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연극 <작은 아씨들>이 개막했습니다. 고전 소설 <작은 아씨들>을 연극화한 이번 작품은 각자 다른 꿈을 가진 네 자매가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등장인물 메그, 조, 베스 그리고 에이미는 가난하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는 가족입니다. 하지만 시끌벅적하던 어린 시절도 잠시, 어느새 어른으로 성장한 넷은 마치 가(家)의 품을 떠나게 되죠. 그러던 어느 날, 네 자매는 어느 소식을 듣고 마치 가를 되찾게 되고, 그제서야 다시금 함께 보내온 시간들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연극 <작은 아씨들>은 2020년 5월 연희예술극장에서 첫 트라이아웃 공연(시범 공연)을 올렸습니다. 당시 <작은 아씨들>은 단 5회차의 공연만 선보였으나,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있는 연출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는데요. 이번 본 공연에는 신의정, 정우연 등 새로운 캐스트들이 합류 소식을 알렸습니다. 또한 소정화, 최유하, 박란주, 유연을 비롯해 최근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활약한 배우 홍지희가 트라이아웃 공연에 이어 재참여했습니다.
원작 <작은 아씨들>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네 자매의 어린 시절을, 2부는 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며, 3부와 4부는 조가 세운 학교, 그리고 그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해당 공연은 원작 속 1, 2부의 내용을 중심으로 담아냈는데요. 대부분 소설 속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아내며, 작품 특유의 따뜻한 감동과 유머를 강조했죠. 다양한 소품을 이용한 세련된 연출과 소극장임에도 디테일한 의상 변화가 눈에 띄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관객들의 몰입도와 이해를 돕는 극적 장치들도 추가했습니다. 매체 특성상, 연극은 원작의 모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는데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장면마다 인터뷰 형식의 나레이팅을 삽입했습니다. 배우들은 이를 통해 캐릭터 내면의 감정 상태와 줄거리를 요약해 표현하죠. 이처럼 창작진들은 많은 등장인물이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개별적인 서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배우들이 객석 통로를 지나다니며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는데, 이는 관객이 직접 작품 속에 들어와있는 듯한 현장감과 함께 몰입도를 극대화시키기도 합니다.
<세계명작극장>에서 본 그 애니메이션!
사실 <작은 아씨들>은 이전부터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재해석되며, 세월과 시대를 막론하는 ‘명작’임을 증명했습니다. 그중에서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특히나 영상화된 작품들이 많은데요. 아마 이 영상이 익숙한 분들도 계시죠?
작품은 <세계명작극장>에 포함되어 있던, 애니메이션 <작은 아씨들>입니다. <세계명작극장>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닛폰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시리즈물인데요. 이들은 <빨강 머리 앤>, <플란더스의 개> 등, 유명한 동화나 소설을 애니메이션화시켜 제작했습니다.<작은 아씨들>은 1987년 한 해 동안 ‘후지 TV’에서 방영되었고, 1988년 MBC에서 더빙 방영되며 국내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전반부는 원작과 다른 독립적인 에피소드가 진행되는데, 급격하게 나빠진 마치 가(家)의 경제사정과 이들의 이주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치 가(家)와 네 자매의 배경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된 것으로 예상되며, 중반부부터는 익숙한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원작 <작은 아씨들>의 목차 중, 3부 ‘작은 신사들’과 4부 ‘조의 아이들’도 각색되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바로 1993년, ‘닛폰 애니메이션’의 <푸른 새싹 이야기, 난과 조 선생>입니다. 국내에서는 KBS가 더빙을 담당해, 1994년 <왈가닥 작은 아씨>라는 제목으로 방송되기도 했죠. 해당 애니메이션은 어른이 되어 학교를 세운 조와, 그의 학생 애니 하딩(난)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요. 말괄량이 애니 하딩의 왁자지껄한 학교생활과 가슴을 울리는 조의 가르침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순정만화 주인공이 된 베스
<작은 아씨들>은 한국 순정만화로도 각색된 바 있습니다. 김희은 작가의 작품으로, 서울문화사의 만화잡지 ‘밍크’에서 연재되었죠. 2006년부터 2010년 초반까지 해당 잡지에서 연재를 이어가다, 이후부터는 단행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9권을 끝으로 오랜 시간 동안 연재가 중단되기도 했는데요. 반갑게도 최근 김희은 작가가 <작은 아씨들>의 재연재를 시작하며, 많은 독자들의 환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기존의 흑백 그림이 아닌 컬러 리메이크 버전으로 돌아왔으며, 현재 네이버 시리즈 COMIX에서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순정만화 <작은 아씨들>은 원작의 내용과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캐릭터의 이름을 차용한 것에 가까운데요. 메그, 조, 베스, 에이미가 네 자매라는 설정은 그대로지만, 해당 만화 속에서는 프랜시스 기숙학원의 학생으로 등장합니다. 시대적 배경도 남북 전쟁 중의 미국이 아닌, 19세기 영국으로 재설정 되었죠. 스포츠에 뛰어난 조 혹은 아무런 재능이 없는 베스 등, 인물의 설정 및 특징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또한 베스가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고, 그를 중심으로 한 로맨스와 통통 튀는 에피소드가 전체적인 이야기의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BBC부터 국내 주말 드라마까지 섭렵한 <작은 아씨들>
<작은 아씨들>이 드라마로도 방송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2017년 영국 BBC에서는 연말 특집으로 미니시리즈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방영되었습니다. 해당 작품은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드라마의 도입 부 중, 답답한 드레스를 벗어던지는 네 자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원작의 1, 2부 줄거리를 충실하게 담아냈으나, 네 자매의 개별적인 에피소드를 보다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교훈적인 메시지가 생략되기도 했죠.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일부 장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조와 그의 남편 베어 교수의 이야기를 각색해, 소설 속 베어 교수의 권위적인 모습을 덜어내려고 애썼습니다.
드라마화는 국내에서도 진행됐습니다. 2004년, SBS에서 방영한 주말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그 주인공인데요. 해당 드라마는 하청옥 작가의 극본을 바탕으로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사랑과 야망을 그린 작품입니다.
네 자매의 캐릭터 설정은 원작과 비슷합니다. 마치 가(家)의 첫째 메그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희생도 서슴치 않는 ‘정혜득’으로, 둘째 조는 터프한 ‘정미득’으로 설정되었죠. 또한 셋째 베스는 조용하고 섬세한 ‘정현득’, 막내 에이미는 부모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정인득’으로 재해석됐습니다. 드라마에는 각각 박예진, 유선, 박은혜, 이윤미가 출연하며 해당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주말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국내에서 제작된 만큼, 200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도 원작과는 전혀 다른데요. 시청자들 또한 재해석이라기보다는 고전 소설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방영 당시 폭력적인 장면의 등장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더 나아가 2022년에는 드라마 <빈센조>의 김희원 감독과 영화 <박쥐>, <아가씨>, 드라마 <마더>의 작가로 활약했던 정서경을 필두로 새로운 <작은 아씨들> 드라마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는 세 자매의 우애를 다룬 작품이라는 사실만 알려져 있네요.
아카데미상도 수상한 영화 <작은 아씨들>
<작은 아씨들> 하면 원작 다음으로 떠오르는 작품이 바로 영화입니다. 특히나 1994년 질리안 암스트롱이 감독한 영화 <작은 아씨들>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의상상, 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영화가 인기를 끌자, 국내에서는 더빙판을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죠. 조를 연기한 위노나 라이더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습니다.
2019년에는 감독 그레타 거윅의 장편 영화 <작은 아씨들>(2019)이 새롭게 개봉했습니다. 그레타 거윅의 전작 <레이디 버드>에 출연했던 시얼샤 로넌, 티모시 샬라메를 비롯해, 엠마 왓슨과 로라 던 등, 이미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이 출연해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크리틱스 초이스와 시카고 비평가 협회에서 각색상을 수상했을 만큼,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현대적인 각색이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작은 아씨들>의 1, 2부 줄거리를 다루고 있지만, 교차편집을 통해 이야기의 순서를 재배치했습니다. 네 자매들의 성장이 더욱 극명하게 대비되도록 설정한 것이죠. 또한 기존 캐릭터들의 설정도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원작에 비해 에이미의 비중이 커졌고, 현실의 벽과 마주한 조의 갈등 상황도 극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조와 로리, 그리고 에이미 사이의 관계도 소설에 비해 구체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영화 <작은 아씨들>(2019)는 아카데미에서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작품 속, 시대 배경을 반영한 등장인물들의 특색 있는 의상은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데요. 특히나 네 자매의 의상은 조화로우면서도 각 캐릭터의 특징과 성격, 심리상태를 부각시켜줍니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해당 작품을 ‘눈이 즐거운 영화’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이처럼 고전 소설 <작은 아씨들>은 수많은 분야에서 재창작된 작품입니다. 그만큼 손에 꼽히는 명작이기도 한데요. 국내에서 개막한 연극 <작은 아씨들>은 센스 있는 연출과 극적인 장치들을 추가해,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학로 대표 배우들의 대거 출연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마치 가(家)의 네 자매가 전하는 유쾌하지만 따뜻한 메시지.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위로를 건네주고 있을까요?
연극 <작은 아씨들>
2021.10.9~2021.10.31
서울 드림아트센터 2관
공연 시간 125 분
만 7세 이상 관람가
소정화, 신의정, 최유하, 홍지희, 정우연, 박란주, 유연, 강상준, 서동현, 김우진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