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을 나누는 ‘떡 만들기’ 국가무형문화재 된다

배문규 기자
성은 남이흥 종가의 송편. 문화재청 제공

성은 남이흥 종가의 송편. 문화재청 제공

1월 설날에는 가래떡, 2월 중화절에 삭일송편, 3월 삼짇날에 두견화전, 4월 초파일에 느티떡, 5월 단오에 수리취떡, 6월 유두 수단, 7월 칠석에 백설기, 8월 한가위에 송편, 9월 중양절에 국화전, 10월 상달 시루떡, 11월 동짓날 찹쌀경단, 12월 섣달에 골무떡…. 조상들은 계절의 변화에 뒤질세라 절기마다 걸맞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그중에서도 떡은 가장 중요한 음식이었다. 명절은 물론 중요한 의례마다 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온 전통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떡을 만들고 나눠 먹는 전통적 생활습관을 포괄하는 ‘떡 만들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고 8일 밝혔다.

떡은 곡식가루를 사용해 시루에 안쳐 찌거나, 쪄서 치거나, 물에 삶거나, 기름에 지져서 굽거나, 빚어서 찌는 음식이다. 예로부터 아기의 백일과 첫 돌·결혼식·장례식·제사 등 일생 의례를 비롯해 주요 명절에 다양한 떡을 만들어 먹었다. 지금도 설에는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생각하고, 추석에는 가족들이 송편 빚기에 나선다. 그뿐만 아니라 마을신앙 의례, 가정신앙 의례, 각종 굿을 할 때도 떡을 준비했고, 개업이나 이사 등을 맞아 이웃과 떡을 나누는 문화도 남아있다.

이처럼 떡은 한국에서 ‘나눔과 배려’, ‘정(情)을 주고 받는 문화’의 상징이자 공동체 구성원의 화합을 매개하는 상징적인 음식이다. 문화재청은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무형 자산인 떡 만들기가 오랫동안 한반도에 전승됐고 고문헌에 관련 기록이 있다는 점, 식품영양학과 민속학 연구 자료로서 가능성이 높다는 점, 지역별 떡의 특색이 뚜렷한 점, 지금도 여러 전승 공동체가 전통지식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리취떡.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수리취떡.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한국인이 언제부터 떡을 먹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 유적에서 시루가 발견되고, 고구려 고분인 황해도 안악 3호분 벽화에 시루가 있는 점으로 미뤄 고대부터 떡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헌에선 <삼국사기>에서 떡을 뜻하는 글자인 ‘병(餠)’이 확인된다. <고려사>,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이색의 <목은집>에서도 떡을 만들어 먹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조선시대에는 농업기술과 조리법이 발전하면서 떡 재료와 빚는 방법이 다양화하고 의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산가요록>,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음식디미방>에 떡 만드는 방법이 기술되어 있다. 고문헌에 기록된 떡은 200종류가 넘는다고 알려졌다.

한국 떡은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담는다는 것도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지점이다. 이를테면 아기 백일상이나 돌상에 쓰는 하얀 백설기는 아이가 밝고 탈 없이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귀신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색상인 붉은색 팥수수경단도 백일상에 올린 떡인데, 아이에게 모질고 나쁜 기운이 깃들지 않기를 기원한 것이다. 전통 혼례에서 신랑이 신붓집에 함을 가지고 왔을 때 마련하는 팥시루떡인 ‘봉치떡(봉채떡)’은 양가 화합과 혼인 축복의 상징물이었고, 회갑과 제례에 사용하는 ‘고임떡’은 부모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거나 조상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한국 떡의 또다른 특징은 지역별 특성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강원도는 감자와 옥수수로 만든 ‘감자시루떡’, ‘찰옥수수 시루떡’이 전해지고, 제주도는 예로부터 쌀이 귀하고 잡곡이 많이 생산되어 팥·메밀·조를 활용한 ‘오메기떡’, ‘빙떡’, ‘차좁쌀떡’이 만들어졌다.

문화재청은 ‘떡 만들기’가 전국에서 이뤄지는 문화라는 점을 고려해 ‘아리랑’,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처럼 특정 보유자와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예고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떡 만들기’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심온 종가의 편과 편청.   문화재청 제공

심온 종가의 편과 편청. 문화재청 제공

충재 권벌 종가의 제사에 올린 완성된 편.   문화재청 제공

충재 권벌 종가의 제사에 올린 완성된 편. 문화재청 제공

서애 류성룡 종가에서 청태콩을 소로 넣어 송편을 빚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서애 류성룡 종가에서 청태콩을 소로 넣어 송편을 빚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떡메로 떡을 찧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떡메로 떡을 찧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의 옹기시루.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의 옹기시루.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의 떡메와 떡판.    문화재청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의 떡메와 떡판. 문화재청 제공

떡살.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떡살.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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