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을 만든 가수이자 소극장 학전 대표인 고 김민기의 발인식이 24일 열렸다. 유족들은 장지로 떠나기 전 고인이 평생을 바친 학전을 찾아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생전 그에게 ‘빚졌다’고 했던 수많은 추모객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구 학전) 앞에는 배우 장현성과 설경구, 최덕문, 방은진, 가수 박학기, 박승화,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을 비롯한 약 70여 명의 추모객들이 유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인이 학전 20주년을 맞아 만든 화단과 김광석 노래비가 있는 학전 담벼락에는 추모객들이 놓고 간 희고 노란 국화 꽃다발, 캔맥주와 소주 등이 놓여 있었다.
오전 8시쯤 유족들이 탄 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조용히 흐느끼던 추모객들 사이에서 큰 울음이 터져 나왔다. 유족들은 학전 담벼락에 고인의 영정 사진을 세워두고 묵념을 한 뒤 지하에 있는 학전블루소극장으로 내려가 비공개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10분쯤 뒤 유족들이 극장에서 나오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침이슬’을 부르는 추모객들도 있었으나 다들 목이 멘 듯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고 울음소리만 더 커졌다. 유족들은 아무 말 없이 취재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다시 운구차에 탑승했다. 누군가 떠나는 차를 향해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추모객들은 차가 떠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성이며 서로를 위로했다. 학전에서 오랫동안 라이브 밴드를 했던 이인권씨가 고인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을 색소폰으로 연주하자 잦아들던 울음소리가 다시 커졌다. 이씨는 “선생님과 오랜 인연이 있다”며 “학전에 있으면서 결혼도 했고 선생님이 주례도 봐주셨다. 제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고, 선생님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이 곡을 연주했다”고 했다.
장현성은 울먹거리며 “선생님 마지막 가시는 길은 가족장으로 하기로 했으니 여기서 선생님을 보내드리겠다”며 “마지막까지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1951년생인 고인은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널리 불리며 시대의 상징이 된 노래 ‘아침이슬’을 만든 음악가이자 학전과 함께 새로운 대학로 소극장 문화를 연 공연 연출가였다. 2004년부터는 어린이·청소년 극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고인은 지난해 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왔다. 학전은 만성적 적자와 고인의 건강 악화로 지난 3월 폐관했다. 고인은 통원 치료를 받던 중 갑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져 지난 21일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