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머스 앤더슨의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리코리쉬 피자’

백승찬 기자
영화 <리코리쉬 피자>의 한 장면. 알라나(왼쪽)와 개리는 개리의 졸업사진 촬영일 날 처음 만난다. 알라나가 거울을 들어주자 개리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고 있다.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리코리쉬 피자>의 한 장면. 알라나(왼쪽)와 개리는 개리의 졸업사진 촬영일 날 처음 만난다. 알라나가 거울을 들어주자 개리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고 있다.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리코리쉬 피자>의 한 장면. 개리는 물침대, 핀볼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댄다.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리코리쉬 피자>의 한 장면. 개리는 물침대, 핀볼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댄다.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폴 토머스 앤더슨(52)은 21세기 미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꼽힌다. 20대에 <부기 나이트>(1997)와 <매그놀리아>(1999)로 세상에 이름을 각인시키더니, 21세기 들어 <펀치 드렁크 러브>(2002), <데어 윌 비 블러드>(2007), <마스터>(2012) 같은 걸작들을 잇달아 공개했다.

영화적 완성도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앤더슨의 근작들은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들었다. 16일 개봉한 <리코리쉬 피자>는 의외로 가볍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앤더슨의 영화들 중 가장 마음 편히 볼만한 작품일 수도 있다.

따뜻한 햇살이 빛나는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 페르난도 밸리. 중학교 졸업앨범 촬영을 하던 개리(쿠퍼 호프만)는 사진관 조수인 20대의 알라나(알라나 하임)에게 당돌하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알라나는 아역배우인 개리의 투어에 보호자로 동행하고, 개리가 새로 벌인 물침대 사업을 돕기도 한다.

알라나와 개리는 모호한 관계를 유지한다. 각자 다른 이성에도 눈을 돌리다가도 서로를 조금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통을 고수하는 유대인 집안에서 성장한 알라나는 일상이 무료하고 앞으로 무얼 하고 살아야 할지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런 알라나의 눈에는 어린 나이에도 과감하게 이것저것 사업을 시작하는 개리가 꽤 근사한 듯하다.

알라나는 개리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회에서 어엿한 ‘성인’ 남자들을 하나 둘 만난다. 액션 스타 잭 홀든(숀 펜), 영화 제작자 존 피터스(브래들리 쿠퍼), 유망한 청년 정치인 조엘 왝스(베니 사프디)가 차례로 알라나 앞에 나타난다. 하지만 알라나의 남자 친구가 되기엔 모두들 결격 사유가 있다. 예를 들어 홀든은 많은 이들의 선망을 받는 스타지만, 그만큼 심각한 자아도취에 빠진 인물이다. 결국 이 영화는 알라나가 괜찮은 남자 친구를 찾는 여정이자, 다양한 남성성의 의미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알라나 하임과 쿠퍼 호프만은 이 영화가 연기 데뷔작이다. 앤더슨은 자매 그룹 ‘하임’의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하임을 알게 됐고, 영화 배경이 된 샌 페르난도 밸리에서 성장한 하임에게 배역을 맡겼다. 영화 속 부모와 자매는 실제 하임의 가족이다. 호프만은 <마스터> <펀치 드렁크 러브> 등 앤더슨의 영화에 여러 번 출연한 고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연기 재능을 물려받았는지, 호프만은 연기 경험이 없음에도 낙천적이고 대담한 개리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리코리쉬 피자는 1970년대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인기 있던 레코드 체인 이름이다. 과도한 낭만이나 우울 없이 과거에 대한 애정, 청춘에 대한 위로,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선보였다. <리코리쉬 피자>는 내달 열리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 <리코리쉬 피자>의 한 장면. 알라나는 액션 스타 잭 홀든(숀 펜)과 만난다.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리코리쉬 피자>의 한 장면. 알라나는 액션 스타 잭 홀든(숀 펜)과 만난다.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리코리쉬 피자>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리코리쉬 피자>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리코리쉬 피자>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리코리쉬 피자>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Today`s HOT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황폐해진 칸 유니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