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엔 브람스를, 온몸으로 느껴라

문학수 선임기자

2021 줄라이 페스티벌, 연주자 168명 참여

‘예술가의 집’에서 브람스 전곡 ‘선물’

국내 최고 수준의 연주자가 참여하는 ‘2021 줄라이 페스티벌’이 내달 열린다. 윗줄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 첼리스트 요나단 루제만·이정란,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 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 첼리스트 김민지·이강호, 피아니스트 최희연·일리야 라쉬코프스키·김재원, 비올리스트 이승원,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 비올리스트 이한나,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임상우,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비올리스트 김상진, 피아니스트 임주희, 비올리스트 최은식, 피아니스트 김규연·박종해·윤아인, 바이올리니스트 웨인 린, 피아니스트 한재민(위 사진 윗줄 왼쪽부터) 등 168명이 참여한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피날레 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연주하는 모습.  더 하우스 콘서트 제공 사진 크게보기

국내 최고 수준의 연주자가 참여하는 ‘2021 줄라이 페스티벌’이 내달 열린다. 윗줄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 첼리스트 요나단 루제만·이정란,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 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 첼리스트 김민지·이강호, 피아니스트 최희연·일리야 라쉬코프스키·김재원, 비올리스트 이승원,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 비올리스트 이한나,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임상우,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비올리스트 김상진, 피아니스트 임주희, 비올리스트 최은식, 피아니스트 김규연·박종해·윤아인, 바이올리니스트 웨인 린, 피아니스트 한재민(위 사진 윗줄 왼쪽부터) 등 168명이 참여한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피날레 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연주하는 모습. 더 하우스 콘서트 제공

한달 내내 브람스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콘서트홀이 아닌 ‘작은 하우스’에서, 연주자들의 표정과 숨소리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청중과 연주자들이 불과 몇 m 거리에서 눈빛을 주고받으며 음악에 몰입하는 시간이 펼쳐진다. 7월1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2021 줄라이 페스티벌’이 열린다. 연주자 168명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브람스의 실내악 작품 전곡과 피아노 작품 전곡을 연주하는, 그야말로 ‘브람스의 향연’이다.

■ 열린 공간, 평등한 어울림

‘줄라이 페스티벌’은 지난해 첫발을 내디뎠다.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을 테마로 한달간 다양한 연주가 펼쳐졌다. 특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13시간에 걸쳐 릴레이로 연주해낸 저력은 ‘베토벤 애호가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 과감한 페스티벌은 박창수 예술감독이 2002년 시작한 ‘더 하우스 콘서트’(이하 ‘하콘’)의 일환이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는 그해 7월 서울 연희동에 자리한 자택 거실에서 첫번째 공연을 열어 ‘하콘’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19년간 아티스트 4000여명이 하콘에서 청중과 만났다. 클래식 음악을 주종으로 삼았으나 국악, 재즈, 대중음악, 실험예술 등 다양한 장르가 펼쳐졌다.

2002년 당시 박 감독이 원했던 것은 “귀로만 듣던 음악을 마룻바닥의 진동을 통해 온몸으로 느끼는 것, 무대와 객석의 구분 없이 연주자와 관객이 눈빛을 교환하는 친밀한 분위기”였다. 연주가 끝나면 함께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곤 했다. 박 감독은 “연주자들이 공주나 귀족처럼 치장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 관객들이 멀리 떨어져 그들을 바라보는 것에 항상 반감을 지니고 있었다”며 “또 당시는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였는데 이벤트성 대형공연이 아주 많았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하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와 관객이 한 덩어리로 어울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 향유”라고 강조했다.

■ 2021 줄라이 페스티벌

7월엔 브람스를, 온몸으로 느껴라

작은 하우스에서 한 달 내내 최고 수준의 향연
좌석도 무대도 없다, 청중과 연주자는 눈빛으로 만난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자리한 ‘예술가의집’으로 하콘을 이전한 때는 2014년이다. 이곳에는 좌석도 없고 무대도 없다. 마룻바닥이 깔려 있는 40평 남짓한 방에 그랜드 피아노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에 대해 박 감독은 “지나치게 상업화된 대학로에 음악이 흐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단순하고 소박한 공간에서 하콘을 이어가다 “한달 내내 음악이 흐르는 대학로”를 만들어보려는 의도로 지난해부터 줄라이 페스티벌의 막을 올렸다는 것이다.

올해 테마인 ‘브람스’는 통념상 ‘가을의 음악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박 감독은 “여름에 듣는 브람스도 의외로 좋다”면서 “지난해에는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음악을 연주했고, ‘올해에는 누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곧장 떠오른 음악가가 브람스였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여전한 지금, 브람스의 진정성 넘치는 음악들이 우리를 위로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연주자는 60대부터 10대까지 다양하다. 올해 66세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가 ‘2021 줄라이 페스티벌’에서 가장 노장이다. 박 감독은 “가장 어린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가은과 첼리스트 권지우”라며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이지만 나이를 잊게 만드는 연주자들”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올해 줄라이 페스티벌에는 명성이 자자한 음악가가 즐비하다. 피아니스트 최희연과 김규연,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과 김다미, 서울시향의 부악장 웨인 린,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김민지와 이정란 등을 비롯해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개최된 현악4중주 콩쿠르에서 1위 수상이라는 희소식을 전해온 아레테 콰르텟, 리수스 콰르텟도 연주한다.

지금까지 예술가의집에 가장 많이 입장했던 1회 공연 관객수는 약 200명이었다. 그야말로 미룻바닥에 빼곡하게 앉아 음악을 즐겼다. 하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30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 하콘 측은 공연에 참여할 수 없는 관객을 위해 “모든 연주회를 ‘더 하우스 콘서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하겠다”고 밝혔다.

■ 내년, 하콘 20주년

그동안 하콘을 찾는 청중의 주된 반응이 어땠냐는 질문에 박 감독은 “연주자의 호흡, 심지어 손떨림까지 느끼면서 음악을 들으니 굉장히 짜릿하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뒤집어 보자면 연주자에게는 ‘심란한 상황’이다. 관객의 목전에서 연주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연주자들에게 하콘은 “가장 떨리는 무대, 가장 무서운 연주회”라는 소감들이 나온다. 심지어 진정제를 먹고 연주해야 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박 감독은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하콘은 연주자들을 강심장으로 만들어주는 무대”라고도 했다.

‘작은 연주회, 국내 최고의 연주자들’을 고집해온 까닭에 하콘은 언제나 적자에 허덕였다. 시작할 당시는 2만원, 지금은 3만원의 입장료로 흑자를 본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 감독은 “하콘은 단 한번도 흑자를 본 적이 없다. 매년 적자였다. 한때 중단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2014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SBS문화재단이 후원에 나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격식을 허문 작은 음악회’의 상징인 하콘은 내년 20주년을 맞는다. 박 감독은 “20주년까지만 감독(대표)을 맡겠다는 것이 그동안 해온 결심이었다”면서 “내년까지만 책임을 다하고 다음해부터는 후배들에게 이어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만 맡겠다”며 “2023년부터는 개인적 예술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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