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잡을래? 교통신호 기다릴래? 영화 '경관의 피'

백승찬 기자

5일 개봉한 ‘경관의 피’

원작 사회성 빼고 경찰 버디 무비로 각색

‘원칙과 변칙’의 투 캅스

영화 <경관의 피>는 원칙주의자 민재(최우식, 왼쪽)와 범죄자를 잡기 위해 탈법의 경계를 넘는 강윤(조진웅)의 활약을 그린 버디 무비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경관의 피>는 원칙주의자 민재(최우식, 왼쪽)와 범죄자를 잡기 위해 탈법의 경계를 넘는 강윤(조진웅)의 활약을 그린 버디 무비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경관의 피>의 한 장면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경관의 피>의 한 장면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소설이나 웹툰에 기반한 영화를 원작과 비교해 깎아내리는 건 종종 불필요한 노력이다. 원작과 영화는 향유되는 시대와 수용자가 다를 수 있다. 원작의 틀을 가져오되 새로운 향유층의 구미에 맞도록 각색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때 무엇을 빠트렸고 덧붙였는지 살펴본다면 제작진이 현재의 영화 관객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역으로 추산해볼 수 있다.

5일 개봉한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는 동명의 일본 경찰 추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한국어 번역본으로 700쪽에 육박하는 대작이다. 1948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경찰로 일한 3대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 직후 일본의 궁핍과 혼란상, 극렬 학생 운동 세력과 정부의 대립, 거대 관료 조직으로서의 경찰 이야기 등을 다뤘다. 대를 이어 경찰이 된 세 남자가 각 시대를 관통하며 각자 사건과 부딪힌다. 세 시대를 이어가며 내려오는 사건도 있다.

영화 속에서 원칙주의자인 젊은 경찰 최민재(최우식)는 감찰반의 은밀한 제안을 받아 광역수사대 박강윤(조진웅)의 수하로 발령받는다. 박강윤은 탁월한 검거 실적을 자랑하지만 경찰 월급으로는 불가능한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박강윤은 탈법적인 수사방식도 감수한다. 최민재는 현행법에 비추면 박강윤의 혐의가 없다고 보고한다. 결국 최민재의 정체가 드러나지만 박강윤은 아랑곳 없이 그를 수하로 두고 수사를 이어간다.

영화 <경관의 피>의 한 장면. 민재는 강윤의 뒤를 캐라는 감찰계장(박희순, 가운데)의 제안을 받는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경관의 피>의 한 장면. 민재는 강윤의 뒤를 캐라는 감찰계장(박희순, 가운데)의 제안을 받는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경관의 피>의 한 장면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경관의 피>의 한 장면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는 크게 셋으로 나뉜 원작에서 마지막 부분인 경찰 조직 내부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각색했다. 두번째 부분과의 연계가 일부 나오긴 하지만, 주인공의 전사(前史)를 드러내는 회상 용도로만 사용된다.

영화는 박강윤과 최민재의 대립을 통해 법 집행의 회색지대에 대해 질문한다. 범죄자의 수법이 날로 악랄하고 교묘해진다면 수사방식 역시 그래야 하는가. 완전히 합법적이지만 관료적인 시스템에 안주해 대의를 잊어도 되는가. 제작진은 최민재가 박강윤과 거리를 두면서도 조금씩 매혹을 느끼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박강윤의 방식에 손을 들어준다. 이는 경찰을 주인공으로 하는 대부분의 상업영화들이 취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교통신호 준수하고 영수증 챙기느라 범인 놓치는 경찰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원작이 다룬 전후의 이념 갈등 등 사회적 이슈는 삭제했다. 최민재와 박강윤의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대립되는 성향의 경찰 한 쌍을 그리는 ‘경찰 버디 무비’로서의 성격이 강조됐다. 이 같은 경찰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규모 총격 장면도 첨가됐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평범한 선택이다. <범죄와의 전쟁>과 같이 오래도록 회자되는 범죄영화는 시대상을 눅진하게 담아내곤 했지만, <경관의 피>는 그런 야심을 보이지 않는다.

조진웅은 이 같은 규모의 상업영화에서 믿을 만한 선택지가 됐음을 증명한다. <기생충>의 ‘지하 인간’ 박명훈이 인상적인 악역으로 등장한다. 상영시간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경관의 피>의 한 장면. <기생충>의 박명훈이 악역으로 등장한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경관의 피>의 한 장면. <기생충>의 박명훈이 악역으로 등장한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경관의 피>의 또다른 악역 나영빈(권율, 앞줄 흰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경관의 피>의 또다른 악역 나영빈(권율, 앞줄 흰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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