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타계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지휘로 정평'

문학수 선임기자
지휘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타계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지휘로 정평'

네덜란드 태생의 지휘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별세했다. 향년 92세.

고인의 소속사인 아스코나스 홀트는 하이팅크가 런던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21일(현지시간) 공지했다. 직후에 유럽과 미국 언론들은 거장의 타계 소식을 속보로 알렸다. 1929년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4년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을 지휘하면서 데뷔, 2년 전 은퇴할 때까지 65년간 포디엄을 지킨 세계적인 거장이다.

암스테르담 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한 고인은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독일의 지휘자 페르디난트 라이트너로부터 지휘를 사사했다. 1957년부터 이 악단의 수석 지휘자를 맡아 본격적인 지휘 행보를 내디뎠다. 세계 최정상의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로열 콘세르트헤보우(RCO)와의 첫번째 조우는 1956년 이뤄졌다. 객원지휘자로 초청받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건강상의 이유로 지휘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하이팅크가 ‘대타’로 포디엄에 올라 큰 호평을 받았다. 기나긴 인연의 첫 단추였다. 고인은 1961년 RCO의 수석지휘자에 취임했으며, 2년 뒤부터 오이겐 요훔의 뒤를 이어 상임지휘자를 맡았다. 고인은 이 악단을 27년간 이끌었다. 그의 음악적 생애를 대표하는 경력으로 손꼽힌다.

고인은 교향곡, 협주곡,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그중에서도 베토벤, 브람스, 슈만, 차이코프스키, 말러, 브루크너 등의 음악에서 정평을 얻었다.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지휘가 고인의 스타일이었다. 그는 강력하고 파격적인 해석을 오케스트라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음악’이야말로 그의 신조였다.

고인은 90세를 맞았던 2019년 6월, 네덜란드의 한 언론과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60여년의 지휘 생활을 마감하는 선언마저도 그의 음악처럼 자연스러웠다. “난 이제 아흔 살이라오. 공식적인 작별인사는 싫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이제 더이상 지휘를 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라오.” 그해 9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것이 고인의 마지막 지휘였다. 2011년 영국 <가디언>과 가졌던 인터뷰는 고인의 철학과 음악관을 짐작하게 한다. “지휘는 직업이면서 동시에 직업이 아니야. 참으로 모호한 일이지. 무엇이 좋은 지휘자를 만드냐고? 카리스마가 무엇이냐고? 나도 지금까지 계속 그것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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