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영 아들’ 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 원경 스님 입적

김지혜 기자
원경 스님. 조계종 제공

원경 스님. 조계종 제공

조계종 최고 의결기구 원로회의 부의장 원경 스님이 지난 6일 입적했다. 세수 81세. 법랍 62년.

조계종은 원경 스님이 이날 오전 10시쯤 경기 평택의 만기사에서 입적했다고 밝혔다. 조계종에 따르면 고인은 1963년 범어사 동산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1960년 용화선원에서 안거에 든 이래 26안거를 완수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흥왕사·청룡사·신륵사 주지, 경기지방경찰청 경승 등을 지냈고 2014년 4월 조계종 원로의원에 당선됐다. 경기 평택의 만기사 주지를 맡아왔다.

고인은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을 이끌었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박헌영(1900~1956)과 그의 두 번째 부인 정순년씨가 1941년에 낳은 아들로, 박헌영이 월북 전 남한에 남긴 유일한 혈육이었다. 박헌영은 1946년 미군정에 쫓겨 북한으로 간 뒤 내각 부총리 겸 외무장관,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에 올랐지만 1956년 미국의 첩자라는 죄목으로 처형됐다. 고인은 부친의 월북 전 그를 여섯 차례 봤다고 했다.

고인은 부친이 지하로 잠적한 후 모친 정씨와도 헤어진 뒤 빨치산들과 생활하며 험난한 유년기를 보냈다. 10살 때 남로당 연락책 한산 스님을 만나 전남 구례의 화엄사에 맡겨진 이후 구례 연곡사를 거쳐 충북 단양 구인사, 전북 무주의 송시열 사당, 전남 담양 가마골 남부군 노령지구 사령부에 머물렀다. 1958년 한산 스님으로부터 아버지의 행적과 죽음을 전해듣고 충격을 이기지 못해 전국을 유리걸식하며 떠돌다 1960년 인천 용화사로 가 송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충남 예산 덕숭산 정혜사에서 모친을 다시 만나 1979년부터 정씨가 세상을 떠난 2004년까지 함께 살았다.

고인은 2004년 <박헌영 전집(전 9권)>을 출간했다.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등 10여명의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해 약 11년간 증언과 저작물, 사진자료와 연보 등 박헌영 관련 기록을 총망라한 것이다. 고인은 당시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남북한에서 다 버림 받았지만, 그래도 누군가 ‘실패한 혁명가’의 발자취를 밝혀 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출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2010년에는 시집 <못다 부른 노래>를 펴냈다. 시집 곳곳에는 편치 않았던 인생에 대한 회한과 부친에 대한 그리움이 담겼다.

영결식과 다비식은 10일 오전 10시 경기 화성시 용주사에서 원로회의장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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