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민주주의, 미국은 왜 위태로운가
토마 스네가로프, 로맹 위레 지음 | 권지현 옮김
서해문집 | 160쪽 | 1만8800원
미국의 민주주의는 시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자 도널드 트럼프는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전국 득표에서 뒤졌는데도 승리했다. 2021년에는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자 지지자들이 국회를 점거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프랑스의 언론인 토마 스네가로프와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원장인 로맹 위레는 <병든 민주주의, 미국은 왜 위태로운가>에서 미국 건국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짚어가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한다. 미국 정치 지형을 설명하는 지도와 인포그래픽을 함께 실었다. 저자들은 미국 민주주의 역사를 6개의 결정적인 순간으로 보여준다. ‘건국의 아버지’ 존 애덤스는 편지에 “민주주의는 낭비적이고 소진돼 사라진다”고 적었다. 사실 미국의 건국자들은 ‘백인 남성 엘리트가 지배하는 공화국’을 구상했다. 여러 민족이 미국 문화로 통합된다는 ‘멜팅 팟’(용광로)을 내세웠지만 인종 분리 정책은 굳건했다.
1960년대 미국 내부는 낙태, 포르노, 동성애를 둘러싸고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문화 전쟁’을 겪었다. 1974년 닉슨 대통령을 실각시킨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엄청난 정치적 혼란을 몰고 왔다. 무엇보다 저자들은 현재 미국 민주주의를 만든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2001년 9·11 테러를 지목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 외부에 대한 근본적 적대감을 만들었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혐오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저자들은말미에 “미국의 민주주의는 끝을 알 수 없는 난기류 지역에 들어섰고 선거전은 살육 게임을 닮아간다”며 “병을 고칠 약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