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필립스 감독 ‘조커: 폴리 아 되’
호아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의 뮤지컬 연기
“조커는 없다”는 메시지 명확히 전해
무명 코미디언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의 농담은 타인을 웃기지 못한다. 남자들은 병들고 왜소한 아서를 함부로 대한다. 어머니에게 학대당했고 친구도 아서를 배신했다. 아서의 애인 소피는 사실 ‘상상 연애’에 불과했다. 아서는 자신의 코미디 우상인 머레이의 TV쇼에 광대 복장으로 나간다. 자신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머레이를 권총으로 쏴 죽인다. 두 팔을 벌리고 웃음을 터뜨린다. ‘조커’의 탄생이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2019년 영화 <조커>는 사회에서 소외당한 하층계급 남성의 절망적인 분노가 펄펄 끓어오르는 작품이었다. 10월1일 극장 개봉하는 후속편 <조커: 폴리 아 되>에선 조커가 할리 퀸과 ‘현실 연애’를 한다. 아서는 아캄 수용소에 갇혀 살인 혐의에 대한 재판을 기다린다. 우연히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다 부모 집에 불을 질렀다는 리 퀸젤(레이디 가가)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조커>는 코믹스 원작 영화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수작이었다. 하지만 폭력 범죄를 정당화한다는 비판, 모방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필립스 감독은 후속편 <폴리 아 되>를 통해 “조커는 없다”라고 명확하게 말한다. 광기의 ‘조커’에서 현실의 ‘아서’로 기운이 쪽 빠진 느낌이다. 전편에서 보여준 울렁이는 분노가 사라지고 초라한 연정이 대신 자리를 채웠다. 조커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기대한 관객은 실망할 것으로 보인다.
<폴리 아 되>는 <조커>에 대한 토드 감독의 반성일까. 토드 감독은 지난 26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1편 반응이 2편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의식해서 만들진 않았다”며 “결말을 정해놓지 않고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이야기 흐름에 자신을 맡기며 각본을 썼다”라고 말했다.
<폴리 아 되>의 가장 큰 변화는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호아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가 노래를 부르면서 장면과 장면 사이를 이어나간다. 노래를 부를 때는 화면비가 변하면서 세로가 길어진다. 유명 팝스타 출신인 가가는 물론이고 나지막한 저음을 뽐내는 피닉스의 실력도 흠잡기 어렵다. 가가는 피아노 건반을 부술 듯이 두드리고, 피닉스는 음악에 맞춰 탭 댄스를 춘다. 아서가 ‘조커’로, 리가 ‘할리 퀸’으로 변하면서 상상과 현실을 구별하기 힘들어진다.
필립스 감독은 “아서는 어색하고 외톨이지만 로맨틱하기도 하고 머릿속에선 항상 음악이 연주된다”며 “만약 속편에서 아서가 사랑을 찾게 된다면 로맨스와 음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조커와 할리 퀸의 <라라랜드>를 바란다면 기대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들의 로맨스는 그렇게 따뜻하거나 달콤하지 않다. 리의 마음은 아서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 조커에 대한 욕망에 가까워 보인다. 관객이 후속 편을 기대할 수 없도록 ‘완벽하게 닫힌 결말’에 말문이 막혔다. 극장을 나오면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생각할 만큼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피닉스의 연기력은 이 작품에서 가장 압도적인 볼거리다. 캐릭터를 가장 정밀하게 탐구하고 표현하는 배우일 것이다. 어깨가 뒤틀리고 등이 굽은 뒷모습으로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바지춤을 움켜쥐고 발작하듯 웃어대는 장면까지 마음을 쿡쿡 찌른다. 피닉스는 역대 조커 가운데 가장 ‘사실적인 조커’를 연기해 보인다. 호아킨은 “필립스 감독을 처음 만나 ‘조커’의 설명을 들었을 때 정말 감동했다”며 “정말 깊이 있고 예측 불가능한 캐릭터였고 영화를 찍는 동안 끊임없이 이야기가 생각나 지루한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