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남은 인생 10년’ 11개월 만에 재개봉, 관객 수 51만 돌파
개봉 앞둔 대만·일본 합작 ‘청춘 18X2’ 출연진 내한 무대인사 매진
<범죄도시4>가 꽉 잡은 5월 극장가에서 ‘작은 영화’ 두 편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11개월 만에 재개봉해 누적 관객수 50만명 돌파한 일본 영화 <남은 인생 10년>과 개봉을 앞둔 대만·일본 합작 영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청춘)이다. 10~20대의 순수한 사랑을 그리는 대만과 일본의 청춘 로맨스 영화들은 오랜 시간 이어진 한국의 ‘청춘 로맨스물’ 공백을 메우며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14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재개봉한 <남은 인생 10년>은 이날까지 관객 51만명을 동원했다. 영화는 난치병에 걸린 ‘마츠리’와 삶의 의지를 잃은 ‘카즈토’의 사랑을 그린다. 22일 개봉하는 <청춘>은 24~26일 사흘간 예정된 출연진의 내한 무대인사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첫사랑을 찾아 일본으로 떠난 서른여섯 ‘지미’의 여정을 그리는 영화는 <상견니>로 잘 알려진 대만의 청춘스타 허광한이 출연한다.
대만과 일본 양국의 청춘 로맨스물은 오랜 시간 꾸준히 한국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우제룬(주걸륜) 주연의 <말할 수 없는 비밀>(2006)부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 <나의 소녀시대>(2015) 등 대만의 ‘하이틴 로맨스’는 20년 가까이 인기를 끌고 있다. 1990년대 <러브레터>(이와이 슌지 감독)라는 걸출한 작품을 선보인 일본 역시 단단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일본 실사 영화 최초로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동원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 역시 10대 청소년들의 첫사랑을 그린다. 10~20대의 순수한 첫사랑 서사에 타임슬립이나 불치병 같은 설정을 입힌 것이 이 영화들의 특징이다.
<청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오세이사> 등 일본 청춘 로맨스물을 꾸준히 한국에 들여온 미디어캐슬의 강상욱 대표는 “대만과 일본은 하이틴 청춘 로맨스물을 꾸준히 만들어온 덕분에 젊은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는 노하우가 축적됐다”고 말했다.
두 나라의 청춘 로맨스 영화가 잇따라 선전하는 배경에는 한국 로맨스 영화의 오랜 공백이 있다. 로맨스는 K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지만, 영화업계에선 사정이 다르다. 개봉 예정이거나 제작 중인 상업영화 가운데 로맨스 장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오랜만에 <달짝지근해> <싱글 인 서울> 등 로맨스 영화가 잇따라 개봉했지만 모두 30~50대가 주인공이었다. 청춘 로맨스는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강상욱 대표)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로맨스 영화로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주연 배우의 인지도나 매력이 절대적인데, 배우 출연료를 포함한 제작비가 크게 인상된 상황에서 섣불리 제작에 뛰어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신선한 얼굴이 필요한 청춘 로맨스물이라도 신인 배우를 기용할 경우 홍보·마케팅이 불리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로맨스 장르에 대한 투자는 한층 얼어붙었다. 배급사 관계자 A씨는 “‘청춘물’에 대한 젊은 관객의 수요는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가 입소문도 잘 나고 팔기 좋다’는 인식이 팬데믹 이후 강해져 소규모의 로맨스 장르에 대한 투자 드라이브가 세게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가성비 좋게’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수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씨는 “직접 만드는 대신 대만, 일본의 영화들을 수입해올 경우 10억원 안팎의 비용으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똘똘한 1편’을 가져오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가벼운 청춘 멜로는 일본, 대만 것으로 소비하고 나머지 장르를 한국 영화로 보는 소비자의 포지셔닝이 이미 굳어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