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골목· 폐차 직전 자동차···한국적 특성 살린 차량액션 '특송'읽음

백승찬 기자

숨바꼭질 같은 추격전, 매끈한 장르영화

‘액션 스타’는 남성 아닌 여성, 박소담

독특한 악당 연기 송새벽도 돋보여

영화 <특송>에서 은하(박소담, 오른쪽)는 어린이 서원(정현준)의 도주를 돕는다.   NEW 제공

영화 <특송>에서 은하(박소담, 오른쪽)는 어린이 서원(정현준)의 도주를 돕는다. NEW 제공

은하(박소담)는 ‘특송’ 전문 드라이버다. 우체국 택배에서 안 받는 건 다 배달한다는 업체의 백사장(김의성) 밑에서 일한다. 은하는 탁월한 운전 실력으로 돈은 되지만 위험천만한 일을 무리 없이 해낸다.

어느날 꺼림칙한 의뢰가 들어온다. 은하는 약속 장소에 나가 기다리지만 의뢰인 두식(연우진)은 없이 그의 어린 아들 서원(정현준)만 나타난다. 범죄에 연루된 돈 300억원을 챙겨 달아나려던 두식은 부패 경찰 경필(송새벽)에게 살해됐다. 망설이던 은하는 서원을 데리고 도주를 시작한다. 국가정보원의 미영(염혜란) 역시 경찰과 함께 은하의 뒤를 밟는다.

12일 개봉한 영화 <특송>(감독 박대민)은 매끈하게 만들어진 장르 영화다. 비슷한 소재로 비교될만한 미국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2017), <드라이브>(2011)와 비교해도 재미 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살린 장면 설계가 흥미롭다. 도시 변두리 주택가의 구불구불한 골목에서 숨바꼭질 같은 추격전이 펼쳐지고, 슈퍼카가 아닌 폐차 직전의 자동차나 경차가 달린다. 은하는 나사못 드라이버 같은 일상의 소도구를 무기로 한 액션을 선보인다.

은하(박소담)는 영화 <특송>에서 특송 전문 드라이버로 출연한다.  NEW 제공

은하(박소담)는 영화 <특송>에서 특송 전문 드라이버로 출연한다. NEW 제공

액션 영화의 주인공은 통상 젊은 남성 배우지만 이 영화에선 박소담이 ‘액션 스타’다. 박소담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무심한 표정으로 엄청난 운전실력을 자랑하는 프로페셔널로 등장한다. 특별할 것 없게 꾸며진 집에서는 고양이와 셀카를 찍고 직장에서는 사장과 수당을 놓고 ‘밀당’을 하기도 하는, 유쾌하고 평범한 청년으로 설정됐다. 고독, 트라우마 등 주인공의 캐릭터를 과장해 강조하지 않아 오히려 신선하다. 한동안 영화에서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던 송새벽은 독특한 악당 연기로 자신의 역량을 재확인시켰다.

다만 이 영화가 어린이를 대하는 방식에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두식은 사랑하는 어린 아들 서원에게 범죄의 표적이 된 증거를 가지고 달아나라고 한다. 서원은 이 증거로 돈을 챙길 수도, 달아나서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다. 이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다. 서원은 “사는 건 원래 이렇게 힘들어요?” 같은, 성인 관객이 들으면 재미있어 하지만 실제 어린이는 할 법하지 않은 대사를 한다. 삭막한 곳에서 홀로 삶을 꾸려가는 은하와 의지할 데 없이 남겨진 서원의 조합은 관객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 <특송>은 어린이가 가진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장르 영화에 어울리는 조합으로 쉽게 활용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8분.

영화 <특송>에서 경찰 경필(송새벽, 왼쪽에서 두번째)은 독특한 악당 연기를 보여준다.   NEW 제공

영화 <특송>에서 경찰 경필(송새벽, 왼쪽에서 두번째)은 독특한 악당 연기를 보여준다. NEW 제공

영화 <특송>의  액션스타는 젊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인 은하(박소담)이 맡는다.   NEW 제공

영화 <특송>의 액션스타는 젊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인 은하(박소담)이 맡는다.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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