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조립체에 바치는 찬가
수관 기피를 위한 기도
베키 체임버스 | 황금가지
일명 ‘수도승과 로봇’ 시리즈라 불리는 이 두 책은, 베키 체임버스에게 전미 베스트셀러와 2회의 휴고상 및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수상하게 해준 시리즈 중 하나로 수도승 ‘덱스’와 로봇 ‘모스캡’이 만나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SF버전의 <오즈의 마법사>랄까.
무분별한 개발로 인류 멸망을 목전에 둔 인류가 기어코 지구의 절반을 다른 존재들에게 내어주며, 그렇게 세상이 둘로 나뉜 채 200년이 흐른 것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그리고 논바이럴이자 생활에 회의를 느낀 수도승 ‘덱스’. 수도원을 벗어난 덱스는 인간 구역을 벗어나 야생 구역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로봇 ‘모스캡’을 만난다. 로봇들의 대표라 자신을 소개하는 모스캡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 독립적인 자아가 생긴 로봇들의 물음을 대변해 묻는다. 인간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호기심 많은 모스캡은 덱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모스캡의 질문을 황당해하면서도 곧장 진지하게 대꾸하는 덱스와 그런 반응에 아무 영향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모스캡. 이 두 캐릭터의 조합이 이 책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편견도 없이 존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모스캡의 질문은 덱스를, 그러니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편견을 없애기 위해 수련하는 덱스에게조차 잔잔한 충격을 입힌다.
지속 가능한 미래와 다른 존재와의 공존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한 권당 길지 않은 분량으로, 모스캡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몰입해 읽다 보면 어느새 더위도 잊은 채 빠져들 것이다.
입속 지느러미
조예은 | 한겨레출판
그 어느 때보다 무덥고 습한 이 여름, 차라리 피부에 닿는 습기보다 더한 감정의 습기에 빠져든다면 현실의 눅눅함쯤은 가뿐히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조예은의 경장편 소설 <입속 지느러미>는 영화 <세이프 오브 워터>의 OST를 모티브로 삼은 ‘인어’ 이야기로, 평소 조예은의 서늘하고도 서글픈, 몽환적이고도 잔인한 환상성이 짙게 묻어 있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선형의 삼촌이 죽는 것으로 시작된다. 선형은 작곡을 사랑하지만, 현실에 부딪혀 꿈을 포기한 뒤 부모님이 바라는 보편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와중 선형은 삼촌의 죽음을 듣게 된다. 괴생명체를 밀수하여 수족관을 운영하던 삼촌이 남긴 수족관 열쇠. 선형은 그곳에서 혀가 잘린 인어 ‘피니’를 만난다. 비가 오면 식성이 변해 사람을 먹는 피니. 선형이 그토록 사랑했던 목소리를 가진 경주가 자신의 욕심으로 선형의 곡을 빼돌리려 하자, 선형은 경주를 수족관으로 초대한다.
‘세상의 모든 노래를 단 한 사람의 목소리로만 듣길 바라는 마음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지?’ 선망과 사랑, 꿈이 뒤섞여 물비린내가 가득한 하나의 감정의 뭍으로 빠져들게 한다.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로, 읽고 나면 현실의 습함이 산뜻하게 느껴질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