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밖 ‘체조 천재’의 얼굴을 비추다···‘시몬 바일스, 더 높이 날아올라’

최민지 기자
[오마주]경기장 밖 ‘체조 천재’의 얼굴을 비추다···‘시몬 바일스, 더 높이 날아올라’
[오마주]경기장 밖 ‘체조 천재’의 얼굴을 비추다···‘시몬 바일스, 더 높이 날아올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2024 파리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경기 일정을 따라잡느라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분들 많으시죠. 저 역시 여러 종목의 중계 방송을 챙겨보고 있는데요. 체조 경기를 보다 한 사람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사람 맞나’ 싶을 만큼 엄청난 탄력과 파워를 자랑하는 여성 선수였는데요. 미국 국가대표이자 역사상 최고 체조 선수라 불리는 시몬 바일스(27)입니다.

시몬 바일스는 대적할 자가 없는, 부동의 챔피언입니다. ‘나의 경쟁 상대는 나’라는 흔해빠진 구호가 이보다 잘 어울리는 선수도 없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이 금메달을 ‘딸 것이냐’가 아니라,‘몇 개 딸 것이냐’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3년 전 2020 도쿄올림픽에서‘트위스티즈’(몸과 두뇌가 따로노는 현상)를 호소하며 기권하는 바일스의 어두운 얼굴을요.

바일스는 미식축구 선수인 남편, 경기 전 머리를 땋아주는 엄마 등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몸과 마음을 회복한다. 넷플릭스 제공

바일스는 미식축구 선수인 남편, 경기 전 머리를 땋아주는 엄마 등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몸과 마음을 회복한다. 넷플릭스 제공

2020 도쿄올림픽 기권 이후 슬럼프에 빠진 바일스. 그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한다. 넷플릭스 제공

2020 도쿄올림픽 기권 이후 슬럼프에 빠진 바일스. 그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한다. 넷플릭스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시몬 바일스, 더 높이 날아올라>는 도쿄올림픽 이후 바일스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시리즈입니다. 2021년 여름부터 파리올림픽 직전까지 약 3년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기권 이후 바일스는 깊은 슬럼프에서 허우적댑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주 간단한 동작도 할 수 없었죠. 그는 그때 자신의 상태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마치 몸과 마음이라는 감옥에 갇힌 것 같았어요.”

바일스는 거센 비난에도 직면합니다. 누군가는 의지가 약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그가 국가를 배반했다고 손가락질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부상이 아닌 데다 운동 선수가 부상을 무릅쓰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리해 출전할 경우 추락하면서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기에 그때의 기권은 바일스에겐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제 결말은 제가 쓸 거예요.” 바일스는 강인한 사람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정하겠다 마음먹죠. 그는 충분히 쉬고, 심리 상담을 받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시작합니다. 운동이 하고 싶으면 체육관에 가서 기초 동작을 조금씩 해봅니다. 하기 싫을 때는 몇 달이든 푹 쉽니다. 가족은 바일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줍니다. 미식축구 선수인 남편 조너선 오웬스, 경기 전 언제나 머리를 땋아주는 엄마와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냅니다. 이렇게 1년 반이 흘렀습니다.

바일스는 다시 날아올랐습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완벽하게 복귀했고 파리에 왔습니다. 파리에서의 활약은 여러분이 이미 TV를 통해 목격하신대로고요.

바일스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국민적 기대가 견디기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온 세상 무게를 다 짊어진 것 같았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제공

바일스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국민적 기대가 견디기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온 세상 무게를 다 짊어진 것 같았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제공

시몬 바일스는 “사람들은 저를 동상으로 세우려 한다. 하지만 저는 그냥 인간이고 싶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제공

시몬 바일스는 “사람들은 저를 동상으로 세우려 한다. 하지만 저는 그냥 인간이고 싶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제공

다큐멘터리에는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은 바일스의 내면의 고통과 고뇌가 그대로 담겼습니다. 철인처럼 보였던 바일스가 그제서야 20대 중반의 청년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는 최고 선수로서 받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국민적 기대가 두려웠다고 고백합니다. “온 세상의 무게를 모두 짊어진 것 같았어요. 사람들은 저를 동상으로 세우려 하는데 저는 그냥 인간이고 싶어요.“

바일스의 회복 과정에서는 미국 체조계에 드리워진 그림자도 드러납니다. 30년 간 체조 선수 수백 명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국가대표 주치의 래리 나사르 사건 기억하시나요? 바일스도 피해자 중 하나였습니다. 백인이 주류인 체조계에서 흑인 선수로서 각종 차별에도 시달려야 했고요.

총 4부작입니다. 이번에 2편이 먼저 나왔고 올 가을 나머지 에피소드 공개가 예정돼있는데, 파리올림픽에서의 활약과 그 이후 이야기가 담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에는 드물지만 해외에선 스포츠 다큐멘터리 제작이 활발합니다. 넷플릭스는 파리올림픽을 기념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업해 만든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공개했는데요. <시몬 바일스, 더 높이 날아올라> 외에 세계 최고 단거리 육상 선수들의 세계를 그린 <스프린트>, 골프 선수들이 주인공인 <풀 스윙> 등이 있습니다. 곧 막을 내리는 올림픽의 아쉬움을 다큐멘터리들로 달래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새로운 발견 지수 ★★★★ 천재 선수의 몰랐던 얼굴

‘올림픽 감동 연장’ 지수 ★★★ 곧 폐막인 올림픽, 다큐로 아쉬움 달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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