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마린스키발레단 입단이 예정된 발레리노 전민철이 전막 발레 주연으로 데뷔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6일 <라 바야데르> 캐스팅을 발표했다. 유니버설발레단 간판 무용수인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를 비롯해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이동탁, 홍향기·이현준, 서혜원·강민우, 이유림·전민철(객원)이 주역인 니키야와 솔로르에 캐스팅됐다.
전민철은 내년 2월 세계적인 발레단 마린스키발레단에 솔리스트로 입단을 앞두고 있다. 군무 단계를 건너뛰고 솔리스트로 입단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인이 마린스키에 입단한 것은 현재 수석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는 김기민에 이어 두 번째다.
전민철은 선화예중, 선화예고를 거쳐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전민철은 2017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에서 최종 후보 7명에 올랐으나 키가 너무 커 탈락하는 등 아픔을 겪기도 했다. 심기일전한 전민철은 2023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콩쿠르의 발레 시니어 파드되 부문에서 우승하며 한 차례 성장했다. 전민철은 그동안 갈라 공연 등에 나온 적은 있지만 전막 발레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유림·전민철이 출연하는 <라 바야데르> 피날레 회차는 티켓 오픈 5분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라 바야데르>는 187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마린스키발레단이 초연한 작품이다. 힌두 사원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에서는 1999년 유니버설발레단이 초연했고 이번 공연은 2018년에 이어 6년 만이다. 출연진 150여명, 의상 400여벌이 나오는 ‘블록버스터 발레’다. 2막 솔로르와 왕국의 공주 감자티의 결혼식 장면에는 높이 2m, 무게 200㎏의 대형 코끼리가 등장한다. 무용수들은 물동이춤, 부채춤, 앵무새춤, 전사의 북춤, 황금신상의 춤 등 현란한 테크닉이 필요한 이국적인 춤을 쉴 새 없이 선보인다. 무용수 32명이 등장하는 3막 ‘망령들의 군무’는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이 대목은 <백조의 호수>의 ‘밤의 호숫가’, <지젤>의 ‘윌리들의 숲’과 함께 ‘발레 블랑’(백색 발레)을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문훈숙 단장은 “<라 바야데르>는 예술적, 물량적으로 엄청난 대작”이라며 “베테랑 주역과 신예가 펼치는 클래식 발레의 극치를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9월27~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발레단은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 안무로 10월30일~11월3일 같은 장소에서 <라 바야데르>를 선보인다. 한국의 양대 발레단이 한 달 간격으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작품을 선보여 발레팬들은 같지만 조금씩 다른 매력을 맛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