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작곡된 ‘심포니 D minor’, 12일 서울롯데콘서트홀 공연
작곡가·목회자 허암 김홍전(1914~2003)이 1942년 완성한 교향곡이 세계 초연된다. 주최 측은 이 곡이 ‘한국 최초의 교향곡’이라고 본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는 1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에서 김홍전의 ‘심포니 D minor’를 세계 최초로 연주한다. 김경희 청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숙명여대 교수)이 지휘하고, 소프라노 박현주,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박성근, 바리톤 한규원 등이 노래한다. 위너 오페라 합창단도 참여한다.
김홍전은 기독교계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성장했다. 1935~1937년 평양신학교에서 가르치던 선교사·음악가 드와이트 말스버리에게 음악이론, 작곡, 피아노 등을 배웠다. 일제의 폭압이 강화된 1940년대에는 창씨개명, 신사참배를 반대해 공적 활동을 하지 못했고, 이때 음악 작업에 매달렸다. 김홍전은 교향곡 악보에 ‘1942년 12월 10일 새벽 4시 완성’이라고 명기했다. 한국전쟁 중에는 이승만 대통령 특사로 미국, 스위스 등으로 가 기독교단체, 언론 등에 전쟁 상황을 알렸고, 미국 체류 중이던 1951년 ‘시카고 중앙 음악원’(Central Conservatory of Chicago)에 ‘심포니 D minor’를 제출해 음악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7년엔 리치몬드 유니온 신학교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4년 캐나다로 이주해 2003년 그곳에서 소천했다.
김홍전은 생전 음악 박사 학위 취득이나 교향곡 작곡에 대해 알린 적이 없다고 한다. 김홍전의 교향곡 악보는 10여 년 전 유족이 고인의 물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했다. 이후 악보 정리와 연구 등 실연에 필요한 작업을 거쳤고, 이번에 공개하게 됐다.
김홍전의 교향곡은 파이프오르간, 하프, 호른, 튜바 등이 들어가는 대편성의 곡이다. 연주 시간은 60여 분이다. 이번 연주회에는 오케스트라 70명, 합창단 50명이 나온다. 연주회에서는 교향곡과 같은 해 작곡된 오라토리오 ‘루디아’도 들을 수 있다.
교향곡은 작곡가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클래식 음악의 핵심 분야다. 한국 작곡가 중엔 안익태(1906~1965)가 ‘한국 환상곡’을 작곡했으나, 악장 구분이 없어 교향시로 분류된다. 김순남(1917~1983?)이 1947년 교향곡을 작곡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현재 악보가 남아있지 않다.
김경희 교수는 “김홍전 교향곡은 고전주의 음악의 격식에 맞춘 곡처럼 보이지만 음악적 색깔이 다양하고 테크닉적으로도 쉽지 않은 곡”이라며 “합창이 들어간 점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파이프오르간이 나온다는 점에서 생상스 교향곡 3번의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김홍전의 자료 정리에 참여한 유영춘씨는 “김홍전 목사는 1964년 이후 목회자로 활동하며 찬송가 작곡 등 종교 음악에 치중했고, 생전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는 것도 원치 않아 그동안 교향곡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