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역사에 연루시킬 때 윤리적 주체가 된다

정원식 기자
[금요일의 문장]자신을 역사에 연루시킬 때 윤리적 주체가 된다
어떤 이들은 이런 유형의 사례들을 근거로 한국도 일본과 같은 전범국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전범국이니 일본의 책임을 묻지 말라는 우익적 주장의 변형일 뿐이다. 그렇다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 조선인 포로감시원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을까. (중략) 우리가 져야 할 몫의 역사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을 역사에 연루시키는 자만이 윤리적 주체가 될 수 있다.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한겨레출판)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는 제2차 대전 당시 포로가 된 영국 군인들이 일본군의 철도 건설에 동원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당시 건설 현장에서는 조선인 포로감시원 1000명이 일했다. 일본군이 조선과 대만에서 민간인을 동원해 감시를 맡겼기 때문이다. 조선인 감시원들은 일본군의 지시를 받고 포로들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했다. 이들의 잘못이 일본군과 동등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단순히 피해자일 뿐인가. 1942년 포로감시원으로 일했던 이학래라는 사람은 전후 기소돼 교수형을 선고받았다가 간신히 살아났다. 일본 정부의 사죄와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평생 싸웠지만 자신의 잘못도 부인하지 않았다.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가 우리를 윤리적 주체로 만든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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