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연계한 제주4·3 후속 사업을 추진한다.
21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4·3과 한강의 소설을 주제로 국제문학 세미나를 개최하고 소설 속 유적지를 연계한 다크투어(역사 탐방) 프로그램을 개발 계획 중이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 생존자 이야기를 통해 아픈 과거사를 조명한 작품이다. 당시 ‘해안에서 5㎞ 이상 들어간 중산간지대를 통행하는 자는 폭도로 간주해 총살한다’는 조치(소개령)와 계엄령 선포에 따른 중산간 마을 초토화 작전 등으로 인해 희생된 주민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인공 인선의 집이 있던 제주 중산간 마을은 4·3 당시 군경토벌대에 의해 불타 없어지거나 재건되지 않아 ‘잃어버린 마을’이 됐다. 제주엔 이런 ‘잃어버린 마을’이 109곳 있다.
여기에 학살터인 정방폭포 인근 소남머리·성산 일출봉 주변 터진목, 수용시설인 주정공장 터, 주민들이 동굴로 숨어든 큰넓궤·다랑쉬굴 등이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를 꿈꾸는 역사탐방 유적지로 활용되고 있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제주4·3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한강 작가와 접촉해보려고 하고 있지만, 한강이 밝힌 소신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14일부터 22일까지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에서 ‘제주 4·3 기록물: 진실과 화해에 관한 기록’ 국제특별전을 열고 있다. 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필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한 첫 국외 특별전이다.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장소 대관 등 문제로 특별전 개막이 늦어졌는데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겹치면서 운이 좋았다”며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없었다면 행사가 많이 반감됐을 텐데, 수상 소식이 들려오면서 특별전과 심포지엄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