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름답지만 박제된 도시 파리...'파리, 13구'의 자크 오디아르 감독

백승찬 기자

믿음과 실제 모습의 괴리에 방황하는 젊은이들 그려

5월 12일 개봉

영화 <파리, 13구>의 한 장면. 에밀리, 노라, 카미유는 엇갈린 관계를 맺는다.  | 찬란 제공

영화 <파리, 13구>의 한 장면. 에밀리, 노라, 카미유는 엇갈린 관계를 맺는다. | 찬란 제공

자크 오디아르 감독 ⓒEponineMomenceau

자크 오디아르 감독 ⓒEponineMomenceau

파리 13구는 프랑스 수도 파리를 구성하는 20개 행정구 중 하나다. 유럽에서 가장 큰 아시아타운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 <파리, 13구> 속 4명의 청년은 서로 엇갈린 관계를 맺는다.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할 여건은 되지 않는다. 때로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들의 관계가 우정인지 사랑인지, 지속 가능한지 일회성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무엇 하나 뚜렷하지 않은 삶의 조건을 탐색하는 젊은이들이 화면에 담겼다.

현대 프랑스 청년들의 모습이지만, 동시대 대도시 어디에서도 만날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이다. 감독 자크 오디아르(사진)는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예언자>(2009), 황금종려상 수상작 <디판>(2015) 등으로 유명하다. 수인, 난민, 장애인 등을 카메라에 담아왔던 오디아르가 청춘 멜로물을 찍었다. 게다가 그는 70세다. <파리, 13구>에서 감독의 나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주목받는 여성 연출자인 셀린 시아마가 함께 각본을 썼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오디아르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에게 결함이 있다. 그 결함이란 스스로 믿는 자신의 모습과 실제 모습에 괴리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중국계 이민가족의 딸인 에밀리는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콜센터 직원,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살아간다. 등장인물 중 유일한 남성인 카미유는 여성에게 친절하지만 깊은 관계를 맺기는 싫어하고, 학위를 받기 위해 교사일을 그만둔 뒤 엉뚱하게 친구를 도와 부동산업에 뛰어든다.

등장인물 중 가장 안정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은 온라인 포르노 스타 앰버 스위트다. 오디아르는 “에밀리와 카미유 모두 고등교육을 받아 국가적으로 인정받았지만, 그것이 개인의 성향과 괴리가 있어 당황하는 인물”이라며 “이 영화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파리, 13구>는 흑백으로 촬영됐다. 파리의 화사한 풍광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오디아르는 “파리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잘 알지만 그 한계도 안다”며 “로맨틱하고 역사적인 도시지만 자기 자신에 갇혀 있는 박제된 도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흑백은 “파리지만 파리 같지 않은 모습”을 위해 선택됐다고 한다.

오디아르는 “<파리, 13구>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지만, 아무튼 로맨틱 코미디”라고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답게 결말은 의외로 낭만적인 해피엔딩이다. 폭력적인 장면, 거친 감정을 찍어온 오디아르지만 “관객으로서 비극적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극적 결말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교훈만 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로맨틱 코미디야말로 미래를 위해 열려 있는 장르죠.”

<파리, 13구>는 5월12일 개봉한다.

영화 <파리, 13구>의 한 장면. 온라인 포르노 스타 앰버 스위트는 등장 인물들 중 가장 안정적인 성격을 가졌다.  | 찬란 제공

영화 <파리, 13구>의 한 장면. 온라인 포르노 스타 앰버 스위트는 등장 인물들 중 가장 안정적인 성격을 가졌다. | 찬란 제공

영화 <파리, 13구>의 한 장면 | 찬란 제공

영화 <파리, 13구>의 한 장면 | 찬란 제공

영화 <파리, 13구>의 한 장면 | 찬란 제공

영화 <파리, 13구>의 한 장면 | 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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