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 스타일의 정수 혹은 반복 ‘프렌치 디스패치’

백승찬 기자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스타일의 향연이다. 그의 팬은 물론 처음 보는 관객의 인상에까지 각인될 만한 독특한 스타일로 구성돼 있다. 18일 개봉하는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는 더욱 그렇다. 옴니버스 스타일로 구성돼 있기에 10명 가까운 주연급 배우들이 모여 다채로우면서도 일관된 앤더슨 스타일의 세계를 보여준다.

편집장(빌 머레이)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종간을 앞둔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 이야기다. 마지막 호를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 기자들은 심혈을 기울인 기획 기사들을 준비한다. 첫번째 기사 ‘콘크리트 걸작’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광인 예술가 모세(베니치오 델 토로)를 다룬다. 그는 교도관 시몬(레아 세두)을 모델로 기괴한 걸작을 그리고, 탐욕스러운 미술상 줄리안(에이드리언 브로디)은 작품의 가치를 알아본다. 두번째 기사 ‘선언문 개정’은 학생운동의 리더 제피렐리(티모테 샬라메)와 그의 선언문을 교정해주는 기자 루신다(프랜시스 맥도먼드) 이야기다. 세번째 기사 ‘경찰서장의 전용 식당’에는 미식 취미가 있는 경찰서장(마티유 아말릭)과 그의 요리사 네스카피에 경위(스티브 박)가 등장한다. 서장의 아이가 납치당하자, 경찰들은 기상천외한 구조작전을 시작한다.

영화 속 잡지사 ‘프렌치 디스패치’ 건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속 잡지사 ‘프렌치 디스패치’ 건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세기 중반 프랑스의 가상도시 블라제를 배경으로 한다. 프랑스 남서부의 유서 깊은 도시 앙굴렘에서 촬영했다. 지난 세기의 유물과 같은 벽돌 건물,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계단은 이 영화가 복고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는 잡지라는 매체에 대한 헌사라는 점 역시 이 영화의 복고적 감성을 드러낸다. 건물 내외부의 세트와 인물들의 의상도 앤더슨 스타일을 따르도록 세심하게 조율돼 있다. 에피소드에 따라 과감하게 흑백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브로디, 맥도먼드, 틸다 스윈턴 등 숱한 영화제의 연기상을 가져간 관록의 배우는 물론 세두, 샬라메 등 젊은 스타 배우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모두 캐리커처처럼 양식화된 연기를 한다. 대사 하나, 손끝 하나까지 감독의 구상에 의한 듯한 연기다.

영화는 잡지 편집장(빌 머레이)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시작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는 잡지 편집장(빌 머레이)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시작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프렌치 디스패치>의 한 장면. 왼쪽부터 엘리자베스 모스, 오웬 윌슨, 틸다 스윈튼, 피셔 스티븐스, 그리핀 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프렌치 디스패치>의 한 장면. 왼쪽부터 엘리자베스 모스, 오웬 윌슨, 틸다 스윈튼, 피셔 스티븐스, 그리핀 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프렌치 디스패치>의 한 장면. 앞줄 왼쪽부터 틸다 스윈튼, 로이스 스미스, 애드리언 브로디, 헨리 윙클러, 밥 발라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프렌치 디스패치>의 한 장면. 앞줄 왼쪽부터 틸다 스윈튼, 로이스 스미스, 애드리언 브로디, 헨리 윙클러, 밥 발라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다양한 이야기와 양식, 개성 넘치는 배우들을 107분의 상영시간에 만날 수 있다는 건 종합선물세트 같은 기쁨을 준다. 다만 이 영화가 장편으로서의 유기적인 감흥을 주는지는 다른 문제다. 앤더슨 영화에 늘 따라붙는 ‘스타일 배후에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도 여전히 제기될 수 있다. ‘콘크리트 걸작’은 ‘광기 어린 예술가’ 클리셰를 반복하고 있으며, ‘선언문 개정’은 학생운동에 대한 단편적 인상에 의존하며, ‘경찰서장의 전용 식당’ 이야기는 하다 만 것처럼 들린다. 이것이 옴니버스 형식의 문제인지, 앤더슨 영화의 한계인지는 모호하다. 지난 74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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