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낯선 세계 탐험이 끝난 뒤…묘하네, 이 찝찝함

백승찬 선임기자
[책과 삶] 이상하고 낯선 세계 탐험이 끝난 뒤…묘하네, 이 찝찝함

기묘한 이야기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 최성은 옮김
민음사 | 284쪽 | 1만5000원

자연 속의 깔끔한 최첨단 단지 ‘트란스푸기움’에 근무하는 ‘최 박사’는 언니를 찾아 이곳에 온 ‘여자’에게 말한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여전히 침팬지이자 고슴도치이고 낙엽송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우리 내면에 가지고 있고, 언제든지 그 본성을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 우리를 분리시키는 것은 그저 작은 틈새, 존재의 미세한 균열일 뿐입니다.” 여자는 “어떻게 인간이 자신이기를 그만두고 싶어 할 수” 있는지 애타게 묻지만, 언니는 동생의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 아닌 무언가가 되어 어둠 저편으로 자취를 감춘다.

<기묘한 이야기들>은 201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출신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단편집이다. 토카르추크의 단편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목 그대로 현실에서 겪기 힘든 ‘기묘한 이야기’ 10편이 담겼다. 그렇다고 지금 이곳의 현실과는 아예 상관없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것은 아니다. 폴란드가 아니라 한국이라 해도 좋을 보편적인 현실 풍경에서 출발해, 조금씩 이상하고 낯선 현상과 세계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노모가 죽으며 남긴 병조림을 하나씩 먹어 치우던 아들이 병 속에 든 낯선 무언가를 발견하며 겪는 일을 그린 ‘병조림’, 해외 학술대회에 참석한 외국인 교수가 지하철 승강장에서 쓰러진 여성을 도우려다 겪는 악몽을 그린 ‘실화’, 비밀스러운 시술이 이뤄지는 의료단지를 그린 ‘트란스푸기움’이 대표적이다.

이야기들은 때로 우화적이고, 때로 끔찍하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작가가 제기한 질문은 독자의 마음속에 찝찝하게 남는다. 그건 대부분의 좋은 작품이 가진 특성이기도 하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배우자와의 사별이든, 부모의 죽음이든 홀로 남은 경우가 많다. 독자 역시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토카르추크가 전한 이야기의 찝찝함이 어디서 유래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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