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31일 경북 봉화서 개관식…‘특대재’ 소나무 비축, 아교·한지 등 품질 인증
국보나 보물을 비롯한 국가유산의 수리·복원에는 다양한 전통 재료들이 사용된다. 특히 대형 목조 건축물의 경우 기둥으로 쓸 아름드리의 목재를 비롯해 지붕, 창호, 자연석 등 다양한 종류·형태의 재료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질 좋은 전통 재료를 구하기는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 지름 45㎝ 이상, 길이 7.2m 이상으로 이른바 ‘특대재(特大材)’로 불리는 국내산 소나무가 대표적이다. 대형 목조 건축물의 기둥, 대들보 등에 사용되는 ‘특대재’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경복궁 등 주요 목조 건축물 수리·복원 공사에 캐나다 등 외국산 목재가 일부 사용되는 이유다.
수급 불균형이 있다보니 비싼 특대재를 빼돌리고 값싼 외국산 목재를 사용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숭례문(남대문) 복원 공사에서는 단청을 하면서 전통 접착제 아교를 개발해 사용했다고 했지만 단청이 벗겨지면서 거짓으로 드러나 새로 복원작업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현재 대표적인 수급 불균형 전통 재료는 국내산 소나무인 ‘특대재’와 자연스럽게 휜 목재인 ‘자연곡재’, 싸리나무, 강과 산 등에서 채취하는 자연석, 초가지붕 등에 사용되는 이엉의 재료인 볏짚, 굴참나무·떡갈나무 껍질로 만든 지붕재료인 굴피, 구들장용 판석 등이 손꼽힌다.
국가유산청은 30일 “국가유산 수리에 쓰이는 전통 재료의 체계적인 수급·관리, 품질 인증 등을 담당하는 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를 경복 봉화군 풍정리에 완공, 31일 개관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특대재 같은 목재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각종 전통 재료의 품질 인증을 통해 숭례문 부실 복원 공사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을지 주목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앞으로 재료 생산이 단절되거나 가격 급등으로 구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자주 생기는 수리 재료들을 전략적으로 비축해 국가유산수리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며 “전통 재료의 단절을 예방하고 수리 품질을 높여 국가유산수리의 진정성을 유지해 나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유산수리 시장에서 품질 좋은 전통재료가 생산·유통될 수 있도록 엄정한 심사를 거쳐 우수업체를 인증·장려하는 업무도 추진한다”며 “다음달 단청용 안료를 시작으로 단청용 아교, 기와, 전벽돌, 한지 등에 대한 인증 심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재료 생산자가 인증을 신청하면 서류·현장 심사, 품질 시험을 실시하고 전통 재료 인증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인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는 품질 좋은 전통 재료의 생산과 산업화도 지원할 방침이다.
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는 최고급 목재로 꼽히는 금강송의 생산 중심지인 봉화군에 부지 면적 25만㎡, 연면적 1만㎡의 규모로 건립됐다. 수리재료 보관동을 비롯해 사무동·연구동·관사동 등 4개 건물과 부재 야적장 등의 시설을 갖췄다. 지난 2019년에 설계를 착수해 지난 9월 공사를 마무리했으며, 총사업비 358억원이 투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