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한 달 전 돌아보는 촛불의 의미 영화 ‘나의 촛불’

백승찬 기자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탄핵 과정을 그리는 다큐멘터리 <나의 촛불>이 20일 온라인 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손석희·심상정·유시민·윤석열·추미애·이혜훈·박지원·우상호·박원순 등 다양한 인물들이 인터뷰에 응했다. 배우 김의성·기자 주진우가 공동 연출했다.

영화는 박근혜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 취임 당시 인상부터 전한다. 영화에서 ‘특검 수사팀장’으로 소개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아버지의 과에 해당하는 부분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좋은 부분은 닮아서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다”고 말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소박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고인이 된 정두언 전 의원은 “벌거숭이 임금님”에 비유한다.

다큐멘터리 <나의 촛불>의 한 장면.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과 촛불 집회 참석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리틀빅픽쳐스 제공

다큐멘터리 <나의 촛불>의 한 장면.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과 촛불 집회 참석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리틀빅픽쳐스 제공

2014년 세월호참사 이후 박근혜 정권은 차츰 시민들의 불신을 받기 시작했다. 집권 초기 소문만 돌던 ‘비선실세’에 대한 정보도 조금씩 구체화됐다. 정유라·최서원 등의 이름에 청와대가 과민반응을 보이자 이를 오히려 수상하게 여기는 이들도 늘어났다. 도화선은 JTBC의 ‘최서원 태블릿PC’ 보도였다. 손석희 당시 앵커는 방송 직전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방송 1분 전이라 아무 생각도 안 했다”고 답한다.

2016년 10월29일 5만명이 처음 모인 ‘박근혜 하야 촛불 집회’는 매주 규모가 커졌다. 11월12일에는 106만명에 달했고, 12월3일에는 최다 규모인 232만명이 광화문광장에 운집했다. 영화는 진영을 넘어선 시민들의 요구에 재빨리 응답하지 못한 기성 정치권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정의당만 앞장서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했을 뿐,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야당은 청와대의 버티기와 여러 가지 정치적 제의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가 철회했던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는 이 영화에서 “똥볼 찼다고 비난 받았다”고 돌이켰다.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대표는 “솔직히 말해서 함부로 탄핵 얘기했다가 역풍을 맞지 않을까 해서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은 “국회의원이 가장 비겁하고 졸렬했다” “야당이 소극적이어서 절망했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나의 촛불>에 출연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촛불 정국에서 정의당은 기성정당 중에선 가장 적극적으로 탄핵을 언급했다.  리틀빅픽쳐스 제공

다큐멘터리 <나의 촛불>에 출연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촛불 정국에서 정의당은 기성정당 중에선 가장 적극적으로 탄핵을 언급했다. 리틀빅픽쳐스 제공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더 많은 집회 참석으로 정치권을 압박했다. 여당 새누리당에서도 결국 방법은 탄핵뿐이라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나타났다. 이혜훈 당시 의원은 “당 안 분위기가 (탄핵 찬성과 반대로) 홍해 바다처럼 갈렸다”고 회고했다. 국회의 탄핵 표결을 앞둔 심정에 대해 김성태 당시 의원은 “집권당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탄핵이 이뤄져도 불행이고, 이뤄지지 않아도 국민들 분노를 어떻게 수습하고 잠재울 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탄핵과 촛불의 의미로 마무리된다. “인류의 민주주의 문명사에서 특이점으로 기록될 사건”(유시민), “대의민주주의의 부족한 부분을 직접민주주의 형식으로 채웠다”(정세균),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살린 것”(하태경) 등의 언급이 나온다.

제작진은 가장 섭외가 어려웠던 이는 박영수 특검, 가장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한 이는 윤석열 후보로 꼽았다. 이 영화는 2018년 12월~2019년 2월 주로 촬영됐다. <나의 촛불>은 대선 한달 전인 2월10일 개봉한다.

다큐멘터리 <나의 촛불>에 출연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리틀빅픽쳐스 제공

다큐멘터리 <나의 촛불>에 출연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리틀빅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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