의 다른 존재가 이미 들이쉬고 내쉬어 온 공기라는 사실을 예민하게 감각하게 되었다”고 시인은 썼다. 철새의 이동에 대해서도 감각적인 관찰기를 쓴다. “비행기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철새도 수화물 중량 한도를 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자기 몸 안에 음식을 얼마큼 저장할 수 있는지를 그램 단위까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한동안 집을 비운 사이 들쥐가 싱크대 근처 걸레 옆에 배설물을 모아둔 것을 목격하고는 “걸레를 매트리스로 쓰면서 화장실과 침대를 깔끔하게 분리해서 살아왔던 모양”이라고 해석한다. ‘자연 에세이’로 분류되는 책이지만, 자연에 대한 막연한 찬탄이나 감상이 이어지진 않는다. 참고문헌 목록만 10장에 이르는 과학책이기도 하다. 시인은 과학적 사실을 정밀한 관찰로 뒷받침한 뒤 정갈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시인은 말한다. “시골집 마당이 조용하게 느껴진 것은 속임수였다. 비록 나는 그 대부분을 모르고 지나쳐 버리지만 내 주변은 생명체들의 삶과 소통으로 늘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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