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최희준, 다음달 8일 수원시향 공연
“베토벤은 음악과 인생의 스승”
클래식 음악의 여러 분야 중에서 교향곡에 왕관을 씌운 이는 베토벤이었다.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9번 ‘합창’은 태양계 바깥을 탐사하는 보이저 1호에 실려, 언젠가 만날 외계인에게 지구 문명의 수준을 알린다. 5번 ‘운명’의 도입부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3번, 6번, 7번도 저마다의 확고한 팬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2번은? 오랜 클래식 팬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곡이다. 최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지휘자 최희준의 생각은 달랐다. 다음달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수원시향을 지휘해 베토벤 교향곡 2번을 들려주는 그는 “9개 교향곡이 다 좋다고 생각한다. 2번은 특히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매력적인 교향곡”이라고 설명했다.
이 곡은 1801~1802년 작곡됐다. 이 시기 베토벤은 난청이 악화해 유서까지 썼다. “젊은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고뇌하던 시기였습니다. 아프면 포기하고 싶지만, 베토벤은 고뇌와 절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예술과 음악을 위해 일어서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번 연주를 계기로 한국에도 2번을 좋아하는 관객이 생기셨으면 합니다.”
최희준은 베토벤이 자신의 ‘선생님’과 같다고 말했다. 베토벤 교향곡은 “100년, 200년 가는 튼튼한 건축물 같은 곡”이자 “지휘자가 꼭 거쳐야 하는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아울러 인간으로서의 베토벤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해나가는 모습에 고개 숙이게 만드는 인생 선생님”이다.
최희준은 진중하고 학구적인 지휘자로 정평이 나 있다. 연구실에는 영어, 불어, 독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등 각종 사전이 갖춰져 있다. 책꽂이를 가득 채운 악보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악보에는 작곡가의 의도를 궁리하고 자신의 해석을 곁들이며 연필로 쓴 메모가 빼곡하다. 40번 이상 공연한 오페라 <마탄의 사수> 악보는 연습과 실연 때 흘린 땀으로 절어 있다.
최희준은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지휘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귀국 후 국립심포니, 전주시향 상임지휘자를 거쳐 현재 수원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한양대 지휘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학생 오케스트라와 프로 오케스트라에 차이점이 많지는 않다고 했다. “우리들의 재료는 음악”이라는 점을 모두 공유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단원들과의 소통법은 “음악 앞에 솔직한 것”뿐이다. 연습이 필요하면 ‘연습을 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음악의 완성을 위해 사심 없이 한 말이라는 것을 알기에 단원들도 동의한다고 한다.
5회째를 맞이하는 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베토벤 교향곡 2번과 함께 <피델리오> 서곡, 피아노 협주곡 3번(김태형 협연) 등 베토벤 레퍼토리로만 꾸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