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마르가레타 망누손 지음 | 임현경 옮김
RHK | 220쪽 | 1만7800원
“여든이 넘은 지금은 알던 사람들이 세상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일이 더 흔해졌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얼마 전까지 이야기 나누던 친구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늘 충격적이다.”
저자는 80대 스웨덴 여성이다. 화가로 일하면서 남편과 함께 다섯 아이를 키웠다.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보행 보조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쇠약해졌다. 그럼에도 책에는 긍정의 기운이 넘친다.
저자는 백내장 수술 후 모든 사물이 새롭고 생생해 보인다며 즐거워한다. 기쁨도 잠시, 수술 전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 때문에 충격에 빠진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수많은 주름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나 “주름 때문에 나에게 불친절했던 사람은 없었고 나 역시 주름이 많은 누군가를 보며 놀랐던 적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여든이 넘으면 생겨야 할 주름이 생기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일찍부터 찡그리는 시간보다 웃는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이다. 웃어서 생긴 주름이 많다면 늙어 보인다기보다 그저 행복해 보일 테니까.”
늙어서도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저자가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 건 새로움에 익숙해지는 일이다. “여든 살이 넘어가면 쉽게 화를 내게 된다. 언제나 새로운 것들이 생겨난다. 새로운 정치인, 새로운 나라, 새로운 전쟁, 새로운 기술. 실로 모든 것이 계속 새로워진다. 여든이 넘으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화를 내거나 흐름을 따르거나. 하지만 제발 후자를 위해 노력하라. 변화를 수용하고 심지어 즐기다 보면 정말 즐거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