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에 달한 불평등, 폭동···그 이후의 새 질서는? 영화 ‘뉴 오더’

백승찬 기자
영화 <뉴 오더>의 한 장면. 초록 페인트는 시위대의 상징과 같다.  | 찬란 제공

영화 <뉴 오더>의 한 장면. 초록 페인트는 시위대의 상징과 같다. | 찬란 제공

영화 <뉴 오더>의 한 장면. 폭동과 이후 이어진 ‘새 질서’를 암울하게 그린다.  | 찬란 제공

영화 <뉴 오더>의 한 장면. 폭동과 이후 이어진 ‘새 질서’를 암울하게 그린다. | 찬란 제공

근미래의 멕시코. 한 부유층 저택에서 결혼식이 열린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젊은 신부와 신랑을 축하한다. 하지만 담장 밖의 세상이 심상치 않다. 체제에 불만을 표하는 시위가 차츰 거세진다. 과거 이 저택에서 일했던 하인이 아픈 아내의 수술비를 빌리기 위해 찾아오고, 동정심 많은 신부 마리안은 돈을 빌려 주기 위해 잠시 집을 나선다. 그사이 시위대가 저택에 들이닥친다.

11일 개봉한 <뉴 오더>의 포스터에는 “<기생충>을 소환하는 급발진 스릴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기생충>도 부유층 저택에서 열린 파티 중 부자와 빈자의 갈등과 파국이 일어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기생충>이 파국으로 끝을 내는 반면, <뉴 오더>가 파국 이후의 우울한 ‘새 질서’(뉴 오더)까지 그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기생충>에는 봉준호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 녹아 있었지만, <뉴 오더>를 보면서는 웃을 만한 순간을 찾을 수 없다.

영화 <뉴 오더>의 한 장면. 시위대가 부유층의 대저택에서 열리던 결혼식에 난입한다. 이 집에서 일하던 하녀, 운전기사 등은 곧바로 시위대에 합류한다.  | 찬란 제공

영화 <뉴 오더>의 한 장면. 시위대가 부유층의 대저택에서 열리던 결혼식에 난입한다. 이 집에서 일하던 하녀, 운전기사 등은 곧바로 시위대에 합류한다. | 찬란 제공

시위 발생의 이유가 정확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시위대가 저택을 침입하자마자 하녀, 운전기사, 경비원 등이 그들에 합세해 곧바로 귀빈들의 돈을 털고 심지어 죽인다는 점에서 이 갈등이 사회 양극화로 인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위대는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구호를 외치지 않는다. 차량이든 집이든 사람이든 아무 곳에나 초록색 페인트를 뿌리고, 물건을 약탈하고,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분노를 표출한다. 시위대는 선, 부자는 악이라는 단순한 등식은 통하지 않는다.

군부가 개입해 거센 시위가 가라앉는다. 이때부터 영화 제목에 값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회에 질서가 잡혔으나 그 질서는 일부 부패한 군인 등 극소수에게만 유용하다. 시위대의 물리적 폭력 대신 ‘질서를 위한 질서’가 사회 전반을 억누른다. 많은 이들이 새 질서에 만족하지 못하는 듯 보이지만, 불만을 표출할 수단조차 없다.

<크로닉>(2015) 등의 수작을 선보였던 멕시코 출신 미셸 프랑코 감독이 연출했다. 감독은 포퓰리스트 폭동과 이를 수습하기 위한 군부 독재 모두를 암울하게 그러낸다. 86분의 길지 않은 상영 시간 동안 불만, 혼란, 폭력을 압축적이고 격렬하게 표현했다. 지난해 열린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영화 <뉴 오더>의 한 장면. 시위대가 부자의 저택에 난입해 미술품을 파괴하고 있다. | 찬란 제공

영화 <뉴 오더>의 한 장면. 시위대가 부자의 저택에 난입해 미술품을 파괴하고 있다. | 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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