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시기 한글 금속활자 600여점 인사동서 발굴읽음

김종목 기자
문화재청과 수도문물연구원이 29일 공개한 세종 시기 추정 한글 금속활자.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과 수도문물연구원이 29일 공개한 세종 시기 추정 한글 금속활자. 문화재청 제공

중국 한자음 기록하기 위한
ㅭ·ㆆ·ㅸ 등 ‘동국정운식’
훈민정음 창제 당시 표기법
한자 금속활자도 1000여점
장영실 참여한 ‘갑인자’ 추정

훈민정음 창제 시기 동국정운(東國正韻)식 표기법을 쓴 한글 금속활자 실물을 옛 한양 중심부에서 처음으로 찾았다. 세종 때(추정) 천문시계, 세종~중종 때(추정) 물시계 주전(籌箭), 17세기 총통 등도 발굴했다. 한글 창제 여파와 당시 인쇄술, 조선시대 과학기술의 실체를 가늠할 자료다. | 관련기사 24면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조선 전기 제작된 다양한 크기의 한글·한자 금속활자 1600여점과 자동 물시계 주전으로 보이는 동판(銅板)과 구슬방출기구, 세종이 만든 것으로 기록된 주야간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부품 등을 출토했다”고 29일 발표했다.

한글 금속활자 발굴 의미는 ‘ㅭ’ ‘ㆆ’ ‘ㅸ’ 등 동국정운식 표기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동국정운>은 세종 때 신숙주, 최항, 성삼문 등이 1448년 간행한 운서(韻書)다. 중국 한자음을 표기하려 사용한 문자다. 한문 사이 자주 쓰는 ‘이며’ ‘이고’ 같은 한글 토씨를 한 번에 주조한 연주활자(連鑄活字)도 10여점 나왔다. 연구원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 표기를 반영한 가장 이른 시기의 한글 금속활자라고 했다. 연구원은 “조선 전기 다종다양한 활자가 한 곳에서 출토된 첫 사례다. (물시계) 주전도 실체를 처음 확인해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발굴된 금속활자 1600여점 중 한자는 1000여점이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최고(最古) 한자 금속활자인 세조 ‘을해자(1455년)’보다 20년 이른 세종 ‘갑인자(1434년)’로 추정한다. 장영실 등이 갑인자 제작에 참여했다. 연구원은 “추후 연구를 통해 ‘갑인자’로 확인되면, 조선 시대 각종 사료·기록과 일치하는 중요한 실물자료가 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 시기(1450년경)보다 이른 시기의 조선활자 관련 유물은 인쇄본으로만 존재하는데, (확인되면) 최초로 인쇄본과 금속활자를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기록으로만 알려진 주전의 실체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동판과 구슬방출기의 동제품은 <세종실록>의 ‘작은 구슬을 저장했다 방출해 자동물시계의 시보(時報) 장치를 작동시키는 장치’인 주전의 기록과 일치한다. 연구원은 이 주전을 1438년(세종 20년)에 제작된 흠경각 옥루이거나 1536년(중종 31년) 창덕궁에 설치한 보루각의 자격루로 추정했다.

일성정시의는 밤에는 해를 이용할 수 없는 단점을 보완한 천문시계다. 별자리를 이용하여 시간을 가늠했다. <세종실록>은 1437년(세종 19년) 세종이 일성정시의 4개를 만든 것으로 기록했다. 출토 유물은 일성정시의 중 주천도분환(周天度分環), 일구백각환(日晷百刻環), 성구백각환(星晷百刻環) 등 주요 부품이다.

발굴 현장은 연구원이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발굴조사 중인 ‘서울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인사동 79번지) 중 ‘나 지역’이다. 지금의 탑골공원과 종로 YMCA 사이로 옛 한양의 중심부다. 연구원은 “조선 전기부터 근대까지의 총 6개의 문화층(2~7층)을 확인했다. 금속활자 등이 출토된 층위는 현재 지표면으로부터 3m 아래인 6층(16세기 중심)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조선 전기 것으로 추정되는 자기 조각과 기와 조각 등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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