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은 누구인가’다양한 학문적 해석

민족의 시조 단군은 역사 속 인물인가. 반연간 역사잡지 ‘한국사 시민강좌’(일조각)가 제27집 특집으로 ‘단군, 그는 누구인가’를 마련,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군상 파괴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종교 갈등, 1993년 단군릉 발굴 이후 단군 실존에 대한 남북한 인식차가 더욱 불거지는 가운데 단군에 관한 다양한 학문적 논의를 모은 기획이다.

대중의 폭발적 관심에 비해 엄정한 역사 연구를 통한 학문적 성과는 미미해 서로 다른 신앙, 이데올로기, 역사관에 따라 단군을 바라보는 태도가 아집과 독선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도 깃들어 있다.

이번 특집에서는 단군과 단군 연구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돕는 글이 모두 6편 실렸다.

서울대 노태돈 교수는 ‘역사적 실체로서의 단군’이라는 글에서 단군신화가 아닌 단군실화(實話)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과 단군신화의 내용을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태도 모두를 배격하고 있다. 그는 우선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단군을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시조로 이해하는 데 동의한다. 그는 “단군신화는 동북아시아 고대국가들의 건국신화 중 가장 고졸(古拙)한 면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고조선이 이 지역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등장한 국가였다는 사실과 연관된다”고 말한다.

단군신화가 환웅이 거주하는 신계(神界), 호랑이나 곰으로 대표되는 자연계, 인간계가 서로 교류하여 이상적인 조화의 세계를 추구하는 전형적인 샤머니즘 문화와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화가 고조선 대의 산물임을 방증”하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그는 “단군은 자연인의 이름이기보다 정치적 군장이자 제사장의 성격을 지닌 고조선의 임금을 가리키는 칭호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힌다. 기원전 2333년이란 고조선 건국연대도 고고학적 조사에 따른 청동기 문화로 볼 때 기원전 10세기 전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인하대 서영대 교수도 ‘신화속의 단군’에서 “신화는 곧 허구이며, 역사는 곧 진실”이라는 2분법적인 태도를 경계하면서 단군신화의 의미를 해석한다. 그는 “단군의 전승이 신화적인 형태로 표현된 것은 고조선의 정치권력 질서를 정당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즉 고조선의 시조가 지극히 신성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에 의한 지배가 정당하다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군신화는 또 고조선의 성립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환웅이 하늘로부터 내려왔다는 것은 종족의 이동을 반영하는 것이며, 환웅과 곰이 혼인하여 단군을 낳았다는 것은 선진적 이주세력과 후진적 토착세력이 연맹을 구성해 고조선을 탄생시켰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동국대 이기동 교수는 ‘북한에서의 단군 연구와 그 숭앙운동’에서 “80년대 이전 노예소유자 계급이 노예들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사회사상이라고 규정했다가 93년 단군릉 발굴이후 단군을 민족 시조로 추앙하는 것에는 북한이 현 정권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경희대 조인성 교수는 단군에 관한 여러가지 사료들을 사료로서의 기록, 신앙으로서의 기록, 거짓기록 등으로 나누어 종합하고, 가톨릭대 박광용 교수는 단군신앙의 어제와 오늘, 국민대 김두진 교수는 단군 연구의 역사를 소개한다.

〈최정훈기자 jh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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