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불교 경전 집대성한 ‘불경’ 펴낸 이중표 교수
명상에 대한 관심 높아 “‘불경’ 세계적 필요성”
16년간 집필 끝낸 뒤 재출가
기독교에 성경, 이슬람교에 코란이 있다면 불교에는?
불교에는 ‘팔만대장경’에 이를 정도로 수많은 경전이 존재하지만 ‘단 하나’의 바이블은 없었다. 이중표 전남대 명예교수가 16년에 걸친 노력 끝에 붓다의 실제 가르침이 담겨있는 근본불교 경전을 집대성한 <불경>(불광출판사)를 펴냈다.
“불교엔 경전이 너무 많아 어떤 경전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불교 수행하는 이들이 혼란을 겪습니다. 명상과 불교 수행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불교의 본질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불경>을 집필하게 됐습니다.”
1448쪽에 달하는 <불경>엔 율장, 니까야, 숫따니빠따, 담마빠다 등 붓다가 직접 설한 가르침이 담긴 근본불교 경전을 수록했다. 이 교수는 “이전에도 한용운의 <불교대전>처럼 불교 경전을 한 권으로 엮은 책들이 있었지만, 여러 경전에서 좋은 경구를 뽑아 모아놓은 것이라 한계가 있었다”며 “주요 경전을 온전하게 번역하면서도 구어체로 된 탓에 반복되는 문장을 생략하고, 문맥을 흩뜨리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금강경과 반야심경과 같은 대승경전은 빠졌다. 이 교수는 “대소승 경전은 붓다가 직접 설한 가르침이 아니다. 근본불교 경전의 가르침에 대승불교 사상이 잘 담겨있다”라고 말했다.
<불경> 집필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미국에 1년간 머물며 현지에서 명상과 불교 수행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하나의 체계적 텍스트가 없는 탓에 틱낫한 스님, 달라이 라마 등 스님에 의지하는 것을 보면서 ‘불경의 세계적 필요성’을 느낀 이 교수는 귀국 후 집필에 본격 착수한다. 이 교수는 “명상과 수행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방법만 알지 불교의 근본적 가르침과 통찰까지 나아가지 못한다”며 “‘불경’이 없으니 불상을 중심으로 불교 신앙이 형성됐다. <불경> 출간을 계기로 불상에서 불경으로 신앙의 중심이 이동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이 교수는 삭발을 하고 승복 차림이었다. 1972년 출가했다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 환속한 그는 <불경> 출간을 계기로 다시 승복을 입고 ‘중각’이란 법명을 얻었다. 이 교수는 “<불경>과 함께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해 출가 권유를 받고 다시 승려 신분이 됐다”며 “<불경>을 중심으로 법회와 수행 등이 이뤄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에게 붓다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에 대해 물었다. “업보는 있지만 작자는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사상은 ‘공(空)’입니다. 사람들은 비가 내리고 구름이 떠다닌다고 생각하지만, 물방울이 떨어져 내릴 때 ‘비’라고 부르고 물방울이 공기 중에 떠다니니까 ‘구름’이라 부르는 거죠. 공을 ‘허무’로 오해하는 일이 많은데, 불교의 연기설은 실체 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으로 세계가 이뤄져 있다는 가르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