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좌 단체는 ‘전범 기업’ 향해 왜 폭탄 투쟁 벌였나

허진무 기자
[책과 삶] 일본 극좌 단체는 ‘전범 기업’ 향해 왜 폭탄 투쟁 벌였나

동아시아 반일 무장전선
마쓰시타 류이치 지음 | 송태욱 옮김
힐데와소피 | 392쪽 | 2만2000원

1974년 8월30일 12시37분 일본 도쿄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에 전화가 걸려왔다. “미쓰비시 중공업 빌딩과 미쓰비시 전기 빌딩 사이의 보도에 두 개의 시한폭탄을 설치했다. 이것은 결코 장난 전화가 아니다. 긴급하게 피난시켜라.” 전화 교환원이 서무과장에게 보고하러 가는 사이 폭탄이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폭발했다. 8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약 400명에 달했다.

논픽션 작가 마쓰시타 류이치의 <동아시아 반일 무장전선>은 미쓰비시 중공업 폭탄 테러를 일으킨 일본의 극좌 단체 ‘동아시아 반일 무장전선’(이하 무장전선)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단체는 식민 지배와 전쟁에 대한 책임을 망각한 일본 정부와 아시아 곳곳에서 노동력과 자원을 착취한 전범 기업에 대해 격렬한 폭탄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이야기는 마쓰시타가 1984년 7월 도쿄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를 받으면서 시작한다. 발신인은 ‘늑대’ 부대의 수장인 다이도지 마사시였다. 무장전선은 ‘늑대’ ‘대지의 엄니’ ‘전갈’ 부대로 구성됐다. 마쓰시타는 다이도지와의 옥중 인터뷰와 관련자 취재를 통해 무장전선이 투쟁을 시작한 계기, 사건 당일의 상황, 체포 이후의 후회와 반성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일본인 청년들이 어떤 신념 때문에 조국을 공격했고 어떤 오류 때문에 실패했는지 따져본다.

무장전선은 미쓰비시 중공업뿐 아니라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을 모시는 비석과 한국산업경제연구소 등을 겨냥해 수차례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당시 경찰이 도쿄 내 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로 큰일이었다.

마쓰시타는 이 작품을 시간순으로 전개하지 않고 사건 순서를 뒤섞어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3인칭 시점으로 서술해 마치 한 편의 스릴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후지이 다케시 도쿄외국어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반일이라는 말이 애국주의와 다를 수 있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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