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가린 주인공이 스타워즈를 살렸다...디즈니플러스의 '만달로리안'읽음

백승찬 기자

주연 배우가 줄곧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하는 시리즈가 있다. 심지어 배우는 다수의 텔레비전 시리즈와 영화에서 활약한 주연급이다.

<만달로리안>은 디즈니플러스에서 제작한 시리즈다. 2019년 시즌 1, 지난해 시즌 2가 각 8부작으로 공개됐다. 한국 시청자들은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이달부터 볼 수 있었다.

극중 만달로리안은 엄격한 규율을 바탕으로 한 집단이다. 만달로리안인 주인공 딘 자린은 현상금 사냥꾼으로 각종 의뢰를 해결한다. 만달로리안은 강력한 특수 금속인 베스카 갑옷, 헬멧을 항시 착용해야 한다. 다른 생명체 앞에서 헬멧을 벗고 얼굴을 보여주면 계율을 파기한 것으로 간주돼 다시는 만달로리안 집단에 소속되지 못한다. 이 설정에 <만달로리안>의 재미가 있다. 딘 자린은 수차례 얼굴을 공개하라는 유혹 혹은 위협을 받는다. 헬멧을 벗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안착할 기회도 가진다. 딘 자린은 그때마다 헬멧 벗기를 거부한다. 공개된 16편의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결정적인 순간들에만 딘 자린은 얼굴을 공개한다. 딘 자린의 얼굴 공개 순간은 <만달로리안>의 감정적, 서사적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만달로리안>의 또다른 주요 인물은 정체 불명의 아기다.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요다와 같은 종족이다. 이 때문에 스타워즈 팬들은 이 아기를 ‘베이비 요다’라 부르기도 한다. 딘 자린은 제국군 잔당의 의뢰로 아기를 데려다준다. 그러나 제국군 잔당이 아기에게 모종의 생체 실험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뒤, 뒤늦게 아기를 다시 빼낸다. 딘 자린이 아기와 함께 여러 행성을 떠돌며 의뢰를 수행하고, 아기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한 뒤, 아기를 적절한 양육자에게 넘기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 <만달로리안>의 뼈대다.

<왕좌의 게임> <나르코스> <킹스맨: 골든 서클> 등을 통해 잘 알려진 페드로 파스칼이 딘 자린을 연기했다. 냉혹한 현상금 사냥꾼이던 딘 자린은 아기의 든든하고 정감 넘치는 보호자로 성장한다. 복잡한 감정 연기를 해야 했지만, 얼굴을 가렸기에 배우의 주요한 무기인 표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제작진은 딘 자린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대사 사이에 간격을 두고 잠시 멈춰있게 하거나, 작은 손동작 하나도 중요한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연출했다. <만달로리안> 중 몇 편의 에피소드를 연출한 릭 파무이와는 제작기를 담은 <디즈니 갤러리/ 스타워즈 만달로리안>에 나와 “(얼굴을 가린 헬멧을 통해) 시청자가 자신의 감정을 딘 자린에게 투사한다”고 설명했다.

헬멧을 써야한다는 설정이 <만달로리안>만의 변수라면, 기존 스타워즈 세계관에 대한 애착은 상수다. 제작진들은 스타워즈 세계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파스칼은 “시각적인 부분을 연출하고 전투 장면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타워즈 세계관에 대한 애정, 캐릭터 설정, 그들의 관계가 더욱 중요했다”고 말했다. 제작을 총괄하고 대부분 대본을 쓴 존 파브로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신화의 연장”이라고 표현한 뒤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삶의 교훈을 준다. 희생, 인내, 도전을 통한 성장이라는 가치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감독 론 하워드의 딸이자 배우인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만달로리안>의 몇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도쿄에 가서 조지 루카스, 구로사와 아키라와 저녁을 먹었던 경험을 떠올린다.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선보인 레아 공주와 C-3PO, R2-D2의 여정은 구로사와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의 구도와 유사하다. 딘 자린이 낯선 마을에 들러 주민들의 의뢰를 해결하는 과정은 구로사와의 <요짐보> <7인의 사무라이>와 유사하다. 스웨덴 출신 작곡가 루드비히 고란손의 음악은 존 윌리엄스의 스타워즈 오리지널 OST 못지 않게 인상적이다.

지금까지 스타워즈 시리즈는 다수의 극장용 영화,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만 선보여왔다.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 세계관으로는 첫 실사 시리즈다. 첫 두 시즌의 성공에 힘입어 세번째 시즌의 제작도 확정됐다. 존 파브로는 <아이언맨>의 감독으로 이후 마블 유니버스의 기틀을 세웠다. 그는 <만달로리안>을 통해 스타워즈 시퀄에 대한 불만으로 흔들리던 팬덤을 다잡고 스타워즈 세계관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디즈니는 다음달 <북 오브 보바 펫>을 공개하는 등 스타워즈 세계관에 속한 실사 시리즈를 다수 계획하고 있다.

<만달로리안>의 한 장면. 딘 자린(왼쪽)은 정체 모를 아기와 함께 목숨을 건 모험을 한다. | 디즈니플러스 제공

<만달로리안>의 한 장면. 딘 자린(왼쪽)은 정체 모를 아기와 함께 목숨을 건 모험을 한다. | 디즈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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