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입적한 자승스님, 조계종 “참담한 마음”···종단장으로 치러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던 자승 스님이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서 화재로 입적한 다음날인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스님들이 추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던 자승 스님이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서 화재로 입적한 다음날인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스님들이 추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29일 세수 69세로 입적한 자승스님의 영정사진.  대한불교조계종은 자승스님이 “소신공양”했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29일 세수 69세로 입적한 자승스님의 영정사진. 대한불교조계종은 자승스님이 “소신공양”했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자승스님이 생전에 남긴 열반송. “생사가 없다하나 생사없는 곳이 없구나. 더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고 적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자승스님이 생전에 남긴 열반송. “생사가 없다하나 생사없는 곳이 없구나. 더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고 적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지난 29일 경기 안성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입적한 자승 스님은 스스로 선택에 의해 분신했다고 대한불교조계종이 밝혔다. 자승 스님은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스님이 입적에 앞서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을 남겼다.

조계종 대변인인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승 스님이 “소신공양”했다고 밝혔다. 우봉 스님은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조계종은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해 다음 달 3일까지 자승 스님의 장례를 종단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이 장의위원장을 맡는다.

2005년 9월 총무원장 재임 중 입적한 법장 스님의 종단장을 조계사에서 치른 바 있다. 전직 총무원장의 종단장을 조계사에서 엄수하는 것은 자승 스님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오후 3시 조계사 분향소가 문을 열자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가장 먼저 찾아 조문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분향소를 찾았다. 조계사 이외에도 용주사와 전국 각 교구 본사, 종단 직영 사찰인 봉은사·보문사 등에도 지역분향소를 마련했다.

영결식은 장례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10시에 치러진다. 다비장은 자승 스님의 소속 본사인 용주사 연화대에서 행한다. 장례는 종단장 규정에 따라 입적 일을 기점으로 5일장으로 행한다.

자승 스님의 입적은 29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소재 사찰인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과정에서 법구가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스님이 소신공양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조계종 내부는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우봉 스님은 “참담한 마음”이라며 브리핑 도중 목이 매어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던 자승 스님이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서 화재로 입적한 다음날인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스님들이 추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던 자승 스님이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서 화재로 입적한 다음날인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스님들이 추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세수 69세(법랍 51년)로 입적한 자승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을 2009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연임해 종단 내 최고 실세로 여겨졌다.

스님은 입적 직전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포교 의지를 밝혔기에 조계종 내부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이틀 전인 27일 불교계 언론사와 만나 “대학생 전법에 10년간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밝힐 정도로 강한 포교 의지를 보였다. 지난달엔 조계종 총무원 보직자와 중앙종회 의원 등을 모아 종단 운영에 관한 의사를 피력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생한 자승 스님은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 밑에서 제자로서 불법을 배웠다.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하고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역임해으며 1986년부터는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 일을 시작했다.

자승 스님은 서의현 스님 총무원장 시절 조계종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며 종단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갔다.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을 지냈으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4선이나 하면서 인지도를 넓혔다. 2006년 14대 전반기 중앙종회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자승 스님은 탁월한 정치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9년 55세에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며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되며 최고의 지위에 올랐다. 2013년에는 재선돼 총 8년간 총무원장을 지냈다.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종단 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봉은사 회주, ‘상원결사’ 회주와 조계종 입법기관인 불교광장 총재, 은정재단 이사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

때문에 자승 스님은 대표적 사판승(행정 담당 스님)으로 ‘종단 내 최고 실력자’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자승 스님의 영향력이 “종정 위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종정은 조계종 대종사로 종단 내 최고 어른을 일컫는다.

지난해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자승 스님이 개입한다고 서울 강남 봉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조계종 노조 박정규 기획홍보보장이 승려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자승 스님은 지난 봄 40여 일에 걸쳐 인도 부처님 성지 1167㎞를 도보로 순례했다. 지난 3월 조계사 회향법회에서 “성불(成佛)보다 부처님 법(法)을 전합시다”며 전국 교구본사별로 대학생 등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법 캠페인을 벌였다.

종단 내 실세였던 자승 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으로 조계종 내부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동국대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건학위원회, 봉은사 회주, 상월결사 회주, 은정재단 등이 리더십 공백에 처했다.

경찰은 이날 칠장사의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감식을 실시했다. 경찰은 자승 스님의 차량에서 발견된 짧은 메모 2장에 대해서도 자승 스님의 것인지 필적을 감정하기로 했다. 이 메모에는 칠장사 주지스님에게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 경찰에게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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