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 있는 시간엔 음악만 듣는 고수들이 골라준 명곡은?

김한솔 기자

멜론 음악추천 큐레이션 서비스 ‘에디션 M’…음악평론가 임진모·김윤하·정민재 등 참여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 임진모, 정민재(왼쪽부터)가 20일 서울 종로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 임진모, 정민재(왼쪽부터)가 20일 서울 종로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평소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도 안 들어본 음악을 들어보는데는 약간의 용기 내지는 결심이 필요하다. 음악 스트리밍 앱에는 이미 내 취향에 맞게 정리된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매일 듣던 음악이 지루해질 때 쯤엔 인공지능(AI)이 내가 그동안 들었던 곡들의 취향을 분석해 추천한 음악이 대기 중이다. AI의 추천곡 한두 개를 듣다보면 어느새 알고리즘대로 익숙한 스타일의 음악을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음악을 듣는 것도 좋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들어보고 싶을 때, 우연히 알게 된 몰랐던 음악을 더 깊이 찾아보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음악 플랫폼 멜론이 3500여개의 음반을 시대와 장르별로 구분해 소개하는 서비스 ‘에디션 M’을 18일 시작했다. 다양한 연령대, 취향을 가진 14명의 음악 평론가들이 시대별, 장르별 명곡을 추천한 ‘휴먼 큐레이션’ 서비스다. 시대별, 장르별로 추린 곡에 붙은 해설은 단순한 추천을 넘어 대중음악 아카이빙 자료이기도 하다. 기획에 참여한 임진모(65), 김윤하(43), 정민재(32) 음악평론가를 지난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김창길 기자

임진모 음악평론가. 김창길 기자

임 평론가는 에디션 M에서 1950~1970년대 한국 대중가요 큐레이션을 맡았다. 그의 추천곡 리스트엔 허민의 ‘페르샤 왕자’, 김정애의 ‘닐리리 맘보’ 등이 포함돼 있다. 요즘 2030세대들에겐 대체로 낯선 음악들이다. 그는 영화 <헤어질 결심>에 정훈희의 ‘안개’가 나와 인기를 끌었을 때, 90년대생인 딸에게 ‘이 노래가 언제쯤 나왔을 것 같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딸은 ‘80년대?’ 라고 답했다. 안개는 1967년 발표된 곡이다. “1967년의 노래일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하더라고요. 1960년대에는 마치 음악이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 대중음악 역사가 이제 100년이거든요. 해방 이후 만들어진 수많은 명곡들이 있다는 것, 우리 대중음악 역사가 나름 풍요롭다는 것을 알리고 젊은 음악 팬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90년대생인 정 평론가도 공감한다. “젊은 음악 팬들도 비틀즈, 엘튼 존, 핑크플로이드는 다 아는데 정작 우리나라 음악은 잘 몰라요.” 그가 음악공부를 하며 특히 아쉬웠던 점은 방대한 해외 음악 자료에 비해 국내 가요에 관한 좋은 자료는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중고등학생 중 음악에 관심이 있어서 이 큐레이션 서비스를 찾아보는 이들이 지금은 10명 중 1명이라면, 나중엔 2~3명으로 조금씩 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이 기획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국내 댄스가요와 1980~2010년대 팝 큐레이션을 맡았다.

정민재 음악평론가. 김창길 기자

정민재 음악평론가. 김창길 기자

김윤하 평론가는 1990~2010년대 댄스 음악 큐레이션을 맡았다. 그는 누구나 다 그 시대의 ‘명반’이라고 인정하는 곡들 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았어도 시대를 앞서갔던 음악도 큐레이션에 넣었다. 걸그룹 포미닛 해체 직전에 나온 곡 ‘미쳐’(2015)도 선택했다. “굉장히 강렬한 걸스 힙합이에요. 요즘 4세대 걸그룹들이 예전보다 다양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발해 나가잖아요. ‘미쳐’는 포미닛의 가장 큰 히트작은 아니지만, 그런 선례가 됐던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 4세대 걸그룹과 연결해 보면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윤하 음악평론가. 김창길 기자

김윤하 음악평론가. 김창길 기자

세 사람은 직업상 ‘깨어있고’ ‘누구와 이야기하지 않는 시간’에는 내내 음악을 듣는다. 이들이 요즘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음악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각 음악의 ‘유통기한’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1980~1990년대 ‘가요 톱텐’에서 1위를 했다고 하면 대중들이 다 사랑했던 음악이지만, 2000년대 들어 음악 차트는 ‘트렌드 순위’ 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음악의 제작과 홍보 방식, 지식재산(IP) 가치 등이 바뀌면서 하루에 나오는 신곡의 수도 ‘거의 무한대’로 늘고 있다. “뮤지션들이 스스로 ‘자기를 사랑해줄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하는 시대로 바뀐 거죠.”

‘헤비 리스너’인 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 감상법은 무엇일까. 임 평론가는 “여러 음악을 듣는 게 필요한 이유는 우리 삶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인간이 10대 때 다르고, 20대 때 다르잖아요. 내 취향과 조금 다른 것도 들어야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해요.” ‘에디션 M’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총 8주에 걸쳐 큐레이션 리스트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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