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고등래퍼’가 낳은 스타···한국계 일본인 뮤지션 챤미나 “K팝이 나의 자양분”읽음

최민지 기자
한국계 일본인 뮤지션 챤미나(본명 오토모나이 미나).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017년 데뷔해 개성있는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다. 워너뮤직 재팬 제공

한국계 일본인 뮤지션 챤미나(본명 오토모나이 미나).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017년 데뷔해 개성있는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다. 워너뮤직 재팬 제공

“제가 태어난 한국에서의 활동이어서인지 ‘타다이마’(‘다녀왔습니다’라는 뜻의 일본어) 라는 기분이에요. 저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더 잘 알고 사이도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일본의 뮤지션 챤미나(24·본명 오토모나이 미나)는 ‘엄마의 나라’ 한국에서 활동하게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한국계 일본인으로 개성 넘치는 음악을 통해 주목받아온 그는 지난달 첫 한국어 싱글을 발표했다. 한국 활동을 본격화한 챤미나를 지난 15일 도쿄 미나토구의 워너뮤직재팬 사무실에서 만났다.

챤미나는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를 둔 한국계 일본인이다. 1998년 서울에서 태어나 3살까지 한국에 살다 이후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유년기를 보냈다. 초등학교 입학 무렵 도쿄에 정착한 그는 2016년 일본판 <고등래퍼> 격인 <고교생 랩선수권>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중도 탈락했지만 개성있는 퍼포먼스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듬해 데뷔 싱글 앨범 ‘미성년’을 발표한 이래 과감한 퍼포먼스와 음악, 공감을 부르는 가사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챤미나에 대한 일본 Z세대의 지지는 특히 절대적이다. ‘챤미나’라는 그의 예명도 Z세대의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다. 2010년대 후반 애칭(‘미나짱’)을 거꾸로 뒤집어 부르는 당시 하라주쿠 유행에 따라 만든 별명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국내 일부 웹사이트에는 ‘챤미나’가 한국 이름 ‘장미나’의 일본식 발음이라고 알려져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실제 그의 어머니의 성은 ‘장’이 아닌 ‘전’이다.

한국계 일본인 아티스트인 챤미나. 워너뮤직 재팬 제공

한국계 일본인 아티스트인 챤미나. 워너뮤직 재팬 제공

정체성 혼란 겪은 청소년기 ‘가장 큰 영양분이 된 K팝’

당당한 모습의 챤미나지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어린 시절의 그를 지배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을 오가며 자란 탓에 일본어는 일곱 살이 되어서야 배웠다. 한일 혼혈이라는 이유로 ‘너는 어느 쪽이냐’는 질문이 그를 늘 따라다녔다.

그런 챤미나의 곁에 항상 음악이 있었다. 어린 시절, 발레리나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초등학생이 되어 댄스를 배우면서 팝, 힙합 등 다양한 음악과 만났다. K팝을 알게 된 것도 이 즈음이다. “K팝은 제게 가장 큰 영양분이 됐어요. 춤은 물론, 비트나 베이스 같은 곡의 아주 작은 부분들까지도요.”

챤미나는 스스로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까지 도맡는 ‘싱어송라이터’가 된 데 빅뱅 지드래곤(GD)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GD를 보며 뮤지션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고, 실제로 그렇게 했어요. GD는 제게 아버지 같은 존재예요.”(웃음 )

챤미나는 GD가 쓴 가사를 보며 한국어를 공부했다. 지난해 한 일본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된 곡’으로 빅뱅의 ‘하루하루’(2008)를 부르기도 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면서도 한국 아티스트와의 인연을 이어왔다. 2017년 보이그룹 블락비의 일본 앨범을 시작으로 2020년 소녀시대 태연의 일본 미니 2집 타이틀곡 ‘걸스픽아웃’(GirlsSpkOut)의 피처링을 맡았다. 최근 강다니엘의 앨범 작업에도 참여했다. “K팝을 듣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게 돼 정말 기뻤어요. ‘나를 발견해줘서 고마워!’라는 느낌이었달까요.”

챤미나는 세계적인 뮤지션으로부터 러브콜도 받고 있다. 2020년 미국의 팝가수 할시의 일본 콘서트에서 오프닝 공연을 맡았고, 지난해에는 또다른 인기 아티스트인 도자캣과 콜라보 음원을 냈다.

CHANMINA - Don‘t go (feat. ASH ISLAND) (Official Music Video) -

챤미나가 지난달 발표한 첫 한국어 싱글 ‘돈트 고(Don’t go)‘의 뮤직비디오

부도칸 입성 후 제2의 도약으로 한국 활동 시작···“나의 음악은 회색”

챤미나는 지난달 23일 첫 한국어 싱글 ‘돈트 고(Don’t go)’ 를 발표하고 한국 활동을 시작했다. 오는 28일에는 두 번째 한국어 싱글 ‘미러’의 발매도 앞두고 있다. ‘엄마의 나라’에서의 활동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데뷔 때부터 스태프들에게 이런 생각을 알렸고요.”

지난해 10월 도쿄 부도칸(武道館)에서 연 첫 단독 콘서트는 변곡점이 됐다. 부도칸은 일본 아티스트들에겐 꿈의 무대다. 챤미나는 “(부도칸 입성이라는) 목표를 이룬 뒤가 아니면 한국에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어정쩡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에서 챤미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알린 다음 한국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챤미나는 앞으로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한국어 작사를 위해 한국어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콘서트 등 한국의 팬들과 만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챤미나는 자신의 음악이 ‘회색’과 같다고 했다. 경계인으로서의 혼란 그 자체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늘 ‘어느 쪽이냐’는 말을 들었지만, 어느 쪽도 아닌 ‘모른다’가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어느 쪽이냐는 질문에 지친 분들께 ‘몰라도 되지 않아?’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왼팔에는 태극기와 일장기가 합쳐진 모양의 문신이 있다. 스무살 되던 해 일본 국적을 택한 뒤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 새긴 것이다. “이웃인 두 나라 사이가 좋지 않아 어렸을 때부터 계속 슬펐어요. 제 음악으로 양국이 서로를 가까운 존재로 여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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